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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 박노수 (1927~)
1927년 충남 연기 출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독자적인 채색과 여백의 미를 화면에 구현해 이미 28세때 제 4회 국전에서 <선소운>이란 인물화로 대통령상을 수상
그의 작품은 북화적인 큰 스케일과 남화적인 정신세계가 잘 어울려 새로운 한국화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세련되고 계산된 공간처리의 결과로 창조해 낸 단순하고 장식적인 화면,맑고 청신한 색채는 남정의 작품을 독자적인
한국화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또한 작품속에 깃든 맑고 고요한 품격은 작가 자신의 드높은 정신세계를 비추고 있다.
대학생일 당시 잘 들어오시지도 않았던 교수에게 박노수는 그림이란 무엇입니까?" 란 질문을 끊임없이 물었다고
그림이란 여운이야...."라고. 교수는 말했고
박노수는 여운이란 한마디를 안고 그의 작품세계를 완성 하였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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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작가가 된 이후 처음으로 테마 산문집을 출간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가장 자주 찾아가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장소 열 군데에 얽힌 사연을 담은 책이다.
그 책에 태안반도가 실려 있었다.
물론 내가 책에서 다룬 태안반도는 기름 유출의 끔찍스러운 재앙을 당하기 전의 한없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그야말로 泰安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반도에 관한 얘기였다.
내가 직접 찍고 소장한 태안반도의 아름다운 사진들을 책에 수록할 때는 현재의 태안반도가 마음에 걸려 꽤
오래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과거의 아름다움을 상기하고 현재의 상처를 더욱 보듬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는 태안반도의 예전 모습을
수록하고 그 진경의 내면에 담긴 넉넉한 품성을 그리워했다.
책을 출간한 직후, 뭔가를 확인하고픈 마음에 다시 태안반도를 찾아갔다.
그 동안의 변화도 궁금했지만 태안반도로 향하던 국민적 관심이 최근에는
쇠고기 문제'와 촛불로 쏠려 왠지 뒷전으로 밀려난 기분이 들어서였다.
다소 긴장한 마음으로 찾아간 태안반도는 주말인데도 이를 데 없이 한적했다.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루던 안면도의 백사장항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파시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좌판이나 수족관에도 예전처럼 많은 조개와 생선이 담겨 있지 않고 상인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없어 보였다.
이곳저곳 들어가 본 해수욕장은 모두 외형상으로 말끔해 보였으나 사람이 거의 없어 텅 빈 공간을 한가롭게 떠도는
갈매기들의 몸짓은 한없이 무료하게 보였다.
백합과 육종마늘 축제를 한다는 숱한 안내표지와 현수막이 도로에 나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을 찾아가는 차량 행렬은 거의 없어 태안반도의 적적한 현실이 역으로 강조되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태안반도로 몰리던 봉사의 발길을 다시 부르고 싶은 게 아니라 이제는 조심스럽게 다시 태안반도로 돌아가 휴식하고
안식할 수 있는 여유를 회복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중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면 소식을 접한 주변사람들이 앞 다투어 문병을 간다.
하지만 쉽사리 완쾌되지 않고 오랜 투병이 필요할 경우 사람들의 발길은 차츰 뜸해지고 나중에는 풍문으로 병자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러다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마지막으로 문상을 한 번 더 가는 게 세상인심의 패턴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런 정황을 반영해 나는 종종 태안반도를 의인화한다.
장기투병 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상태, 한때 문전성시를 이루던 문병객들의 발길이 거짓말처럼 끊겨 이제는
병자 홀로 깊은 소외의 늪으로 가라앉아 가는 시간이다.
신두리 사구 해변에는 진분홍 해당화가 피어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모래밭, 깊은 정적 속에 꽃은 숨죽이고 있어도 자연의 놀라운 생명활동은 계속되고 있었다.
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어 해당화의 꽃가루를 모으는 장면…
자연의 활동이 그와 같을진대 어찌 태안반도로 향하는 발길에 저어함이 있을까보냐.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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