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을 뛰어가면서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가 없도록 KTX보다 빠른 세월을 무슨 수로 잡을 수 있을까? 새해를 맞은 지가 엊그제인데 벌써 구정 명절을 며칠 앞두고 있다.
작년엔 코로나로 불안과 공포로 자식들도 오지 못하게 했지만 올해는 효력이 있던 없던 백신을 3차씩 맞았다는 안도감으로 자식들은 물론 안사돈까지 모시고 오라고 소갈비를 거하게 준비해놓고 기다린다.
명절이 닥아 오니 자식들 사골이라도 고아서 떡국이라도 끓여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가마솥에 불을 때고 팔팔 끓는 물에 뼈를 넣고 한 소끔 끓인 뒤에 뼈를 꺼내고 끓는 물을 푸다가 가마솥을 가로 질러 넘어져서 오른손이 가마솥에 빠지고 배 무릎도 화상을 입어 천지개벽을 할 만큼 쓰리고 화끈거려 숨 쉬기 조차 힘든 상황 속에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정신없이 들어와 뜨거운 옷을 훌훌 벗고 화상크림을 바르고 얼음주머니를 찾아 얼음찜질을 해주니 그나마 조금은 진정이 된다.
화상크림이 없었다면 정말 대형 사고다 병원에 가니 병원에 입원할 정도란다. 그러나 응급처치를 잘했고 2도 화상이라 다행이라고 한다
가마솥 끝부분에 걸려 코밑에 상처가 나고 이빨까지 충격 받고 입술이 피가 날 정도였으니 가마솥에 빠질 수고 있는 상황이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아찔하다. 가마솥에 얼굴이 빠졌다면 내 인생은 영원히 종칠 뻔 했는데, 그저 이만하기 다행이고 감사가 절로 나온다.
당뇨병이 있어 더욱 불안하다.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 염증이 생기면 괴사가 올 수도 있고 페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최악에 상황을 상상만 해도 끔찍스럽고 공포스럽다 남편과 나는 완전 경직되어 60조개의 세포가 활동을 중지하는 것 같은 위기를 느꼈다. 이제 나의 마지막 생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 까지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1월 26일 다치고 이튿날은 남편 생일이라 아침에 왼손으로 겨우 밥하고 남편이 고아놓은 사골 국물에 소고기 넣고 미역국을 끓여 기본적으로 있는 반찬으로 초라한 아침 생일상을 차려 주었다
오후에는 막내딸네가 딸들을 대표해서 아빠 생신 위문공연 사절단으로 왔다.
마침 엄마가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마트에 들려 저녁 그 다음 날 아침 점심까지 거의 만들어 놓은 음식을 사가지고 와서 바다 회 케이크 빵 이것저것 차려서 아빠 생신 축하를 해준다. 자식이란 이렇게 부모의 마음을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채워준다.
이튿날은 큰딸 부대가 왔다. 안사돈이 손에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안 오실까봐 얘기를 안했더니 붕대감은 손을 보고 모두들 놀란다. 대식구가 4박5일을 먹어야하는데 엄마가 오른손이 완전 장애가 되어 있으니 암담한 모양이다. . 그러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겠다. 내가 아무것도 못해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큰 사위는 셰프 뺨치는 요리 실력에 딸들은 설거지 사돈까지 합세해서 끼니마다 잘 먹고 지냈다. 설 명절에 내 육신이 이렇게 편해보기는 생전 처음이다.
자식들은 설날에 폭설이 쏟이진다는 예보로 하루 앞당겨 설명절 전날 3박4일의 일정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밀려가 고요해진 해변의 모습처럼 적막하기 까지 한 설 명절이다. 둘이서 조촐하게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본다. 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꼬! 그래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대단하다 화상을 입고 보니 나의 육신의 어느 부분이고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다.
남편은 얼마나 상심을 하는지 남편 왈! 내가 남편이 없으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듯이 자기도 내가 없는 세상은 땅이 꺼진 것 처럼 살아갈 의미가 손톱만큼도 없고 살아갈 자신도 없다고 한다. 진정성이 담긴 말인 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온전한 한쪽 중에 반쪽이 아프면 서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걸 절절히 느끼게 해준다.
