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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km
유수연
13기 선배들과 15기 부모님들, 남은 쌤들이 배웅을 해주시고 버스를 타고 도보의 첫출발을 하기 위해 달리고 달렸다. 2시쯤에 진도에 도착하고 너무 배가 고파서 김밥을 기다리다가 우걱우걱 먹었다. 첫 출발을 해서 진도대교를 걷는데 영화<명량>에서 봤던 것처럼 회오리가 쳐서 신기했다. 첫 출발이었지만 숙소에 도착했을 때 다 끝냈다는 느낌이 좋았고 행복했다. 저녁은 조끼리 해서 먹는데 우리 조는 김치찌개를 했다. 그런데 애들이 너무 맛이 없다고 해서 다른 요리도 망할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7시 40분쯤부터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오셔서 빨리 설거지하는데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곳이 1곳 밖에 없어서 빨리 끝내기엔 어려웠다. 유가족분들을 만날 시간이 되자 3분이 오셔서 그때 그 상황을 잘 설명해 주셨다. 마지막에 질문하는 시간이 왔을 때 김민지 학생의 아버지가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하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진짜 잊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km밖에 안 걸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19km를 걷는 내일이 너무 걱정됐다.
아침밥인 샌드위치를 어제 김치찌개처럼 망하지 않기 위해 조금 열심히 했다. 식빵이 조금 탔지만, 나머지 재료들이 맛있어서 그다지 맛이 없지는 않았다. 점심인 주먹밥을 만드는데 비닐장갑이 없어서 숟가락으로 열심히 했지만, 주먹밥이 아니라 볶음밥이 되었다. 출발하기 전에 13기 선배들이 주신 편지를 받았다. 나는 채민이 언니가 써준 편지를 받았는데 팁이 많이 쓰여 있어서 좋았다. 출발하고 계속 걷는데 우리 조 깃발을 들고 있던 애가 깃발을 읽어버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깃대는 찾았는데 천이 보이지 않아서 ‘진짜 읽어버렸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떤 애가 가지고 있던 거였다. 점심 먹을 때 쉬는 시간이 많아서 애들이랑 놀고 장난도 쳐서 재미있었다. 진짜 힘들었지만 버티고 걷고 걷다가 숙소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학교인 줄 알았는데 체험관이었다. 나는 체험관이 학교처럼 클 줄은 몰랐는데 시설이 좋다는 낑깡쌤에 말에 안으로 들어갔다. 샤워실이 화장실이랑 따로 있고 방도 진짜 넓어서 좋았다. 밖에서 저녁으로 된장찌개를 만들었는데 하늘이 완전 빨갰다. 불이 난 줄 알았다. 애들이 저런 하늘 처음 보냐고 물었는데 나는 처음 봐서 놀랐다. 내일 아침인 짜장밥을 만들기 위해 저녁에 미리 짜장 소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모르고 젖지 않고 계속 끓여서 탔다.
아침에 뒤척이다가 하연이가 산책하러 나가자고 해서 산책하러 나갔다. 걷다가 종혁쌤을 만났는데 종혁쌤이 태풍이 진도에 올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건물 하나를 부실 수 있는 태풍이라고 하셨다. 아침을 만들 때 어제 탔던 짜장 소스를 데워서 먹는데 내가 또(앗, 싫수..) 밑에 탔던 걸 긁어 버려서 또 요리는 망했다ㅜ 출발을 했는데 발이 너무 심하게 아팠다. 중간에 애들이 많이 힘들어해서 푹 쉬었는데 그때 이후로 아프지는 않았다. 계속 가다가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서 힘이 쭉 빠졌다. 하지만 바다가 앞에 있어서(바다에서 노는 건 참을 수 없지!!) 바다에서 놀았다. 완전 물이 차가웠지만 재미있었다. 씻고 저녁으로 떡볶이를 만들려고 애들을 모았는데 해빈이랑 형석이가 요리한다고 해서 애들한테 맡겼다. 애들이 떡볶이에 카레 가루를 넣어서 신기했는데 먹어보니까 정말 맛있어서 놀랐다. 자기 전에 채민이 언니가 써준 편지에 물통에 물을 담고 얼리면 좋다고 해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잤다.
