다만 중간에 가다피, 히틀러, 김정일, 박정희의 사진이 등장하며 맥베스의 독재와 연관시켜
어떤 극적 효과를 노리는 것 같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무리수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공연이 끝난후 지도교수와 얘기를 하면서 셰익스피어는 멕베스를 통해 독재자이지만 왕좌에
올라갈 때까지 갈등과 고민, 자기 아내의 부추김,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세마녀들에게 듣고
그 후 다시 자신의 미래를 들으러 찾아가는 점 등, 결국 인간의 나약함과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운명의 결정에 휘말려 들어 간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 독재자
사진들을 중간에 내 보낸 것은 그 독재자들이 인간적이라는 면을 드러낸, 좀 미화시키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았더니, 자신은 가부장적인 면을 포함해서 여러 억압적인
구조를 상정했는데 그런 것은 미처 생각치 못했으며 의도하지 아니한 효과라고 말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作 '사천의 선인'은 인간세상의 탁함을 개탄한 神들이 착한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그리고 그 착함이 어느 기간동안 지속된다면 인간세상을 벌 주지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시작된다. 중국의 사천지방에 착한 창녀가 살았는데 너무 착한 나머지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이용만 당하고 생계에 곤란을 겪게 된다. 그런데 그녀는 가끔 스스로 사촌오빠로 변신하는데
이 사촌오빠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성품의 소유자라서 창녀가 착해서 겪는 곤란한 문제를
다 해결한다. 즉 이 창녀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한 사람이 두 개의 인격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다. 결국 이 창녀는 사촌오빠로 행동하고 있을 때 자기 애인으로부터 창녀의 살인자로
오해받아 재판을 받게 되고 재판관인 神들앞에서 자기의 이중적인 생활을 고백한다.
이에 재판관들은 창녀의 자기변호를 다 들은 후 말없이 자리를 뜬다는 내용이다.
원시시대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주제, 인간내면의 善과惡을 주제로 잘 풀어 간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조금 지루하다가 큰 감동으로 끝을 맺었다.
이런 주제가 여러 학교에서 이 연극을 다루는 이유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로 본 '조처(The Decision)'은 초짜 공산혁명운동가가 혁명운동을 하지만 감정에 휘말려,
좀더 참으며 조직을 결성해야할 시점에 노동감독관에게 대들고 주먹을 휘두르다가 신분이
탄로나서 파업을 실패로 이끌기도 하고, 자본가에게 자금지원을 받으러 갔다가 또 욱해서
자본가와 다툰후 빈손으로 돌아오고 하는 등, 계속 과업실패를 겪다가 나중에는 기존의
공산혁명가들까지 위태롭게 하여 결국 동지들에 의해서 살해된 후(이 때 이 초짜 혁명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죽음을 달게 받는다) 이 동지들이 공산당 평의회에서 동지 살해사건의
내용을 진술하는 연극이다.
인간의 이성과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감정사이에서 감정에 휘둘리다 파멸하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조직이 공산혁명조직이라 그렇지 진부한 내용이라 하겠다.
줄거리는 별게 없지만 그래도 브레히트가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이를 번역한 사람은 무슨 의도로 번역해서 공연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파키스탄대학생들이 파키스탄語로 연극을 하는데 대사를 번역한 자막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전체 연극을 몇장면으로 나누어서 각 장면에 대한 설명만 간략하게 스크린에 나올 뿐이었다.
연극은 영화와 달라서 대사가 매우 중요한데 장면설명만 있으니 상당히 답답했다.
연극을 보고난 후 관계자에게 질문해 보니, 제대로 준비를 못해서 그랬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관객도 거의 없던데 좀 허탈한 마음이었다.
연극 ‘조처(The Decision)’ Dhaka Univ., 문예회관 비슬홀
<사진은 찍지말아달라는 요청이 없는 공연에서만 찍었음.>
첫댓글 브레히트를 챙겨 보셨다니...알고는 있었는데 가 보질 못했네요..대학시시절 브레히트는 텍스트로 저희들이 많이 사용했죠...세세한 공연리뷰 정말 감사합니다^^ 정샘의 열정에 찬사를 보냅니다..수고하셨습니다
저는 미리 알았었는데(제 사촌형이 이번 행사에 참여한 서울 모대학 연극과 교수라...) 세심함이 부족해서 카페에 올리질 못했네요. 반성하겠습니다. 공연리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