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되어야 할 삶은 없다
이찬혁, 약수노인복지관
코로나19 이후 도시락을 전달하면서 겪었던 일을 반성하고 성찰하기 위해 쓰게 되었다.
많은 사회복지기관이 무료급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해왔던 사업이고,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재가복지사업에서 가장 기초로 진행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기관에 따라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복지관 소속 직원 혹은 자원봉사자가 전달하는 방식이다.
기관에서 한정된 시간에 많은 대상자에게 전달을 해야 하다 보니
‘서비스’에 초점을 둘 경우 도시락을 주고받는 시간이 5분을 넘기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 사람과 관계하는 시간이 5분도 걸리지 않는 것이다.
근래 복지관에 신입 선생님이 입사하여, 직원 교육으로 지역탐방 겸 당사자께 도시락을 전달하러 간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임대아파트를 갔고, 다음에는 비적정주거지(쪽방촌, 고시원, 여인숙 등)에 방문했다.
적정 주거와 비적정 주거를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들이 더 취약한 환경에서 거주하게 된다고 설명하면서 가정방문을 했다.
그 중 명동 번화가 외곽에 있는 가정에 방문하면서,
‘이곳이 명동의 명암을 보여주는 곳이다. 걸어서 5분만 가면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이 있는 곳인데,
여기에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있다’ 라는 설명을 하면서 가정에 방문했다.
그리고는 신입 선생님이 당사자의 삶을 생동감 있게 바라볼 수 있게
주소와 성함을 알려주어 찾아뵙도록 하고 뒤에서 동행하였다.
그 신입 선생님은 적정주거지와 비적정주거지를 그리고 그곳에 사는 분들을 만나고
취약한 분들’의 삶을 모습을 배운 좋은 기회였다고 말해, 교육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 후에 몇 번 도시락을 전달하기 위해 가정들을 방문하면서
그분들에게 대하는 나의 태도가 잘못된 느끼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가정을 가야되다보니’ 인사를 하고 도시락만 전달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한 당사자가 한 말이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지금 내가 코로나 걸렸을까 봐 인사만 하고 빨리 가는 거예요?”
‘한정된 시간’, ‘많은 가정’이라는 핑계로 당사자의 삶을 비참하고 소외되게 만든 것이다.
또한, 그분들의 삶을 박물관에 전시된 것 같은 ‘소외된 약자의 삶’으로
신입 선생님에게 보여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복지사는 약자를 많이 만나는 만큼, 당사자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사회복지사가 당사자를 대하는 태도가 지역사회가 그분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로 반영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강점을 바라보기보단 너무 취약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사회복지사가 어떤 상황에도 잊지 말아야 할 근본인 사람다움을 잊은 실천이었다.
묻거나 의논하지 않은 채 서비스만 진행하여 무심해졌고 그 결과 당사자가 소외되었다.
소외되어야 할 삶은 없지만, 나의 태도가 그분의 삶을 소외되게 만든 것이다.
이때의 나는 과연 사회복지사였는지, 배달의 민족 직원이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복지 실천을 하면서 ‘사람’이 아니라 ‘서비스’에 집중하여 서비스를 하는 것은
존중이 없는 무의미한 서비스 제공만을 남긴다.
도시락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당사자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지,
당사자 또한 어떤 것들을 먹고 싶은지,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여 궁리하여야 한다.
이때를 계기로 사회복지 실천을 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근본을 마음에 다시 새기고,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기반으로 누구나 살만하고, 더불어 사는 이웃과 배려가 있는 지역을 만들어
정붙이고 살만한 지역을 만드는데 더 힘쓰고자 한다.
첫댓글 책방 꾸준히 오셔서 여러 책 구매하여 읽으며 조금씩 실천에 적용한다는 이찬혁 선생님.
지난 추석 연휴 때 실천 이야기 여러 편 나눠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나에게서, 내 일에서!
복지관 후배 사회복지사와 <월간이웃과인정> 읽기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