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5
11. 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김시습) 줄거리
송도에 사는 소년 선비인 이생이 어느 날 서당에 갔다 오는 도중 선죽리에 사는 방년 16세나는 최가의 딸과 시로써 통정하고는 귀가하지 않고 최씨집 별당에서 그 처녀와 즐거운 며칠을 보냈다. 그 후에도 그들은 자주 만났다. 이를 눈치챈 이생의 부모는 크게 노해서 이생을 고향인 울주로 보냈다. 몇 개월이 지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최 처녀는 상사병이 들어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최 처녀의 부모는 중매를 보내어 청혼을 하였다. 이생의 부모는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여 처음에는 거절하였으나 재삼 구혼하는 바람에 결국 승낙을 하였다. 약혼이 성립되고 추방되었던 이생이 돌아오니 최 처녀의 병도 낫게 되었다. 그들은 결혼 후 행복하게 살았다.
그 후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 피난통에 양가의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난이 평정되어 이생이 집으로 돌아오니 집은 황폐화되고 가족의 생사도 알 수가 없었다. 이생이 슬픔에 잠겨 있는데 그날 밤 죽은 아내의 환신이 돌아온다. 그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여인은 자신의 해골을 거두어 장사 지내 줄 것을 부탁하며 이생과 작별한다. 이생은 몹시 슬퍼했으나 아내의 육체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생은 아내의 유언을 좇아 양가 부모들의 시체를 찾아 장사를 지냈다. 그 후 이생도 오래 살지 못하고 병들어 죽었다. 이웃들이 그들의 절개를 칭찬해 마지않았다고 한다. 금오신화(金鰲新話)
핵심정리
연대 : 세조 때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이지만, 작가의 작위적 노출이 많이 제거되어 관찰자 시점으로도 보인다
바탕 : 시애설화(이미 죽은 연인의 혼백이 나타나서 산 사람과 동거하는 설화)
형식 : 한문소설, 전기소설, 염정소설, 단편소설
성격 : 전기(傳寄)소설, 명혼소설
주제 : 죽음을 초월한 남녀간의 사랑, 여인의 정절과 생사를 초월한 영원한 사랑
의의 :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로 조선 시대의 소설, 특히 한문 소설의 발달에 큰 영향을 주었다.
등장인물
이생 : 시문에 능하고 수려한 외모를 지닌 선비. 부친의 명령을 무조건 복종하는 점에서 유교 사상에 충실한 인물
최낭자 : 당대에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전반부에는 남녀 주인공의 자유연애를 설정해 놓았고, 후반부에서는 '만복사저포기'와 같은 인귀교환설화로 구성해 놓았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이승과 저승의 한계를 뛰어 넘은, 즉 죽음을 초월한 남녀간의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전반부에서 보여준 이생과 최 여인의 현실적 사랑은 당시 유교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처럼 관습을 과감히 깨뜨리고 실천한 행위는 작자의 솔직하고 대담한 애정관의 반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아직도 유교적 관념으로서는 저항감을 느끼게 한다. 전반부에서는 한 편의 '염정소설'을 형성하고, 후반부에서는 '전기적 소설'을 형성하여 유교적 관념으로서의 저항감을 작가는 극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모방의 대상인 '전등신화'의 어느 한 편만을 모방하지 않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서도 플롯이나 테마 면에서 독창성을 충분히 발휘하여 완전한 하나의 창작 소설을 만들어 내었다.
'이생규장전'은 이생과 최씨 낭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 글은 그 발단부로, 인물과 배경이 소개되고 있다. 이 글에 이어 이생은 부모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최씨 낭자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엄격한 유교적 관습에 저항하여 자유의사에 의해 만나고 혼인한 것은, 작자의 진보적 애정관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렵게 성공한 두 사람의 사랑은 홍건적의 난리에 최 낭자가 죽음으로써 깨어지게 되고, 이생은 난리가 끝나자 돌아온다. 여기까지가 현실의 이야기이다. 이어 작자는 깨어진 현실을 후반부인 최 낭자의 환신(幻身)에 의해 다시 이어지게 한다. 곧, 이상의 세계를 낭만적 환상의 세계에서 실현시키고자 한 것이다. 현실적 고뇌와 갈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보인 점에서 그 작가 의식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후반부로 '만복사저포기'와 같이 인귀 교환 설화(人鬼交歡說話)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육조(六朝) 이래 중국 전기(傳奇)의 전형적인 구성 형식의 하나이며 전통적인 동양 설화의 구성 형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작중 인물이나 배경 설정에 있어서도 현세(現世)와 비현세(非現世)의 이중 구성(二重構成)을 취하고 있으며, 특히 플롯의 진행을 지배하고 있는 힘은 오직 초인간적, 초자연적인 신력(神力)에 의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작품도 그러한 성격을 띤 것으로, 전체적으로 보아 전반부는 이승의 현실적인 사건을 다루었고, 후반부는 저승과 이승을 초월한 세계를 그려 이중 구성의 묘미를 살렸다. 또한 부부의 인연을 삼세(三世)까지 이어가겠다는 구성의 전개는 초인간적,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한 전기 소설의 한 전형을 보인 것이라 하겠다
이생규장전의 전개방식
이 작품은 주인공들의 만남과 시련 및 이별이 거듭되는 복합 구성의 양상을 보인다. 주인공들 사이에 일어나는 세 번의 시련은 '부모님의 반대', '난리로 인한 부인의 죽음', '삶과 죽음을 가르는 명부의 법칙'이다. 이 중에서 '부모님의 반대'는 두 사람의 지극한 사랑으로 해결이 되지만, '부인의 죽음'은 절망적이다. 그러나 김시습은 전래의 설화에서 볼 수 있는 명혼, 즉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화소를 도입하여 환상적이고도 애정한 사랑 이야기를 엮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