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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계간 시평 The Poet Society of Asia 원문보기 글쓴이: 시평 이해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의 버스’ 행사를 제안·기획한 송경동 시인(44·사진)이 구속 수감됐다. 부산지법 박미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집시법 위반 등 5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씨에게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주경태 판사도 송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직실장(43)에게 영장을 발부했다. 송씨 등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서울과 부산에서 5차례 열린 희망버스 행사를 기획하면서 야간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6월 12일 1차 희망버스 행사 때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51)이 크레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영도조선소에 무단 진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 7월26일 송씨 등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송씨는 이에 응하지 않다가 김진숙 위원이 농성을 끝낸 뒤인 지난 15일 부산 영도경찰서에 자진출석했다. 그는 출석하면서 “단 한번도 경찰의 폭력과 탄압을 두려워한 적이 없고 그런 당당함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13일 김진숙 위원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박성호(49)·박영제(53)씨,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본부 조직부장(48)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은 기각한 바 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법원이 김진숙 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송 시인과 정 실장이 자진 출석했는데도 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에서 스크랩하였습니다.>
송경동 시인과 첫 통화를 했던 날이 기억납니다. 한 · 아세안 시인 문학축전 때 원고 청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통화를 했습니다. 무슨 회의중인 것 같은데도 친절하게 받아주었고 원고도 제 날짜에 도착했습니다. 문제는 많은 시인의 원고를 정리하다 보니 어쩌다 송경동 시인의 원고를 놓친겁니다. 다른 시인들의 원고는 이미 영역을 담당하신 김정환 시인에게 넘어갔는데 송 시인의 원고만 그대로 있었습니다. 시일이 급해서 짧은 시로 다시 부탁했습니다. 시인의 입장에서 보면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일인데 넉넉한 말투로 흔쾌히 보내주었습니다. 무슨 꽃에 관한 시였는데 송 시인의 음색하고는 조금 다른 시였습니다. 다시한번 처음 보내준 「혜화 경찰서에서」를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김정환 선생님께 최초로 장문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마감이 지났기 때문에 머리를 숙이고... 제 실수로 빠졌다, 축전에 이런 시도 있어야 한다, 모두 제 불찰이다, 꾸벅~꾸벅~^^;; 문장 사이사이에 아이콘까지 넣어서 간곡히 부탁하였습니다. 답메일은 의외로 간단, 명쾌하게 왔습니다. 송경동 시인의 시를 잘 받았다고, 며칠까지 영역을 끝내 보내주겠다고..... 그래서인지 저에겐 송 시인의 「혜화 경찰서에서」는 축전이 끝나고도 가장 애정이 가는 시가 되었습니다. 그때 읽었던 시를 지금 다시 읽습니다. “단 한번도 경찰의 폭력과 탄압을 두려워한 적이 없다”고 말한 송 시인의 당당함은 "무엇을, 나는 불까//풍선이나 불었으면 좋겠다/풀피리나 불었으면 좋겠다/하품이나 늘어지게 불었으면 좋겠다"는 근원적 자유를 이미 몸에 지녔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풀피리나 불고 싶은 전라도 벌교 출신, 일명 촌뜨기 시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이 정권의 비열함을 개탄합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자동차 밑으로 손을 집어 넣는 황인숙 시인, 희망의 버스를 기획, 제안하여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송경동 시인에게 초등학교 시절 우리의 교실을 익혔던 석탄 난로, 그 위에서 지글거렸던 푹 익은 김치와 누룽지 도시락을 보냅니다. 키득거리며 점심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해수
혜화 경찰서에서
영장 기각되고 재조사 받으러 가니 2008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핸드폰 통화내역을 모두 뽑아왔다 난 단지 야간 일반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혀왔을 뿐인데 힐금 보니 통화시간과 장소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청계천 탐앤탐스 부근……
다음엔 문자메씨지 내용을 가져온다고 한다 함께 잡힌 촛불시민은 가택수사도 했고 통장 압수수색도 했단다 그러곤 의자를 뱅글뱅글 돌리며 웃는 낯으로 알아서 불어라 한다 무엇을, 나는 불까
풍선이나 불었으면 좋겠다 풀피리나 불었으면 좋겠다 하품이나 늘어지게 불었으면 좋겠다 트럼펫이나 아코디언도 좋겠지
일년치 통화기록 정도로 내 머리를 재단해보겠다고 몇년치 이메일 기록 정도로 나를 평가해보겠다고 너무하다고 했다
내 과거를 캐려면 최소한 저 사막 모래산맥에 새겨진 호모싸피엔스의 유전자 정보 정도는 검색해와야지 저 바닷가 퇴적층 몇천 미터는 채증해놓고 얘기해야지 저 새들의 울음 저 서늘한 바람결 정도는 압수해놓고 얘기해야지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이게 뭐냐고
송경동 1967년 전남 벌교 출생. 서울시 구로2동 거주.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꿀잠』과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이 있음. <천상병詩상>, <거창평화인권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