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더위가 한풀 꺽이기를 기다려 9월 첫 주말에 남도여행 1박2일에 오른 출발길은 올 여름의 막바지
더위를 피해 길을 떠나는 차량의 물결로 중부고속도로 초입을 가득 메우고 있다,,,"덥고 습하다!"는
집사람의 말 처럼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한여름을 방불케하며 여름날의 끝자락을 부여 잡고
도통 놓아 주질 않는다,,,
따가운 햇볕에 닳궈진 본넷 안에는 철 지난 에어콘의 작동으로 헐떡이는 엔진의 파열음이 계절을
잃어버린 요즘 날씨에 짜증을 부리며 '웅~웅~'거리고, 내 가슴속의 엔진도 따라 웅~웅~거린다!
3시간 여를 달려 온 애마 '키티'는 완주군 소양면 위봉산 정상에 오르고 나서야 사방으로 파노라마 치는
녹색의 물결을 바라보며 때 늦은 더위 땜에 짜증 부렸 던 엔진 파열음을 조금은 진정 시킨다,,,
위봉산성을 지나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마을 뒷쪽 저~만치에 사찰의 기와들이 또 다른 파노라마를
치며 속세인을 반긴다, 백제 무왕5년인 604년 창건 된 위봉사를 둘러보며 여러 차례의 화제로 본래의 모습이
사라지긴 했지만 보물로 진정 된 보광명전(普光明殿)의 단아함은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준다.


오던 길을 되 돌아가서 도착한 송광사는 위봉사와 더불어 완주를 대표하는 사찰로 위봉산 초입 마을에
위치하여 사찰 방문이 수월하다,,,종남산(終南山)송광사 현판이 붙어있는 일주문을 들어서니 우측에 서 있는
'좋은 인연 입니다' 장승과 좌측의 '人比門內莫存知解 ' 장승이 해학스런 모습으로 웃고 계신다!
작은 장승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샘물로 목을 축이니, 세상만사 무덤덤히 살아가는 장승의 마음을 닮고싶다!


임실역 뒤쪽에 위치한 치즈마을에 도착하니 몇몇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아이들과 함께 마을 앞 나무 그늘
아래서 정오의 햇살을 외면하며 더위에 늘어져 있고, 치즈 공장을 방문한 집사람과 나는 신선한 치즈 요구르트를
사들고 치츠 아이스바를 입에 문 채로 순창 강천산을 향해 차를 달린다,,,
작년 10월 단풍이 울다 지친 내장산을 거쳐 다음날 도착했던 이 곳 강천산 입구에서 꼼짝 않고 늘어 선 차량과
행락객에 질려서 뒤 돌이섰던 그 강천산 계곡은 오늘에서야 왜 그리도 날리법석 이였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주차장 부터 시작되는 산길은 1급수가 흐르는 기기묘묘한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여지고 맨발로 걷는 산길 옆엔
병풍폭포의 낙수가 자아내는 물안개가 늦 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단숨에 날려 버린다,,,때 마침 디카의 밧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숨막힐것 같은 수려함을 자랑하는 강천산 계곡을 렌즈에 담지 못 함을 아쉬워하며 팔뚝만한 송어
때가 노니는 계곡물에 네개의 발을 적시니 물에 비친 강천산은 물속에 뿌리내린 집사람과 나의 발을 타고 올라와
자연과의 合一을 이룬다,,,"我卽他 他卽我 의 不二門 이 바로 이곳에도 있었네!"


자연과 하나 됨을 체험하고 무등산 증심사로 향한다,,,속초가 고향 이지만 광주에서 사는 대학 동창 남철군의
추천으로 영산포 우채국 앞 남도 한정식 전문식당인 다복가든에서 상다리가 부러지는 남도의 저녁 식사를 마치고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너른 나주평야에 내려 앉는 어둠의 뒷굼치를 밟아가며 도착한 염암 월출산온천관광호텔에 길었 던
하루의 여장을 풀어 놓느다,,, 자리가 떠서 잠 못드는 집사람은 새벽에서야 겨우 잠이 들고, 투인베드의 한쪽을 버려
두고 집사람이 잠든 작은 침대에 끼어들어 잠을 청해본다,,, 내 코고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옆 침대로 달아난 집사람을
따라 옮겨다니기를 몇번, 깜빡 든 깊은 잠에서 깨어보니 창밖은 여명으로 붉게 물들어 오고 엇 저녁 어둠에 몸을 감췄던
창밖의 풍경이 게슴츠레히 뜬 눈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다,,,


