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가 지난 10일 영세상인들의 절박한 목소리로 뒤덮였다. 이들의 부르짖음은 "쫓겨나는 상가세입자의 생존권(生存權)을 보장해 달라"로 모아졌다. '건물주는 탐욕을 멈춰라!'라는 피켓에서 보듯 그 이면엔 건물주와 임차상인과의 심각한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바오젠거리의 역사는 지난 2007년 45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차 없는 거리'로 시작됐다. 이후 2011년 7월 중국의 바오젠그룹 직원들의 대규모 제주방문을 계기로 '바오젠거리'로 공식 지정됐다. 날로 증가하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조치였다. 이에 힘입어 중국 관광객이 대거 몰리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었다. 상가의 간판이 대부분 중국어를 같이 쓸 정도로 상당수의 상가가 중국인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볕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이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가 상가 임대료 폭등(暴騰)과 영세업자 몰아내기다.
참여환경연대가 지난 1년간 바오젠거리 상가 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40%에 달하는 곳의 건물임대료가 50%에서 최고 223%까지 급등했다. 20%~49% 인상된 곳도 40%에 달했다. 전체 20곳 중 임대료가 오르지 않은 건물은 단 한곳 뿐이었다.
이번 대규모 시위는 한 업자가 바오젠거리 한켠의 건물을 통째로 구입한 후 해당 건물에 입주해 있는 8개 업체의 상가세입자를 내쫓으며 비롯됐다. 이를 위해 임대료 연체를 명목으로 명도소송을 진행해 강제 철거하는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됐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허점(虛點) 등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횡포가 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바오젠거리 전체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바오젠거리를 지정한 것은 중국 관광객 유치를 통해 주민들의 소득 향상을 위한 것일 터다. 하지만 현실은 주변상가 및 영세상인들을 옥죄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자치도 등은 건물주와 임차상인과의 단순한 갈등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상생(相生)의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행정이 할 도리이고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