남편은 항상 누구에게나 나는 사장이고 자기는 상머슴이라고 한 말이 씨가 되었다면서 구시렁거린다. 요즘 상머슴도 그런 상머슴이 없단다. 일거수일투족을 신경써야하는 마누라 시중에 고달픈 날들이다.
고기반찬을 어미 제비처럼 입에 넣어준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경상도 할배에 어울리지도 않은 사근사근함 비록 화상으로 흉물스런 꼴이 되어도 신혼시절에 느꼈던 야들야들한 사랑에 정신이 없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기절할 일을 가끔씩 격나봅니다. 14년전 밤에 손님들 한테 특별 지시하러 갔다가 데크위에 블랙아이스에 넘어져 왼쪽 발목이 완전히 돌아가도록 똑 부러졌는데, 손님중에 유도 선수가 있어 각목을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가니 압박붕대로 감아 응급처치를 하고 진통재를 먹고 밤을 새우는데 발목에 고추가루 뿌려놓은 것 같은 고통을 참고 응급실에 가도 별게 없다는 유도 선수에 말만 믿고 미련을 떨었네요
아침에 병원에 가니 응급처치를 참 잘했다면서 어떻게 그 고통을 견뎠냐고 하면서 큰 병원에 가라는 지시를 내려 전국에 뼈에 관한 치료를 잘하는 소문난 수원에 큰병원을 찿아가서 한달을 입원한 적도 있는 사고의 이력이 붙은 일인입니다.
일년동안 휄체어에 보행기에 목발에 일년을 고생하다가 회복해서 철심 빼러갔다가 병실이 없어 응급실에 입원했다가 당뇨 때문에 안된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와 14년이 지난 지금도 철심을 박고 사네요. 인생만사 새웅지마라고 사는 게 이렇네요
댓글이 본문 수준입니다...ㅎㅎ.. 염려 감사합니다.
이번 설에 큰 맘먹고 소갈비 한짝사고 전복은 캐나다 딸이 막내딸을 시켜서 보낸 겁니다. 푸짐하게 잘 먹었지요..
첫댓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때가 있다더니
부지깽이 운전수 50년(?) 숙련자께서..........
불행중 다행입니다!
치료 잘 하세요~~
고기가 참 맛 있을것 같네요! 왕전복도~ 꿀꺽~~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기절할 일을 가끔씩 격나봅니다.
14년전 밤에 손님들 한테 특별 지시하러 갔다가
데크위에 블랙아이스에 넘어져 왼쪽 발목이 완전히 돌아가도록 똑 부러졌는데,
손님중에 유도 선수가 있어 각목을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가니
압박붕대로 감아 응급처치를 하고 진통재를 먹고 밤을 새우는데
발목에 고추가루 뿌려놓은 것 같은 고통을 참고
응급실에 가도 별게 없다는 유도 선수에 말만 믿고 미련을 떨었네요
아침에 병원에 가니 응급처치를 참 잘했다면서
어떻게 그 고통을 견뎠냐고 하면서 큰 병원에 가라는 지시를 내려
전국에 뼈에 관한 치료를 잘하는 소문난 수원에 큰병원을 찿아가서
한달을 입원한 적도 있는 사고의 이력이 붙은 일인입니다.
일년동안 휄체어에 보행기에 목발에 일년을 고생하다가 회복해서
철심 빼러갔다가 병실이 없어 응급실에 입원했다가
당뇨 때문에 안된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와 14년이 지난 지금도 철심을 박고 사네요.
인생만사 새웅지마라고 사는 게 이렇네요
댓글이 본문 수준입니다...ㅎㅎ..
염려 감사합니다.
이번 설에 큰 맘먹고 소갈비 한짝사고
전복은 캐나다 딸이 막내딸을 시켜서 보낸 겁니다.
푸짐하게 잘 먹었지요..
에휴......14년전에도 큰 고생하셨군요.
철심은 빼지 않아도 괜찮은가요?
그냥 두어도 큰 부작용이 없는가봅니다.
하기야 6.25때 총알을 그대로 몸에 간직한채 평생을 사신분도 있더군요
아무쪼록 건강하세요! 건강만이 재산이니까요~~
철심을 안빼고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데
한쪽다리가 조금은 가늘고 균형에도 지장이 있어
아무래도 조금의 장애는 있는듯합니다.
관절염과 복합적인 장애이긴 하지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