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무엇을 미워하셨을까>>
오늘은 우리말과 너무나 닮아서 마치 장난처럼 느껴지는 헬라어 단어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바로 미세오(μισέω)입니다.
발음을 한번 굴려보세요. 미세오.
마치 우리말 같지 않나요?
뜻도 놀랍게도 미워하다입니다.
이 우연 같은 필연을 붙들고, 성경 속에 나타난 미세오(μισέω)의 흔적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과연 예수님은 무엇을 그토록 미세오(μισέω) 하셨을까요?
언어의 유희, 미세오(μισέω)와 미워
성경에서 미세오(μισέω)는 단순히 아, 싫어 정도의 가벼운 짜증이 아닙니다.이것은 사랑 즉 아가파오(ἀγαπάω)의 반대편에 서서, 무언가를 거부하고 배척하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당연하면서도, 흥미로운 건 성경 데이터를 돌려보면 예수님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장면보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세상에게 미세오(μισέω) 당하는 장면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은 빛을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자기들의 구린 행위가 드러날까 봐 빛으로 오기를 미워하기(μισεῖ) 때문이죠. (요 3:20)
예수님은 형제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지 아니하되 나를 미워하나니(μισεῖ) 이는 내가 세상의 일들을 악하다고 증언함이라 (요 7:7)
즉, 기독교인에게 미움받음은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었습니다.
양다리는 없다, 우선순위로서의 미움
예수님의 화법 중 가장 오해하기 딱 좋은, 하지만 가장 논리적인 대목이 바로 이 미세오(μισέω)의 용법입니다.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하나님과 재물 즉 맘몬(μαμωνᾶς)을 동시에 모실 수는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하나를 중히 여기면 다른 하나는 미워하게(μισήσει) 되어 있습니다. (마 6:24)
여기서 미움은 감정적인 증오라기보다 선택과 집중에서의 배제를 뜻합니다.
가족을 미워하라?
심지어 예수님은 부모, 처자, 형제, 그리고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μισεῖ)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고 하십니다. (눅 14:26)
이 대목에서 아니, 사랑의 예수님이 패륜을 조장하시나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이것은 우선순위의 재설정입니다.
내 안위와 혈연보다 진리를 더 사랑하는 것, 그것이 역설적으로 자기 생명을 영생토록 보전하는 길이라는 아주 차가운 이성이 담긴 미세오(μισέω)입니다.
사실 우리는 가족을 “너무” 사랑하는 이들의 문제들을 자주 보고 있습니다.
절대 미워해서는 안 되는 대상, 사람
하지만 이 날카로운 미세오(μισέω)의 칼날이 절대 향해서는 안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 즉 형제(ἀδελφός)입니다.
요한일서의 논리는 명쾌합니다.
빛 가운데 있다면서 형제를 미워하는(μισῶν) 자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 (요일 2:9)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살인하는 자입니다. (요일 3:15)
눈에 보이는 형제를 미워하면서(μισῇ)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 그건 거짓말입니다. (요일 4:20)
우리는 종종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듣지만, 현실에서는 죄는 은근히 즐기면서 사람을 죽도록 미워하곤 합니다.
성경은 정확히 그 반대를 주문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 본캐가 진짜 미워한 것은?
여기까지 읽다 보면 궁금해집니다.
그럼 예수님은 다 사랑하고, 그냥 우선순위 때문에 덜 사랑하는 척만 하신 건가?
아닙니다.
성경의 마지막, 요한계시록에 이르면 예수님이 작정하고 나 이거 진짜 싫다(κἀγὼ μισῶ)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바로 제목에 있었던 퀴즈 정답입니다.
두구두구두구.... 정답은!
오직 네게 이것이 있으니 네가 니골라 당의 행위를 미워하는도다(μισεῖς) 나도 이것을 미워하노라(μισῶ). (계 2:6)
예수님이 에베소 교회를 칭찬하신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니골라 당의 행위를 미워했기 때문이고, 예수님도 그것을 똑같이 미워하신다는 겁니다. 지금도 미워하신다는 말이고요.
니골라 당(Νικολαΐτης)이 누구입니까?
어원적으로 정복하다(νικάω)와 백성(λαός)의 합성어로, 평신도를 지배하고 억압하는 계급주의를 뜻한다는 해석이 있고, 또 다른 편에서는 율법 폐기론을 주장하며 쾌락과 타협했던 이단으로 보기도 합니다.
분명한 건, 예수님은 사람을 미워하신 게 아니라, 공동체를 파괴하고 진리를 왜곡하는 행위(ἔργα)를 미워하셨다는 점입니다.
계시록 후반부에서도 음녀와 바벨론은 철저히 미움받고 불살라집니다. (계 17:16)
이것은 악에 대한 타협 없는 거룩한 분노입니다.
나가면서.
미움밭을 용기 그리고 미워할 것을 미워하는 용기
우리는 종종 미움의 번지수를 잘못 찾습니다.
나와 정치색이 다른 이웃, 나를 기분 나쁘게 한 직장 동료는 그토록 열정적으로 미세오(μισέω)하면서, 정작 내 안의 탐욕이나 공동체를 병들게 하는 거짓된 시스템인 니골라 당의 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않나요?
예수님의 미세오(μισέω)는 명확했습니다.
사람은 사랑하되, 그 영혼을 갉아먹는 악한 시스템과 거짓은 미워하라.
오늘 밤, 우리의 미세오(μισέω) 리스트를 점검해 봅시다.
혹시 사랑해야 할 대상을 미워하고, 미워해야 할 대상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줄 요약
예수님은 당신의 지갑을 사랑하는 것과 형제를 미워하는 것은 질색하셨지만, 부조리한 행위를 미워하는 당신의 그 마음은 격하게 공감하십니다.
김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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