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러시아 노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에서, 러시아 국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자회사 오로라 포함) 여객기를 타고 귀국하려던 우리 교민들은 이제 마지막 기대도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해외 체류 자국민의 귀국을 위해 제한적으로 운항해온 특별 전세기편마저 4일부터 운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러시아인을 귀국시키기 위해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출발하는 아에로플로트 전세기편을 이용하려던 우리 교민들의 발도 완전히 묶였다. 남은 것은 우리 정부가 보내주는 특별기(대한항공)다. 그 특별기가 언제 뜰지는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에로플로트 항공사는 러시아 연방항공청의 지시에 따라 4일부터 모든 국제선 노선의 전세기 운항을 취소했다. 3일 미국 뉴욕으로 가려던 항공편도 마찬가지다. 뉴욕으로 모스크바로 돌아올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7일 모든 국제선 정기항공편 운항을 금지한 뒤 자국민 귀국용 전세기 운항만 일부 허용했다. 그것도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의 하루 입국자를 500명으로 제한하더니, 급기야는 입국 자체를 막은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신종 코로나(COVID 19) 확산을 막기 위해 과감하게 취한 '한달간 임시 휴일'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등 각 지방정부는 임시 휴일 기간 불필요한 이동을 차단하는 중인데, 외국으로부터의 귀국은 그 자체가 '사치'라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입국자는 신종 코로나 감염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다. 또 확진자는 3일 현재 4천149명으로 늘어나는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당국의 이번 조치에 따라 러시아 교민의 빠른 귀국을 위한 특별기 운항 편성이 시급해 보인다. 오는 7일 모스크바를 떠날 대한항공 화물기(여객기)를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이 260명 안팎인데, 러시아 체류에 불안을 느낀 주재원 가족과 유학생 등 추가 귀국 희망자를 위한 특별기 운항이 불가피하다.이들은 당초 러시아의 자국민 귀국 전세기편을 이용해 서울로 나올 계획이었다.
주러 한국 대사관 측은 러시아 항공당국에 문의한 결과, "외국에서 자국민을 싣고 오는 항공편만 중단했다"며 "러시아 내 외국인들을 본국으로 데려가기 위한 외국의 특별 항공편운항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노선만이 아니다. 극동 하바로프스크를 출발해 서울로 가려던 러시아 항공사 아브로라(오로라)의 HZ 5450편 여객기도 운항이 취소됐다. 해당 여객기를 이용해 귀국길에 오르려던 한국 교민 약 100명의 발길이 묶인 상태다. 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울로 떠나려던 항공편도 모두 중단됐다. 극동 지역에 머무르는 교민들을 귀국시키기 위한 특별기 편성도 시급한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