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철원 여행 -
(3) 겨울 한탄강 협곡 기행
깍아지른 협곡에 너비 60m의 수평암반을 흐르던 강물이 똑같은 높이의 3m 수직 절벽 아래, 또 다른 수평암반으로 일제
히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진다.물보라 포말들은 겹겹이 얼어붙어 광폭의 수직 빙벽으로 장관을 이루고, 협곡에 메
아리치는 폭포의 물소리는 찾는 이의 가슴을 움츠리게 한다. 한국판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철원 한탄강 직탕폭포의 겨울
아침 풍경이다. 세한의 천한(天寒)에 한탄강이 얼었다. 갓길 없는 강변이라 얼어붙은 지금이 유일하게 강을 걸어볼 수 있
는 철이다. 엊그제인 2월11일, 한탄강 얼음트레킹을 주선한 산악회를 따라 이곳을 찾았다. 오래 전 여름철에 찾아 보았던
곳이지만, 다시 찾은 겨울 한탄강 직탕폭포는 비범해 다시 봐도 처음 보는 듯 또 생경하다.
한탄강은 북한 지역 장암산(長岩山.1052m) 남쪽 자락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 휴전선을 내려와 한반도 중서부에서
남대천(화강)을 합류한 후, 다시 물길을 남서쪽으로 돌려 영평천(永平川)과 차탄천(車灘川)을 합류하고 전곡 도감포 앞
에서 임진강(臨津江)으로 흘러드는134,5km의 강이다. 그 사이 강은 평강고원과 철원평야의 용암대지(熔岩臺地)를 따라
흐른다. 27만여 년 전 평강 오리산(462m)에서 분출한 용암은 평강고원을 뒤덮고 전곡까지 흘렀었다. 용암이 분출할 때
마다 현무암 층은 층층이 쌓여가며 드넓은 용암대지를 만들고, 용암이 흘러간 자리에 물길은 긴 세월 강심을 깍아 30~40
m의 깊은 단애(斷崖) 협곡을 깎았다. 그리고 물길은 그 구비구비마다에 다시 현무암(玄武岩)으로 된 주상절리대(柱狀節
理帶)를 병풍처럼 둘러 세웠다. 한탄강은 깊고 검다. 협곡 좌우의 잿빛 현무암 그늘이 드리운 강은 푸르다 못해 더 검게
보이게 한다. 그리고 이 강은 또 강이름 표음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무겁다. 그러다보니 이 지역 역사와 겹쳐 생뚱맞게 오
해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한탄강은 그저 크고 넓은 여울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한탄. 漢灘)일 뿐이다. 하
긴 그 옛날 이 강이 흐르는 철원에 나라를 세웠던 태봉국의 궁예(弓裔)나, 3·8선 이북 지역이었던 철원을 한국전쟁 후 빼
앗긴 김일성에게는 한 많은 강(한탄.恨歎)이기는 했었다.
용암이 흘러가던 계곡을 따라 걸어간다. 물론 지금은 불덩이 계곡이 아닌 청정 유장한 한탄강이다. 그러나 이 강도 얼어
붙지 않으면 갈 수 없다. 굽돌이 용암하상 여울마다 켜켜의 얼음으로 덮힌 강 위를 걸어간다. 붉은 색 웅장한 철강 아치
교인 태봉대교(泰封大橋) 아래 강변을 타고, 큰여울 송대소(松臺沼)를 찾는다. 협곡 양안에 거대한 현무암 병사들이 웅
거한 체 자못 위압적이다. 현무암 주상절리대다. 현무암은 지표 가까이에서 용암이 굳어진 암석이고, 주상절리는 용암
이 빠르게 식으며 부피가 줄고, 그 사이 틈이 벌어져 다각형 단면을 가지게 되면, 그 절리면을 따라 침식이 일어나 수직
절리 벽이 된다. 철원 한탄강과 그 지류의 협곡엔 주상절리대가 많다. 특히 한탄강과 대교천이 만나는 한탄강 중류의 주
상절리대에는 직탕폭포(直湯瀑布), 송대소(松臺沼), 고석정(孤石亭), 순담계곡(蓴潭溪谷)으로 이어지는 명소들이 유명
하다. 이 곳 463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한탄강 승일교 곁에는 오늘날 한탄대교가 새로 놓여져 차도를 대신하고, 콘크리
트 쌍아치교인 승일교(承日橋)는 한국전쟁의 슬픈 역사를 안고 검버섯 핀 체 서있다. 한국전쟁을 전· 후해 북한과 남한
이 각각 절반 씩 놓은 다리다.
