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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봄호) 대지 신인문학상 단평
인묵 김형식
ㅡ. 첨부:
1). 선정 심사표 1부
2). 작가별 심사대상 시 24편
☆☆☆☆☆☆☆☆☆☆☆☆☆
■1. 김진심 시평
시인은 '내세울 게 없지만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아주 평범한' 냉이된장국을 끓이고 있는 가정주부라 자기를 소개한다.
인생은 시이고 예술이다.
시인은 희로애락을 시로 승화시키는 창조주다. 시는 천하제일의 궁전이고 권력이며. 금은보화이고, 천하제일의 행복이다.
모든 것은 순간이지만, 시는 영원하다. 냉이된장국을 끓여내고 있는 이평범한 시인은
전지전능한 ‘시신詩神’을 그의 충신으로 거느리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시인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
■2. 변철균 시평
시는 죽엄이 삭고난 습골과 같아야 한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詩는 抽象과 隱喩로 짓는 집이다.
이는 시인을 탁월하게 하는 두 기둥이다. 시인은 그 집에서 영생하는 것이다. 그러한 시라야 만 독자의 영혼을 불러 친구가 될 수 있다.
시 '가을 풍경' '매미' '김장배추' 수작이다. 더욱 정진하여 우리 문단에 시인으로서 소임을 다해주시기 바란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
■3. 신임숙 시평
심사에 오른 심임숙시인의 시 중에서 시 [ 담쟁이의 꿈]을 들여다본다.
시인은 담쟁이의 꿈을 시인의 꿈으로 환치, 삶의 텃밭을 일구어 놓았다. 그 속에서 시를 쓰는 당위성을 귀결해 냈다.
두보(杜甫)가 닭의장풀을 일컬어 ‘꽃이 피는 대나무’라 했던 경구가 떠오름은 왜인가? 아마도 담쟁이의 거칠고 억척스러움이 번식에 강한 대나무의 생명력을 빼닮아서일 터이다. 창작성이 돋보인다.
자기 자신의 말과 사유로 시를 쓰는 진정한 시인이 되길 바란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
■4. 정광덕 시평
시인이 펼쳐 보이는 세계는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환상적이다.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로 우리들을 인도하며 들꽃 향기 같은 신선함을 가져다준다.
시인의 세계는 상상력의 세계다. 시인은 그 상상 속에서 아름다운 시어를 유추해 내야 한다.
시 ' 어머니의 흔적'이 그렇다.
독자들의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시로 평가한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
■5. 정권대 시평
시는 형이상학形而上學적인 언어라 할 수 있다.
시는 사실의 언어가 아니고 진실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살과 피가 되지 않는 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의 삶의 텃밭에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시인만이 만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영원불멸의 삶을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더욱 정진하시어 우리 문단에 큰 족적 남겨 주시기 바란다.
수상 축하드립니다.
◇◇◇◇◇◇◇
■6. 정혁재
시인은 동일한 어휘, 표현을 반복함으로써 사진 속에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노래로 꺼내 놓았다. 시 '가족사진'속에서 반복되는 시어 '있고'와 '모습' 위에 가족들의 표정이 그렇다. 그러면서 나도 있네/세상 겁났나/잔뜩 겁먹은 차릿 모습//
아버님 어머님 빠지고/마누라 들어왔고/며느리 들어오고//
손주 축복에/집안이 환하다/는 어느 생일잔치 모습일 것이다.
노래는 이어지고
이렇게 환한데//나할일/다한 건가/
이제 남은 건/내 사진 정리란 말인가. ‘안’과 ‘밖’의 대비, ‘이쪽’과 ‘저쪽’이 하모니를 이룬다.
독자의 콧날을 맵게 하는 수작이다.
눈물샘이다. 눈물 속에는 사랑이 살고 있다. 기대된다.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
■7. 한수아 시평
우리 인생의 끝은 한수아 시인의 시 [보솜 에미냐] 속의 엄마와 같고, 어느 누구도 이 늙음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소리 지르느라/엄마 마음의 소리를/못 알아들은/철적은 딸//
파르르 떠는/ 겨울밤 별들에게/ 하고픈 말 실어 보내면/ 이제는 알아들으시려나?//엄마/ 걱정하지 마시고/ 전화 주세요/ 이제야/ 철나서 열리는 가슴으로/ 다 들을게요//
새롭게 시인의 이름을 얻은 한수아의 시들을 살펴보았다. 그녀가 제공한 시편을 점검하면서, 어렵고 힘든 삶을 구체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하는 현실주의자로서의 시인을 만날 수 있었다.
시인(詩人)은 누구인가?
