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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된 공간 흙 집] 창밖과 나 사이 생명이 흐른다 [부산일보 2005-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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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아래채 툇마루에서 도끼자루 썩는지도 모르고 한참을 앉아 있 었다.
나무 울타리를 넘어온 아랫집 감나무는 손에 잡혔고,휘휘 돌아가는 강줄기는 눈에 밟혔다.
빨간고추가 일광욕을 하고 있는 뜰을 지나 본채로 올라갔다. 12.5평의 아담한 흙집이다. 서재 겸 거실에는 서까래를 받쳐주는 도?높이까지 5단 책장을 짜넣었다. 작은 나무책상과 탁자도 들여놓았다. 강과 산을 한눈에 넣고 싶 어 동으로 남으로 대문만한 창을 냈다. 구들을 놓은 안방엔 옷장 을 대신해 대나무 시렁을 건너질러 놓았다.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예전1리 예전안마을. 지난 봄 첫 수필집 '산 너머에 내가 있네'를 내놓은 장문자(53)씨의 20년 소망이 현실이 된 공간이다. 부산서 30년 가까이 아파트 생활을 하다 운문산 자 락의 작은 흙집에 산지 이제 5개월째. 나무도 뿌리내릴 수 없는 시멘트 공간에서 살다 흙,나무,바람,물 이 만든 집에서 사는 호사를 누리기 위해 오랫동안 짠순이 노릇을 해야 했단다.
옛사람들이 손수 자기 집을 지었듯 그도 터고르기 부터 기둥 세우고,서까래 걸고,흙벽 만들고,대문 달기에 이르는 전과정에 힘을 보탰다. 그와 함께 경성대 전통흙집짓기 기술과정 강좌를 막 수료했던 50대 전직 노래방 사장님,육군 중위 출신 30 대 아저씨,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청년이 땀을 흘렸다.
지난해 11 월 바로 아래 할머니집 방 한 칸을 얻어 일꾼들 뒷일을 도맡아 쳐 냈다. 힘살대를 박고 대나무를 쪼갠 욋가지를 하나씩 촘촘히 가로 로 엮어 벽을 지탱하는 뼈대를 만드는 일도 묻고 배워서 익혔다. 된비알에서 흙과 돌을 나르느라 끙끙거리기도 했다. 백두대간도 종주할 정도로 건강했던 그였지만 난생 처음 응급실에도 실려가 봤다.
자신의 땀이 밴 흙집이 대견스러워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벽이 며 기둥을 하나씩 어루만진다. 누워 천장을 보면 지붕을 받치는 서까래가 그를 안아주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직 채 마르지 않 은 바닥엔 종이와 멍석만 깔아놓았다. 아파트에 살면서 누가 축축 한 시멘트 바닥에 종이 한 장 깔고 잘 수 있을까. 흙집이니 가능 한 일이다.
안개낀 날 광목을 풀어놓은 듯 뿌연 강물의 아름다움도,해거름께 바라보는 산빛의 명료함도, 흙집에 살면서 발견한 기쁨이었다. 20 0평 남짓한 텃밭 가꾸랴,아직 마무리가 덜 된 흙집 이곳저곳을 고 치랴 종종걸음을 치지만,그래야 살아있음을 느낀다. 순간순간 그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의 일원이 된 호사를 누리기 위해선 응당 치러야 할 수고란 걸 알기 때문이다. 흙과 함께 그 자신도 자연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흙집짓기 강좌 동기생을 위해 품앗이를 해 주는 이들도 찾아가 보 았다. 그들 역시 온갖 독성물질에 찌든 죽은 집 짓기를 거부하고, 자연과 사람을 모두 살리는 생태건축의 의미를 깨친 사람들이다. 그들처럼 우리도 자연 속에 아담한 흙집 한 채 지으면 어떨까.
글=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사진=김경현기자 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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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서 다섯 남자가 나무를 깎고 흙을 반죽하고 있다.
이곳은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한실마을. 울주군 언양 반구대에서 풀숲을 헤쳐가며 산 하나를 더 넘어야 하는 오지다. 구릿빛 얼굴을 한 이 들은 경성대 전통흙집짓기 기술 강좌 9기 졸업생들이다.
지난 7월 4일 터잡기가 시작됐다. 잡초가 우거진 200여평의 언덕 위에 본 채(19평)와 별채(6평)의 뼈대가 막 완성됐다. 집터 옆 가건물에서 여름 내내 합숙하며 땀 흘린 결과 나무의 속살 냄새가 진하게 풍 기는 골조가 완성된 것이다.
전통흙집에는 못 하나 박히지 않는다 . 홈을 서로 끼워 맞춰 놓으면 저희들끼리 서로 밀고 당기고 뒤틀 리면서 한덩어리가 된다.
이 집의 주인,아니 오는 10월 중순 주인이 될 이는 이재권(44·울 산시 남구 옥동)씨. 이씨는 울산에서 수학학원 강사로 일한다. 두 아이(고1,초등2)의 엄마인 아내는 지리산 꼭대기보다 접근이 더 어려운 곳에 흙집이 웬말이냐며 결사 반대했다. 이씨는 "나는 흙 집으로 가고 싶고 아내는 반대하니 이혼하겠다"고 친가와 처가 어 른들을 모셔놓고 폭탄선언을 해버림으로써 한 방에 반대여론을 잠 재웠다.