출발하기 전에 어제 얼려놓은 물을 꺼냈는데 완전 시원해서 좋았다. 걸을 때 처음에는 발이 가벼웠는데 점심 먹을 때가 가까워질수록 발이 너무 아팠다. 발밑에 돌이 마사지가 된다고 생각하고 걸었는데 고통을 즐기니까 조금 괜찮아졌다. 걷다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려고 만든 ‘기억의 숲’을 들렸다. 기억의 숲이 관리가 잘 안되어있어서 풀이 종아리까지 자라있고, 나무들의 이름표가 붙여져 있어야 하는데 그게 다 때져 있어서 보기가 어려웠다. 기억의 숲을 보고 걷다가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앞에 가방만 놓고 팽목항에 갔다. 팽목항에는 사람들이 그린 그림들과 글씨들이 있었다. 유가족분들이 쓴 편지들도 있었는데 그리움의 생각들이 보여서 너무너무 슬펐다. ‘기억관’에도 갔는데 허허벌판에 작은 컨테이너가 ‘기억관’이라고 해서 놀랐다. 기억 관이 있는 곳이 ‘세월호 희생자분들의 시신을 건져서 가족의 품으로 가는 곳’ 이였기 때문에 그곳에 ‘기억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기억 관에 들어가 보니 편지들이 있고 사진들도 붙여져 있었다. 수습을 아직 못한 5분의 사진들이 제일 크게 있었다. 거기에 다섯 살짜리 어린애도 있었다.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서웠을까? 우울한 마음으로 숙소에 들어왔다. 조금 방이 작았다. 시간도 늦었고 밥 해먹을 곳도 별로 없어서 부모님들께서 쏴주신 뿌링클 순살 치킨을 먹었다. 굳굳
오늘 12km를 걷는데 점심밥을 12시 30분에 숙소인 국악원에서 먹어야 해서 빨리 준비했다. 여러 쌤들이 밥을 지어주시고 우리들은 나갈 준비를 했다. 걸을 때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데 깃발이 바람에 휘날려서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다. 산이 완전 오르막이랑 내리막이 많아서 더 힘들었다. 오르고 올라서 국립국악원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데 정말 맛있었다. 조금 쉬다가 장구도 배웠는데 쌤이 잘 가르쳐 주셔서 재미있었다. 장구를 배우고 많이 쉬다가 국악 공연을 봤다. ‘백경우’라는 사람이 추는 춤을 중심으로 한 공연이었는데 너무 춤도 잘 추고 악기도 잘 다루셔서 재밌었고 멋있었다. 공연을 보고 나서 저녁 시간이 돼서 식당으로 갔는데 갈비가 나와 있었다.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토요일이어서 언니가 집으로 왔을 것 같아 산아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봤지만 ‘전원이 꺼져있어’라고 나왔다.
아침에 일어날 때 비가 정말 많이 오더니 밥 먹고 나갈 때는 비가 그쳐있었다. 오늘 7시에 일어났는데 10시에 출발하고 밥도 우리가 안 해서 엄청 한가했다. 출발할 때는 구름이 걷혀서 우리는 쨍쨍한 햇빛 속에서 걸었다. 숙소인 ‘강계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는데 확진된 사람이 들렸었어 폐쇄가 돼 있었는데 이장님께서 미리 말을 못 해서 미안하다고 더 좋은 숙소를 주셔서 감사했다. 이장님이 주신 숙소로 가기 전에 비가 계속 왔다 갔다 해서 판초를 입고 걸었다. 원래 오늘은 바닷가에서 노는 날이었는데 비가 많이 오고 파도가 세어서 못 논다고 해서 실망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해서 애들이랑 비를 맞으며 놀았다. 나는 씻어서 판초를 입고 놀았지만ㅋㅋ 쉬는 시간이 많아서 실컷 놀았다.