순결한 영혼을 지닌 제2의 신(神)입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
■8. 호경숙 시평
詩聖 괴테(Goethe)는 일찍이
'창작이란 자기를 해방시켜 주는 것이라' 했다.
시인의 경험을 뜨겁게 가슴으로 녹여내는 시를 내놓기란 쉽지 않다.
시는 언어의 꽃이다,
호경숙 시인의 시적 재능은 언어의 충복에서 언어의 창조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어 하나, 토씨 하나에도 자기 자신의 영혼을 불어 넣어 놓고 있는 시인의 내공이 돋보인다.
시인이 되기는 쉬워도
시인의 그 길은 험난하다.
시인은 오직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기만의 시어를 찾아 시공을 헤매야 한다. 심마니가 되어야 한다.
대지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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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별 선정 및 심사 시편 모음
1. 김진심의 시 3편
ㅡ. 꿈꾸는 목련/ 김진심
도시의 콘크리트
가로수 옆길
칼바람 세례를 받으며
전령처럼 서 있는
그대 이름은 목련
봄은 아직 까마득한데
성급한 꽃눈은
버들강아지를 닮아
토실토실 여물고 있구나
거센 바람 눈보라
얼굴을 할퀴어도
아름다운 봄날
연미색 날개옷 입고
연주할 그날을 꿈꾸며
오늘의 이 아픔
의연한 몸짓으로
바람결에 흘려보낸다
ㅡ. 냉이된장국/ 김진심
문풍지가 파르르 떤다
두 손 깊숙이
호주머니에 손을 묻고
시장 좌판을 뒤졌다
오밀조밀 붉은색을 띤 냉이가
제법 구미를 당긴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끓여주신
구수한 냉이된장국이 맴돌아
한 소쿠리 사서 가지고 왔다
삶아 데친 파란 냉이에
구수한 된장 몇 수저
고춧가루 술술 뿌리고
마늘 몇 알 부수고
대파 송송송
뽀얀 쌀뜨물 받아
냉장고 한편에 쉬고 있는
생굴 몇 알 넣고 팔팔 끓인
온 집안
구석구석 울려 퍼지는
봄의 교향곡
냉이된장국은 왈츠가 되어
폴짝폴짝 향내가 진동하고
온 식구 모여 옹기종기
새봄을 먹는다
한겨울에 맛보는 봄의 왈츠
냉잇국은 사랑이다.
겨울과 봄은 이어주는
사랑의 오작교다
ㅡ. 소리 없이 내리는 비
비는 소리 없이 내려
모든 것을 젖게 한다
새봄에 아기같이
피어나는 새싹도
한여름 붉게
피고 지는 칸나의 열정도
시나브로 떨어지는 낙엽들도
모두 다 적신다
소리 없이 적신다
나의 꿈도 절망도
사랑의 기억조차도
무디게 적셔온다
내 마음도 함께
햇볕에 내다 걸어
보송보송
거풍을 시켜야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2. 변철균 시 3편
ㅡ. 가을 풍경/ 변철균
앞산에는
산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잎들이 수런거린다
하늘 구름은
내 마음의 붓과 함께
맑고 투명한 도화지에
무지갯빛 수채화를 그린다
가을을
살포시 타는지,
노을이 붉게 번지는
하늘을 바라보면
내 마음속
미움 틀에 박힌
못된 생각이
저절로 녹아 버린다
ㅡ. 매미/ 변철균
낮밤 없이
생목을 지른다
잠 못 드는 밤
천덕꾸러기
추억 멀리
애물단지
짧은 생애
활화산 같은 삶
황량한 도시
아쉬움
사랑으로 채운다
ㅡ. 김장 배추/ 변철균
소금물 목욕에
늘어져 지친 몸
벌건 범벅
하얀 속살 비벼대는
매서운 시련
고통의 연속
인내의 시간
비로소 인생의 맛
김장 배추는
우리네 삶의 복사판
3. 신임숙 시 3편
ㅡ. 봄 말을 걸어오다/ 신임숙
환절기 감기 걸린 겨울나무
콜록콜록
이제 힘들어하지 마십시오
진정한 자기애 나눌 수 있다면
외로울 시간이 없겠지요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어둠은 새날을 준비하는 것이지
떨고 있을 일이 아니랍니다
겹겹이 결이 다른 준비로
둘이 다른 어둡지 않은 갈망
채색과 무채색의 격조
아프지 마십시오
약해질 때 통증이 파도타기 합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을지라도