새벽 안개는 마치 솜털이불 인냥 살포시 고개숙인 나락의 들판을 덮어오고, 막 모습을 보인 태양은 붉는 한점이 되어
눈앞에 보이는 아직은 녹색을 머금은 9월의 월출산을 붉게 물들인다,,,호텔 앞 작은 시골 마을의 몇몇집 굴뚝엔 책에서나
보았을 법한 아침밥 짓는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나와 새벽 안개와 한몸이 되어 버린다,이들도 둘이 아닌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따듯한 온천물에 피곤과 시름을 함께 떨궈놓고 인근 학산면 독천리에 들어서니 작은 마을 길 양편으로 '독천세발낙지'집이
저 마다 매스컴을 탄 사진을 걸어 놓고 유명세를 자랑한다,,,못이 박힌 애마 '키티'의 뒷발을 치료해준 타이어 가게 주인이
강력 추천한 '한라식당'에 와보니 그 흔한 광고 사진 한장 붙어있질 않다, 혹시나 하며 주문한 연포탕과 갈낙탕이 열여섯 종류의
밑반찬과 함께 상위에 펼쳐지고 이내 입안에 들어 온 국물은 이곳이 독천 세발낙지의 고장임을 실감께한다!
토하젓,갈치젓,조개젓,갈치내장젓과 한철 밖엔 않 잡힌다는 잔새우를 양념에 버무린 새젓은 그야말로 茶禪一味와 견줄만한
醬禪一味라 아니 할 수 없다,,,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낙지로 배를 채우고 월출산국립공원內 도갑산 도갑사에 가려니 주차요금 오천원에 탐당료 이천원
씩을 더 내란다! 좀 심하다 싶었지만 여기까지 온 기름값이 아까워 도갑사를 휭~둘러보고 월출산 남단의 무위사에 도착하니
국립공원 주차요금소를 비껴서 사찰 탐방료도 없는 사찰다운 사찰 무위사 주차장에 도착, 고색창연한 천년사찰의 본 모습에
훔뻑 취해본다,,,다시 차들 달려 화순 쌍봉사에 가던 중 지금은 역무원이 상주하지 않는 29번 국도 변의 명봉역에서 인적없는
간이역의 한적함을 즐기며 잠시나마 지나 온 여행길을 되 짚어 보는 여유를 갇는다,,,

쌍봉사를 뒤로하고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보성군 천봉산 대원사로 가는 길은 왕벚나무가 터널을 이룬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왕벚나무로 인해 햋빛이 차단 된 길은 십여리를 넘게 이어져있다! 차량 밖의 온도를 표시하는 계기판의 온도계가
4~5도 쯤 떨어지는 길을 따라 도착한 대원사엔 '우리는 한꽃'이라는 현판이 붙어있는 원형 모양의 일주문이 정겹다,,,
이번 여행의 종착지는 이십여년전 성별도 모른체 집사람의 뱃속에서 놓쳐버린 둘째의 가여운 영혼을 달래기 위해 태아靈의
천도로 유명한 이곳 대원사로 정했다,,,


빨간 털실로 짠 모자를 쓰고있는 동자상이 지장보살님의 품에 안겨있는 이 곳에서 좋은 세상도 못보고, 엄마 아빠의 사랑도
못 받고 먼저 가버린 가여운 아기의 영혼을 부디 잘 보살펴 달리는 일념으로 공양미를 올린다,,,아가야! 널 위해 아린 눈물짓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위안삼아 극낙왕생하길 두손모아 빈단다, 좋은 곳에서 편히 있으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엄마 아빠의 보살핌도 여태 못 받고 있었을 아가를 덩그러니 지장보살님
품에 맏기고 떠나 온 대원사의 잔상이 나를 놓아 주질 않는다,,,오래 오래 아주 오래 토록 잊지 않을게 아가야!!!!
첫댓글 강천산, 독골까지...토하젓, 갈치속젓....택배 좀 안 되냐?(항공 운임은 내가 부담) 오늘 아파트가 너무 넓어 이사했지. 혼자 사는 집이 너무 커도 정신병 걸릴 것 같애. 이사라고 해 봐야 내차로 두번 왔다 갔다... 사는게 몬지, 씨팔.... 이젠 나이 먹었어...ㅆㅍ 남도 여행기 잘 보고 간다. 아롱 엄마 한테도 안부 전하고, 보기 좋네
타쉬겐트 주소 올려라,,,택배로 보내줄게! 한번 간다간다 하면서 못가고있다,,,사업은 어떤지? 잘 진행되고 있는거지? 이제 돌아다녀 봤짜 불과 몇년이다, 다리 힘 있을때 열심히 돌아다녀라, 사는게 다~ 그런거지 뭐,,,존나 일하다만 가면 얼마나 억울하겠냐! 바쁜 중에도 계획짜서 여행다니며 머리도 좀 식혀라,,,건투를 빈다! 서울서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