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독했던 여름은 갑자기 사라지고 느닷없이 찾아온 겨울같은 날씨는 현성산 가는 들녁조차 어느새 물들고 있다. 듬성듬성 빈자리에 사라져간 벼들도 많다.
그 누구도 잡을수 없는게 세월인가?
더도 덜도 말고 가보고 싶은 산을 갈수 있는 이시절 이시간이 가장 좋을때가 아니겠나 무심히 흐르는 세월이 말해 주겠지.
마이산의 기억은 열흘이란 시간속에 잊혀져 가고 별 할일 없는 일상은 산으로 떠나고 싶은 나를 놓아 두지를 않는다.
인간사 모두 잊고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 또 다른 세상 모험 아닌 모험 같은 산행에 나선다.
거창의 현성.금원.기백 종주산행이다.
원도 한도 없이 걸었다고 해야하나
멀다고 생각은 했지만 현성산에서의 반짝 환희 이후는 산과 함께 숨쉬지 못한 다소 지루하고 바쁜 산행이 되었다.
현성산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산이다.
요번이 세번째 산행인데 현성산을 거쳐 능선으로 연결된 금원산.기백산을 걸은후 윈점회귀하는 시계반대 방향으로의 다소 긴 산행이다.
들머리에 1시간 35분만에 도착한다.
벌써 겨울이 온듯 거창 들녁은 들쓱날쑥 인데 날씨는 그야말로 대낄(?)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날씨인데 산행중에는 젖은 옷 때문인지 다소 추운 느낌이 들었다.
현성산은 도로 바로옆에서 바로 산으로 오르는 다소 특이한 곳이다.
보통은 주차후 산 들머리까지 한참을 걸어야 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이산을 더 좋아 하는지도 모르지만 이산은 온통 암릉과 바위의 산이다.
처음부터 끌날때 까지 거의 흙을
밟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머리 도로는 나보다 먼저온 손님들 것인듯 서너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준비운동 후(요샌 철저히 한다)
출발 하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들머리 옆 미폭을 보니 물하나 없는게
역시 여름은 떠나 버렸다.
다만 입구에는 산행을 축복하듯
가을 꽃들이 반겨준다.
가파른 대신 5분만에 암릉지대가
나타나고 뒤이어 계단과
가이드가 설치된 등로와
바로 조망이 이어진다.
우거진 숲은 잡목이 아닌 온통 소나무다.역시 현성산이다.
나보다 먼저 출발한 한쌍을 만난다
대구에서 왔다는데 초행길 인듯 급경사가 언제 끝나는지, 하산길 등을 묻는다.
현성산을 오른 후 바로 내려 간다는데
시작 직후 전망대까지 30분 정도는 급경사다.
그들을 추월 전망대에 서니 역시 멋진산이다. 거창 마리면 들녁이 훤하다.
온통바위 사이로 10분여를 가파르게
더 오르니 능선이 시작되는 지점이다.이곳부터 정상 까지는 다소 완만한 오르막을 걷는다.
세번째 산행이지만 암릉,바위,소나무에 구름이 떠가는 꿈길 같은 길이다.
좌우 조망도 정상 오르는 내내 속이 후련할 정도다.
저멀리 덕유, 거창 가조쪽의 산군들이 조망된다. 보해산. 장군봉등등.
등로에서 몇몇 사람을 만나다. 아마도 미리 주차한 사람들 인거 같다.
그들을 추월한다. 저 멀리 가마득한 기백산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경치에 취해 힘든것 없이 어느새 정상이다
딱 1시간15분이 걸렸네.
정상에서 나와 비슷한 한 사람을 만나 유일하게 자작곡이 아닌 인증샷을 찍었다.
여기도 초행인지 하산길을 묻는다
정상 바로 밑에 문바위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있다.
정상은 대 암릉위에 그전 자그맣고 초라한 정상석 대신 크고 특이한 정상석을 세워 놓았네.
지자제에서는 정상석이 산의 명성을 좌우한다고 생각 하는지는 모르겠다.
볼품 없는 산에도 무지하게 큰 정상석을 세워 놓은곳도 많다.
정상지나 멋지게 서 있는, 봉우리 이름도 특이한 서문가 바위쪽으로
가는데 오르락 내리락 매달리고
재미가 장난이 아니다.
