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내가 좋아하는 고은 시인의 작은 시편, '순간의 꽃'!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집이다.
이 시집은 '책은 도끼다'를 보고 샀던 책이다.
시집에 손이 잘 가지 않았었는데, 박웅현의 글을 보니 꼭 사서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두 번 정도 읽고 줄을 그어놨었는데, 읽을 때마다 안보이던 시들이 또 눈에 보였다.
이미 봤던 시들도 다르게 다가올 때도 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꼈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았다.
그리고 고은이라는 시인의 대단함을 느꼈다.
('노벨문학상에 두차례나 유력한 후보로 오른 자랑스런 민족시인'이란다.)
고은 시인의 시는 정갈하고 담백한 것 같다.
그리고 짧지만 강력한 시들은 내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느끼면서 봤으면 좋겠다.
이 시집에서 몇 개의 시만 소개할테니, 가슴이 움직인다면 구매해서 보시길...^_^
*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씨앗
이렇게 시작해보거라
*
왜 지금이 천년의 이후이고
또 천년의 이전이란 말인가
지금의 지금
나는 술이 확 깨어버린다
술상머리 일어섰다
*
겨울 잔설 경건하여라
낙엽송들
빈 몸으로
쭈뼛
쭈뼛 서서
어떤 말에도 거짓이 없다
이런 데를 감히 내가 지나가고 있다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4월 30일
저 선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저 매미 울음소리
10년 혹은 15년이나
땅속에 있다 나온 울음소리라네
감사하게나
*
개미행렬이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결코
이 세상이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하는 것인지 몰라
햇볕이 숯불처럼 뜨거운 한낮 뻐꾸기 소리 그쳤다
*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들녘을
물끄러미 보다
한평생 일하고 나서 묻힌
할아버지의 무덤
물끄러미 보다
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뺐다
*
할머니가 말하셨다
아주 사소한 일
바늘에
실 꿰는 것도 온몸으로 하거라
요즘은 바늘구멍이 안 보여
*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
내 집 밖에 온통
내 스승이다
말똥 선생님
소똥 선생님
어린아이 주근깨 선생님
*
왜?
왜?
왜?
청명한 날
다섯 살짜리의 질문이 바빴다
그런 왜? 없이는
모두 허무인 줄을
그 아이가 알고 있겠지
첫댓글 가슴이 숙연해지는 글들이이네요 구입해서 천천히 더 읽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수필같이 담백한 고은의 시
저도 좋아합니다.
아~~~
. . .
네. . .
아 영축소식에 올리고..
본'순간의 꽃
제목에 감탄하네요~
나눔 좋아요!
'이런 데를 감히 내가 지나가고 있다'
이런 글을 감히 내가 읽고 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