승일교 아래에서 고석정에 이르는 구간 협곡은 이전 상류와 전혀 다른 풍경이 있다. 현무암 지대가 아닌 여느 강변에서
볼 수 있는 화강암(花崗岩) 지대가 나타난다. 그 조금 아래에서는 강폭이 드넓어 지고, 얼음강이 마치 설원처럼 펼쳐진
다. 이곳 일부는 그 옛날 용암대지로 덮힐 당시에는 높은 지대에 속해 있은 듯 하다. 오랜 세월 침식된 화강암 하상암반
에 하얀 물굽은 유속 더 빠른데, 강가 우뚝한 화강암 바위들은 반질반질해 마치 커다란 목화꽃 같다. 현무암 협곡 한탄
강의 또 다른 풍경이다. 얼음강 위를 걸어 한 굽이 다시 돌아드니 드디어 고석정(孤石亭)이 나탄난다. 철원 8경 중 제1
경이다. 그 옛날 신라 진평왕이 순수(巡狩)하고, 고려 충숙왕이 머물렀다 던 그 유명한 협곡의 정자다. 그들은 이곳을
찾아 무엇을 보았을가. 두루두루 살피며 바라본다. 고석정 암봉은 수심 깊은 강심에서 솟은 거대한 화강암 기반암(基
盤岩)으로 오랜 세월 풍화되어 풍혈(風穴)이 숭숭하고, 그 위의 암반송(岩盤松)들은 협곡의 세찬 동한풍을 견디며 태산
준령의 동령수고송(冬嶺秀孤松)처럼 짙푸렇다.
고석정을 지나 다시 순담계곡(蓴潭溪谷)으로 향한다. 하상 트레일이 없어 협곡을 올라와 강변을 따라 난 길을 가야한
다. 한 굽이 돌아가니 한반도 지도가 나타난다. 감입곡류(嵌入曲流) 하천에서 가끔 형성되는 한반도 지형(地形)이 아
니라, 신기하게도 협곡의 검푸른 강물이 그려내는, 이를테면 수면지도(水面地圖)다. 그리고 다시 또 한 굽이 돌아가니,
이번엔 한탄강과 대교천이 만나는 합수머리가 나온다. 대교천의 협곡도 만만찮은데, 겨울철 갈수기 임에도 수량(水量)
이 엄청나다. 함께 한 산악회의 귀경시간이 임박해 더는 못가고 돌아선다. 대교천을 합류한 후 더 커진 한탄강은 순담
계곡을 또 어떻게 빚엇을까. 돌아서는 발길이 무겁다.
▼ 철원 한탄강 직탕폭포
< 직탕폭포 - 태봉대교- 송대소- 승일교- 고석정- 대교천 합수머리 - 순담계곡 >
▼ 태봉대교
▼ 태봉대교 상판 위 번지점프대
▼ 한탄강을 찾아 쉬는 물오리 떼
▼ 태봉대교 아래의 한탄강
▼ 송대소 일원 주상절리
▼ 송대소
▼ 철원 금학산(앞)과 고대산(우측 뒤)
▼ 한탄강 협곡
▼ 한탄강 한반도 모양 강(江)
▼ 승일교 주변 풍경
▼ 정원 대보름(2월 11일) 날을 맞아 미꾸라지 방생 의식을 하는 장면
▼ 승일교
▼ 한탄강 승일교 아래 화강암 구간
▼ 고석정
▼ 한탄강 본류에 대교천이 유입되는 합수머리 풍경
첫댓글 ^^ 감사합니다. 선생님과 함께 한 너무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네.
함께할 수 있어서
저도 즐거웠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