금원산.문바위.수승대 삼거리가 있는 봉우리까지는 온통바위 투성이다. 본격적인 바위산행 놀이터다.
보통은 정상찍고 바로 문바위쪽으로 하산 하는데 그 보다는 서문가 바위, 그 뒤에 있는 봉우리(필봉)위 삼거리에서 금원산가는 등로로 하산하다 좌측으로 문바위로 가는 길이 있다. 그 코스가 최상이 아닐까 싶다. 여유 있게 세시간 정도의 코스다.
문바위는 단일바위로는 국내에서 제일 크다.
세차례나 왔지만 늘 새롭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다.
문바위쪽 하산길로 들어서니 숲은 왕창 우거져 있는데 사람은 하나도 없다. 잠시 내려 가다 우측길이 금원산 가는길이다. 이정표도 없고 시그널로 감을 잡아 그쪽으로 간다.
초반은 평이한게 온통숲으로 우거져 갇힌 느낌인데 답답한게 날도 서늘 하고 오슬 춥다.
여기서 금원산 정상까지는 능선길이 이어져 있는데 조망은 하나도 없고 대체적으로 오르막 인데 봉우리 넘으면 살짝내렸다 오르거나 아님 평지를 걷다 또 오르고 하는식이다.
총16번의 크고 작은 오름이 있다.
20미터 정도에서 부터 50미터 까지 다양한 오르막 인데 힘에 부쳐 다리에 힘이 빠질 정도는 아니다.
숲길을 걷는데 사람하나 없고 토곡산에서의 산행처럼 답답하다.
산행의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구름도 실실 끼는게 추워서 중간에 옷을 하나 더 껴입는다.
정상가는 능선에 성급하게 물든 단풍과 벌써 가버린 알몸의 가지들도 있는것이 어느새 가을은 건너 뛴 듯한 느낌이다.
정상 다갈 무렵 반대편 기백산에서 부터 온다는 남녀둘을 만나다. 반가웠다.
현성산 지나 유일하게 산행중 만난 사람이었다.
한글날 휴일 인데도 정말 사람이 없다.
정상 직전 등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 몇을 보았다. 등로에 있는 산죽을 제거 하고 가이드 줄을 설치 하는 작업을 하는중 이었다. 다른산에서 처럼 텐트를 치고 있지는 않는것이 매일 오르 내린다?
이산은 높이가 꽤 높은 편이다.
여유로움 없이 기백산까지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서두르게 걸으니 낯설은 정상에 도달한다.
드디어 정상이다.
네시간이 소요 되었네.
20여년전 산방 활동시절 올라온 곳인데 완전 딴판이다. 이곳이 왔던곳 맞나 싶을 정도다. 다만 흐릿한 기억속의 정상 그곳은 너무 실망스러웠다는 것인데 딱 그대로 인게 조망하나 없이 딱 갖힌 정상이다.
인증삿 하고 서둘러 출발하는데 헬기장을 지나 10분도 되지 않아 금원산 동봉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20년전 와보지 않은 곳이다.
신세계가 따로 없다.
거대한 암릉위에 정상석은 없고 이정표만 있는데 사방이 시원하게 튀였다. 가야할 기백산이 눈앞이고 남덕유에서 무령봉을 지나 덕유 주능선 따라 그 끝에 덕유 주봉 향적봉이 보인다.
바로옆에는 월봉산이 보인다. 그외 황석산.거망산 등 주요 산군들이 눈앞이다.
지리산 등과 가조쪽의 산들도 눈에 들어온다. 속이 다 시원하다.
긴 행로의 피곤함이 싹 가시고
답답했던 마음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사람하나 없어 동봉 정상을 밥상 삼아 점심을 한다. 온 천하를 굽어 보며 떠 가는 구름을 바라 보며 잠시 시끄러운 세상을 잊는다.
이곳 천상의 세계도 세월은 피할수 없는듯 울긋 불긋 저물어 간다
온 세상이 고요하다.
바쁜 마음에도 그곳이 좋아 무려
1시간 10분여를 머무른다.
동봉에서 바짝 내려서니 재 같은곳에 금원산 휴양림쪽으로 하산하는 팔각정이 있고 다시 오르막을 타니
드디어 능선길이다.
저번 마이산에서의 여유로움은
간데 없고 예전처럼 속도를 낸다.