중심 잃지 않을 그대의 발길
곁에 서서 물오르는 온기 나누며
함께 동행하리니
싱싱한 봄날의 나이테
고목에 피는
꽃들의 빛나는 연륜으로
ㅡ. 담쟁이의 꿈/ 신임숙
말할 수 없는 세계
진실과의 우연한 만남
그 어떤 절규 무한반복하다
지치는 삶
겨울의 된서리 맞아서
벽을 타고 가다 뻗은 그물망
터진 손구락 혈액이 심줄과
나신으로 드러나게 된
겨울 담벼락의 담쟁이 굴
목표 지향의 지도 끝은 어디에
거친 손 끝마디
장인의 꿈이 스려 있었으려니
마을의 초가집도 작은 우물도
저녁밥 짓느라 굴뚝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꿈도 있었었구나
돌아오는 봄날에
저 너머의 동네 지도를
널어 말리며
못다 한 꿈 시퍼런 시동을 걸이
오물거리는 사지에 물오름은
시를 쓰는 당위성에 이르게 됨이다
ㅡ. 초록달팽이/신임숙
재 넘어 남새밭
약수 흐르는 물고랑
꼬부랑 할머니 모시고
민달팽이 달팽이 부부
알토랑 농사지으며 살았대요
할머니 굽은 허리 복족류 다되어
등받이 달아 들이느라
집이 없어진 민달팽이
천지 기운 받은 식량
흔전 만전
식성 좋은 손자 증손자
옹기종기
초록빛으로 물들어 갈 즈음
세상은 온통 몸살하고 있어도
꽃 피고 새 울어
산 좋고 물 좋아 평화로운 땅
하늘이 준 선물 약수에
바이러스 얼씬도 못해
날마다 노래하노니
면역이 최고의 명약이시라
굼실굼실 떼 지어 살아도 무탈하고
참달팽이 울릉도달팽이
긴꼬리민숭달팽이
지중해 녹색달팽이...
부지런한 달팽이 마을 위계질서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인심
할머니 남새밭 매시다
허리 한 번 펴시고
하늘을 바라보고
이제 가야지
이슬 더불어 손에 손잡고
나 돌아가야지
4. 정광덕 시 3편
ㅡ. 문장부호/ 정광덕
글은 살아 움직이고 있어
쉬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익어가는 가을 정취에
감탄도 하고
말을 잃기도 한다
날벼락 슬픈 소식엔
왜냐고 소리치고
좋은 글을 만나면
빌려와 퍼뜨리기도 한다
스스로
설 수 없지만
이처럼 글을
글답게 세우는 문장부호는
글의 영원한 동반자
ㅡ. 매미/ 정광덕
나무껍질 속
알집 깨고 나온
갓난 새끼
푸른 하늘 뒤로한 채
캄캄한 땅속
찾아 들어간다
어두움 속에서도
아련한 기억 속
푸른 하늘 본향을 꿈꾸며
인고의 세월 견딘 후
어둠을 뒤로한 채
나무에 올라 껍데기를 벗는다
이제 날개를 펴고
자유를 만끽하며
환희의 울음 운다
너야말로
부활의 영감을 일깨우는
천사로구나
ㅡ. 어머니의 흔적/ 정광덕
잎새 떨군 자리에
상처로 남은 떨켜를 바라보다
어머니 생각납니다
내 몸에 남아있는
이별의 흔적
배꼽이 끊어진 탯줄인 걸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어머니 잊지 말라고
한가운데 남아있나요
생명 다할 때까지
자신의 분신을
품으신 그 사랑
어머니, 그립습니다
5. 정권대 시 3편
ㅡ. 놓아주는 사랑/ 정권대
모든 것을 내가 해줄 수 있다는
어리석은 믿음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품 안의 자녀를
바다 건너 먼 나라로 떠나보내며
마음 한구석이 쓸쓸히 떨렸다
서툴고 힘든 날들
어떤 날은 눈물로 돌아와
하소연에 목이 메지만
그 모든 기다림과 고통 속에서도
내가 채워줄 수 없던 틈새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그들의 빛나는 삶이 있다
ㅡ. 갈대/정권대
흔들리는 갈대는
부러지지 않는다
바람이 요동치는
거친 소리 속에서도
갈대들은 같은 델 바라보며
춤까지 춘다
자연스럽게
몸을 맡긴다
심하게 요동치는
바람의 물결에도
거부하거나
피하지 않고
더 낮추고
더 낮아진다
땅에 닿을 듯
자신을 더 낮춘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는
쓰러지지 않는다
더 낮아지며
숙명인 듯 살아간다
나도 갈대처럼
더 낮아지며
쓰러지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련다
ㅡ. 흐르는 구름, 흘러가는 인생/ 정권대
구름은 하늘에서
알 수 없는 지도를 그리며 흘러간다