오늘 아침에도 비가 많이 왔다. 산아쌤이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밥도 안 먹고 빨리 가야 한다고 하셔서 산아쌤이 주신 밥은 먹고 빨리빨리 준비했다. 출발할 때는 비가 별로 오지 않았는데 출발하고 나서 몇십 분 뒤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판초가 바람에 따라서 왔다 갔다 했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판초를 입어도 비가다 옷으로 들어와서 먼저 씻었다. 씻고 3명끼리 팀을 만들어 감자라면을 끓여 먹었다. 숙소가 바다랑 가까이 있는 곳이었는데 태풍이 오늘 밤에 지나간다고 해서 우리의 안전을 위해 쌤들이 스타렉스로 다른 숙소까지 태워주셨다. 스타렉스를 타고 갈 때 바다를 봤는데 해변이 바다가 되어있었다. 곳 여기도 잠길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직원분에게 안전교육을 들으러 강당 같은 곳으로 갔는데 안전교육을 하다가 갑자기 성교육으로 넘어가서 당황했다. 남자는 성행위와 사랑을 따로 생각한다고 하고 여자는 성행위와 사랑을 같게 생각한다고 쓰여 있었고 남자가 지켜야 할 것에는 ‘여자가 싫다고 할 때는 멈춰야 한다’ 이런 식으로 쓰여 있고 여자가 지켜야 할 것에는 ‘어물어서 말하면 남자가 모르니 표현을 정확히 해라’라고 쓰여 있어서 너무 불쾌했다. 남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있고 여자를 피해자로 만드는 건지. 너무 구시대적 PPT였다. 저녁으론 부대찌개를 끓였는데 맛있었다. 해빈&형석 조합이 제일 괜찮은 조합 같다.
어제 새벽에 태풍이 심해서 깼다. 사실 에어컨을 틀어서 추워서 깬 것도 맞는 것 같다. 완전 창문이 흔들흔들하고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그냥 눈만 깜빡한 것 같은데 아침이 되어있었다. 비가 다 그치었고 태풍이 온 적이 없다는 듯이 잠잠했다. 오늘 아침 메뉴가 간장 계란밥이었는데 달걀이 없어서 산아쌤이 베이컨이랑 소시지랑 쇠고기 반찬을 주셔서 너무 맛있었고, 감사했다. 쇠고기 반찬은 점심밥에도 넣어서 점심 먹을 때 너무 맛있었다. 출발했을 때 오늘 20km 걷고 내일 10km만 걷는다는 생각으로 힘을 내며 걸었다. 근데 무릎이 너무 아팠고 발에는 물집이 다시 찬 것 같았다. 쉬는 시간이 오고 다시 걷는데 더 아팠다. 나는 쉬면 더 아파지는 것 같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너무 아팠다. 통증을 참고 숙소에 도착했다. 그때 진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저녁 메뉴는 라면하고 쌤들이 주신 삼겹살을 같이 먹었다. 우리 조 애들이 맨날 요리할 때마다 투닥거려서 투닥거리면서 요리해서 힘들었다. 정말 맛있었다!! 밥을 먹고 씻었는데 남자애들 방에 샤워실이 있어서 민지&소연이랑 들어갔는데 목욕탕도 있고 완전 컸다. 저녁에는 쌤들에게 롤링 페이퍼를 썼다.
고추참치가 아침밥인데 고추참치가 없어서 산아쌤이 그냥 참치랑 스팸이랑 달걀을 주셔서 스팸마요덮밥을 먹었다. 근데 간장을 안 넣어서 조금 아쉬웠다. 마지막 도보인 10km를 출발하는데 걷기가 힘들었다. 무릎도 아프고 발도 아프고 너무 덥고. 너무 힘들었다. 진도 타워가 보여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더 힘들었다. 거의 다 왔을 때 부모님들이 기다려주고 계셔서 감동했다. 단체 사진을 찍고 해단식을 했다. 귀찮았지만 재미있었다. 다 끝나서 안 거지만 우리가 길을 잃은 적이 있어서 132km가 아니라 136km를 걸었다는 거였다. 너무 힘들었다.
초등학교 1~6학년 동안 걷기 여행을 갔다 와서 도보를 가기 전에는 힘들 것 같지 않았는데 19km, 20km를 걸으니까 발도 너무 아프고 무릎도 아파서 힘들었다. 근데 힘듦 속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걷고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 행복했다. 그리고 점심시간 때는 쉬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진도가 풍경이 예쁘기도 해서 노을 질 때, 해가 뜰 때가 예쁘고 구름도 너무너무 너무 예뻤다. 민경이랑 하연이랑 더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고 15기랑도 더 친해진 것 같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