기백산 정상까지 등로는 큰 어려움이 없고 평이한데 좋아하는 바위나 암릉은 눈딱고 봐도 없다. 다만 기백산 정상 가기 바로전 시루떡을 쪄 놓은 듯한 암릉군이 인상적이다. 책바위란다.
오르고 싶지만 바빠 우회한다.
기백산 정상은 넓은터에 멋진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이곳에는 바로 용추계곡쪽으로 하산 하는 등로가 있고 금원산쪽으로 하산 하는길이 있다.
조망은 일부분 가능하다.
인증샷을 할려고 하니 밧데리가 가버렸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 지났기 때문인가? 유감스럽게도 인증샷 및 정상석을 찍을수가 없게 되었다.
급한 마음에 바로 하산길로 나선다.
하산길은 한마디로 조망없고 너무 가파르다. 볼만한 것도 없다.
어느 순간에는 어디가 길인지도 모르게 헷갈리는 곳도 있다. 능선따라 내려 오는데
여기도 등로 작업중인지 산죽나무들이 정리되어 있다.
아마도 금원,기백 일대를 정비중인것 같다.
어둠이 몰려 오는것 같기도 하여 여유로움은 옛날 얘기고 허겁지겁 급하게 내려 오는데 생각보다 하산길이 멀다. 무릎도 약간 시큰 거리는것이
역시 종주 산행은 힘들다.
어느덧 임도인 시멘트 포장된 길이 나타난다. 그길 따라 한 30여분을 더 내려 와 매표소 앞을 지나치니 출발지 현성산 들머리가 보인다. 기나긴 삶 같은 산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출발부터 식사 시간 포함 거의 8시간이 걸렸다.
거의 쉬지 않고 다소 빠르게 움직였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다.
이 산군들은
종주개념은 별 의미가 없고 볼것도 없으며 현성산을 여유있게 돌아보고 내려 오는 것이 최상이다.
기백산,금원산은 높기는 하나 큰 특징 없는 산으로 조망,바위 등이 거의 없어 산행시 지루하고 산도 높아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드는 산이다.
다만 금원산 동봉은 대 암릉위에
주변의 모든 산들이 조망되는 멋진곳이다.
가무낙도 4산 산행이후 이후 올만에 종주같은 산행을 하였는데 힘이 부칠정도는 아니지만 차후로는
종주 같은 무리한 산행은 자제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삶이라는게 별거 있을까?
할것이 많고
하고 싶을때 언제나 할수 있는 삶이 가장 무난한 인생이 아닐지.....
즐거운 산행! 안전한 산행!♥︎
07.10 집출발
08.45 들머리 도착
08.55 출발
09.25 전망대
10.10 현성산 정상.965m
10.25 출발
10.45 서문가 바위
11.00 금원산. 문바위. 수승대 갈림길
12.05 금원산 휴양림. 현성산.금원산 삼거리. (금원산 1.6키로전)
13.00 금원산정상.1353m
13.05 금원산 출발
13.12 금원산 동봉
13.20 점심. 동봉 위
14.25 출발
15.25 기백산. 1331m
17.00 출발지 도착
현성산
들머리 왼편 미폭
들머리
급경사
바로 암릉
? ? ?
명당? 제단을 보니 멏백년....
마리 들녁
현성산 정상
왼쪽 기백산 오른쪽 금원산 정상
현성산 정상
달팽이?
가운데 서문가 바위
등로
뒷쪽 구 정상석
타인이 찍어준 유일한 사진
금원산 가는 능선
왼쪽 기백 오른쪽 금원. 구름에 가림
서문가 바위
올라온 능선
단풍이 들고 있다
확대한 서문가 바위
삼거리. 현성.금원.수승대
금원산 가는길
현성산 정상
물들어 있다
오르막
재. 분기점
허기져 중참
작업중
정상 바로전
금원산 정상
동봉 가는길
헬기장
동봉
뒷쪽 금원산 정상
현성산 및 걸어온 능선
맨 왼쪽 기백산
구운 복어포
저멀리 덕유산
금원산 왼쪽 뒷편 남덕유 정상
덕유 주능선 제일 왼쪽 삿갓봉
동봉 아래 재. 기백산 가는길
책바위 라네. 퍼옴
기백산 정상. 퍼옴
금원산 휴양림 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