작고 여린 실게 구름도
떼를 지어 두둥실 떠다니고
언젠가는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다
끝도 없이 흐르는 구름처럼
우리네 인생도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6. 정혁재 시 3편
ㅡ. 가족사진/정혁재
아버님 있고
미소 띠신 근엄한 모습
어머님 있고
억지웃음 온화한 모습
동생들 있고
개구쟁이 눈감은 모습
나도 있네
세상 겁났나
잔뜩 겁먹은 짜릿 모습
아버님 어머님 빠지고
마누라 들어왔고
며느리 들어오고
손주 축복에
집안이 환하다
이렇게 환한데
나한일
다한 건가
이제 남은 건
내 사진 정리란 말인가
ㅡ. 가을이면 보이는 얼굴/정혁재
가을이면 긴 시를 쓰고 싶다
이를테면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가을밤 별이 반짝일 때
그는 한 여인을 사랑했었고
그 여인도 가끔은 그를 사랑했었다
하늘엔 뭇별들이 빛날 때
그 여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녀의 온기가 전해올 때면
온몸에 전율이 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은하수를 좋아했었고
작은 이야기에도 크게 웃어주었고
흐르는 별똥별을 이야기했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이제 너무 멀리 가버렸구나
언제나 가을 속엔 그녀가 있다
ㅡ. 선생님/ 정혁재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
세상은 한없이 아름다운 거란다
자연은 더없이 신비로운 거란다
부모님은 너희를 사랑한단다
질서는 언제나 지켜야 한단다
배려는 참으로 푸근하단다
우주는 한없이 꿈을 준단다
가끔은 지는 것이 이기는 거란다
7. 한수아 시 3편
ㅡ. 보솜 에미냐/ 한수아
소리소리 높여야
겨우 알아들으시는 엄마는
매일 칠 남매에게
불쑥 꿀쑥
진화를 하셨다
"엄마, 왜 매일 전화를 해?"
신경질 내며
까랑까랑하게
소리를 질러도
못 알아들으시고
당신 말만 하시는 엄마
소리 지르느라
엄마 마음의 소리를
못 알아들은
천적은 딸.
파르르 떠는
겨울밤 별들에게
하고픈 말 실어 보내면
이제는
알아들으시려나?
엄마
걱정하지 마시고
전화 주세요
이제야
청나서 열리는 가슴으로
다 들을게요.
*보솜 에미냐: 엄마가 전화하실 때, 항상 하시던 첫마디. 보솜이는 딸 이름임.
ㅡ. 똥 간/ 한수아
수수깡 울타리 너머
동그란 하늘이 열리고
진봉네 감나무
울타리 끝에
가장구 하나 걸쳐 익어가고
끄~응
힘주다
연시 떨어지는 소리에
꼬맹이는 똥 간으로
떨어지고
그래서
이렇게 키가 컸다나
어려서 바깥 변소 간에서
윗집 감 따는 거 올려다보다
제가 똥통이 빠졌대요.
ㅡ. 낙엽/ 한수아
또옥 또오옥
또도독
가을 물오르는 감잎에
내려앉기가 차마 미안해
주춤주춤
고운 물 단풍 들다
빗방울에 놀라
떨어질세라
후드득거리지도 못하고
또옥 또오옥
또도독
8. 호경숙 시 3편
ㅡ. 청자주병/호경숙
가늘고 긴 목
통통한 아랫도리
허리선 곱게 빚어
연꽃무늬 새겨 넣은
아담하고 날씬한 주병
프랑스 남부 어느 마을
얼굴 모르는
서양인의 눈에 든
청자주병
날마다 그리다가
똑같은
연꽃무늬 새겨 넣고
하얀 상감으로 마감한
잘록한 허리에
둥그스름 오동통한 아랫배
정성껏 새로 빚어
투각까지 더 멋진
청자주병
아무리 보아도
먼저 것만 못하니
첫사랑 연정이
이리도 질기던가
ㅡ. 어느 토요일/ 호경숙
바람이 이는 소리 뒤로
환자처럼 소파에 길게 누운 날
빈 울림만 머리에 가득하고
리모컨은 숟가락 사이에서 춤을 준다
게으름이 뱀처럼
내 몸을 칭칭 동여매고
생각의 끝자락을 꼭 잡고 놓아주질 않네
어둠이 조금씩
창문 타고 밀려올 때
검푸른 상실의 그림자 숨죽이고
낮달보다 더 외로운
하얀 샛별이 마중 나와
나를 위로한다
ㅡ. 홍시/ 호경숙
얇게 비친
붉은 망사옷 살짝 걸치고
투명한 속살
은근히 내비친다
깨끗하고 맑은 속살
만지면 터질까
사랑의 밀어 은밀한 입맞춤
달콤한 목 넘김에
숨이 멎는다
ㅡㅡㅡㅡㅡㅡ
◇. 신인문학상 선정 심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