다음은 도편수 한덕섭(50·부산 동래구 온천동)씨. 20년 넘게 건 설기술자로 일한 특급기술사 자격증 소유자다. 철근 콘크리트 건 물 짓기에 젊음을 바친 그는 철근과 콘크리트는 틈이 생기면 부실 이 된다고 평생 배웠다. 그러나 이곳에선 반대로 나무와 흙은 숨 구멍이 없으면 부실이 된다고 한다.
김청수(57·부산 강서구 명지동)씨는 국밥집 주인이다. 흙집 주인 이 되고 싶어 촌땅을 사놓고 식당을 아들에게 맡길 시기를 기다리 고 있다. 턱수염이 더부룩한 그는 이번 공사에서 바심질(목재 가 공)을 도맡았다. 나이에 다소 버거운 노동과 합숙이지만 흙과 나 무에 갇혀 땀 흘린 이번 여름이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이라며 껄껄 웃는다.
또 하루빨리 도시의 생활을 때려치우고 싶다는 양동주(4 2·울산시 남구 신정동)씨와 흙집사업에 뛰어들고 싶다는 이종학( 36·울산시 남구 신정동)씨도 자신의 흙집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깊은 산속에서 흙집을 짓는 사람들. 으레 도인 아니면 호사가가 떠오르지만, 지금 한실마을에 모인 이 다섯 남자들은 도인도 아니 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호사가는 더더욱 아니다. 학원 강사,국밥집 주인,건설 기술자,무직자,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이 다섯 사람의 꿈을 현실화한 사람은 5년째 경성대에서 전통흙집 짓기 기술 강좌를 맡고 있는 윤원태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소장이다 . 매 학기마다 15명의 수강생을 배출하는데 최근 졸업한 9기생들 의 첫 작품이 바로 한실마을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각 기수 별로 동기생들은 서로의 집을 지어준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집이 부산 경남 일원에 여러 채. 윤 소장은 평면도를 그려주고 전화와 현장방문을 통해 기술적인 지도를 해 준다.
취재를 하느라 잠시 중단됐던 공사가 다시 시작된다. 한쪽에선 맨 발로 황토흙을 짓이겨 던진다. 황토흙을 받아든 이는 힘살대(세로 버팀목)에 가마니 짜듯 가로로 촘촘하게 박힌 대나무 욋가지를 메운다. 오늘 초벽작업이 끝나면 사흘 건조시킨 뒤 맞벽작업을 한 다. 다시 사흘 건조시키고 미장을 하면 벽이 완성된다.
집주인 이재권씨는 처음 터잡기를 하면서 '한 학기 수업을 받은 왕초보의 도편수와 목공들이 기둥을 어떻게 세우고,그 위에 대들 보며 동자기둥과 지붕은 어떻게 올릴까' 의심했었다. 그러나 장맛비에 나무가 크듯 거짓말처럼 집이 자랐다.
'진짜 내 가 흙집을 지었어. 못 하나 박지 않고 돌 나무 흙을 서로 다듬고 꿰맞춰서 자연과 하나 된 공간을 창조했어.' 나무 골조가 다 올라가면서 다섯 남자들은 땅과 나무들로부터 '참 수고했어' 하는 격려의 목소리를 듣는다.
집주인 이재권씨도 가 을볕에 깻단 터지듯 자꾸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점심 수발을 위해 이재권씨의 아내가 삽짝에 나타났다. 다섯 남자들은 배불리 점심을 먹고나면 맨땅에서 지상에서 가장 달콤한 낮잠을 잘 것이다.
글=이상민기자 yeyun@busanilbo.com 사진=김경현기자 view@
12평형 목구조 흙집 건축 예상 공사비 (단위:천원) |
공 사 명 |
공사비 |
비 고 |
기초공사 |
1,500 |
주춧돌/규준틀공사/주초놓기 |
나무자재비 |
4,500 |
수입목(서까래 육송) |
목공사비 |
6,600 |
도편수 1명,목수 4명 |
황토자재비 |
1,500 |
황토미장재,일반황토 |
황토미장공사비 |
2,000 |
미장공 2명,보조공3명 |
전기공사비 |
1,000 |
내부 배선 및 콘센트 설치 |
창호공사비 |
5,000 |
현관문1,방문2짝미닫이1,주방뒷문1,샤워실문1,부엌문2,주방뒷문1,거실창4짝1식,방창2짝2식,부엌창2식,샤워실창1식,주방창2식,픽스창1식 |
지붕자재비 |
2,000 |
방수시트,아스팔트슁글 |
지붕공사비 |
1,000 |
기능공 4명,보조공 4명 |
설비공사비 |
1,500 |
자재 및 배관공사(5인용 정화조 포함) |
방수공사비 |
500 |
욕실바닥 시멘 및 타일공사 자재비 포함 |
도장공사비 |
400 |
목재 오일스텐 칠,자재비 포함 |
토담공사비 |
2,500 |
공사비(돌 자재비 포함) |
구들공사비 |
1,000 |
구들공사비 및 구들자재비,굴뚝공사 포함 |
설계용역비 |
2,000 |
신고 및 준공서류 대행비 포함 |
공과잡비 |
1,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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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
34,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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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 직영공사 ※조명등,싱크대,보일러,붙박이장(자재비)은 별도 ※중참 및 점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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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흙집의 매력이...~꿈을 안고 언제인가 ~~~한번 살다가 자연으로 가는것이 ~~~
이곳 광주에서는 흙집이라 하지 않고 보통 황토집이라고 하는거 같아요...저도 200평을 구입하여 지을려고 했으나 복잡한거 같아서 스틸하우스를 지을려고 하는데...갈등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