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보궁(寂滅寶宮)이란 '모든 번뇌가 남김없이 소멸되어 고요해진 열반의 상태'를 의미하는 적멸(寂滅)과, 보배와 같은 궁전의 의미를 지닌 보궁(寶宮)의 합성어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법당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사찰이 상당히 많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면 다 같은 위치를 차지해야 마땅하지만, 역사적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처음 우리나라에 모셔진 5개 사찰을 5대 적멸보궁이라 부르고 있다. 5대 적멸보궁은 경남 양산 영취산 통도사, 강원도 평창 오대산 상원사 중대, 강원도 설악산 봉정암, 강원도 영월 사자산 법흥사와 강원도 정선 태백산 정암사를 말한다.
한국에 사리신앙을 전파한 이는 자장율사다. 중국에 유학한 자장율사는 종남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세존의 의발(衣鉢)과 진신사리 100과를 얻어 귀국해 모셔 온 진신사리를 여러 곳에 나누어 봉안했다고 전하니 그곳이 바로 '5대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은 부처님 몸체에서 나온 불사리를 모신 곳이니 석가모니 진신이 상주해 계신 것을 의미한다. 부처님 진신을 모신 것을 상징하는 곳이니, 법당에는 별도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佛壇)만 있는 게 적멸보궁의 외형적 특징이다.
[발췌 : 인터넷]
오늘 나는 사자산 법흥사(http://bubheungsa.kr/)로 향했다.
사자산 법흥사는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의 양옆에 늘어서 있는 소나무가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눈내린 겨울 산사를 보고 싶을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궁금했다. 가을 법흥사는 어떤 모습일까? 봄 여름에 이곳을 여러번 와 봤지만 가을 방문은 난생 처음이다.
사자산 법흥사는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나라의 흥륭과 백성의 편안함을 도모하기위해 643년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사자산 연화봉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흥녕사(興寧寺)로 창건했다.
중국 선종의 중흥조인 마조도일 선사로부터 선(禪)을 전수받았던 신라의 선승 도윤칠감국사의 제자 징효절중(澄曉折中)이 886년 이곳에 선문을 여니 이것이 바로 라말여초 구산선문 중 하나였던 사자산문(獅子山門)이다.
1163년 고려 의종 때 다시 중창하였으며, 1730년 조선 영조 6년, 1778년 조선 정조2년, 1845년 조선 헌종 11년까지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소실과 중창을 반복하며 그 맥을 이어왔다.
그 후 폐사지에 가까웠던 흥녕사가 1902년 대원각스님에 의해 법흥사로 개칭되고 재건되었다.
[발췌] 사자산법흥사 홈페이지 <법흥사>설명
사자산 법흥사는 9산선문 중의 하나로 유서깊은 사찰이나, 불행히도 전란과 화재 등으로 많은 전각이 소실되고 현재는 중건된 몇개의 전각과 적멸보궁 등이 남아 있다.
한반도에 선(禪)이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신라 헌덕왕(809~826) 이후이다. 도의와 홍척이 당에 가서 마조 도일 문하인 서당 지장의 선법(禪法)을 전해 받고, 각각 821년과 826년에 귀국한 이후부터 신라에서 선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 후 당에서 조사선을 전해 받은 유학승들이 계속 귀국하면서 9산선문(九山禪門)을 형성했다. 9산선문은 신라 말과 고려 초에 형성된 선종의 아홉 파(派)를 말한다.
[발췌 : 인터넷 다음백과]
[9산선문 위치도]
원음루 누각에 동안거를 알리는 프랭카드가 걸린 것을 보니 이제 동안거가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동안거는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入冬) 다음날 결제에 들고, 봄이 시작한다는 입춘(入春) 다음날에 해제한다.
법흥사는 주차장이 시원하게 넓다. 저만치 보이는 사자산 능선은 알록달록한 가을색이 완연하다. 이 시기는 어디를 가든지 가을을 만끽 할 수 있는지라 사람들이 다 유명세를 타는 곳으로 갔는지 신기하게도 여기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단풍 행락객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는 한대도 없고, 승용차를 타고 온 가족 단위 사람들만이 심심치 않게 보일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덕분에 나는 한적하지만 그 어느 곳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가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범종루 쪽이 붉은 색으로 단청을 입힌 듯, 붉게 타고 있었다. '제대로 왔구나!
천천히 발길을 적멸보궁 쪽으로 돌렸다. 법흥사 적멸보궁은 전각들 뒤편으로 약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약간 오르막이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가벼운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나는 그 길을 시속 1Km의 속도로 가야만 했다. 사방에 타고 있는 불길을 잡을 수가 없었고, 감히 피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메~~ 단풍 들었네 !!!" 순간적으로 내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다리가 흔들리고, 입이 벌어졌다.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내 몸과 마음의 반응은 그렇게 격렬했고 뜨거웠다.
원래 소나무가 많고 아름다운 길에 온갖가지 가을 단풍들이 더하니 그 풍광은 여느 유명 가을 산행지를 능가하고 있었다.
길을 따라 가는 평범한 복장의 사람들이 이 그림의 잘 어우러진 요소로 자리하고 있었다. 정말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만치 뒷짐을 지고 혼자 걸어가는 분의 뒷 모습이 구부러진 길의 옆으로 살짝 비스듬히 서 있는 소나무와 그토록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그 자체들이 다 여유였다.
이 곳의 소나무들은 키가 큰 낙락장송이다. 그리고 하늘을 향한 방향도 엇갈려 있는 편이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다양한 것들을 받아들이고 조화를 이룰때 나타난다'는 말에는 이런 모습도 포함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멸보궁쪽으로 연결되는 전선 가닥이 여럿 나무들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는데, 그 모습마저 어울림 한가닥으로 보였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뒤를 돌아 보고 편한 자세로 미소를 머금을 때라고 나는 생각하곤 했었다. 문득 앞서가던 분이 뒤를 돌아보며 풍경을 감상하는 모습이 들어 왔다. 큰 자연속의 작은 인간 점 하나, 이 곳 적멸보궁의 넓고 넓은 자비의 공간에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편한 자유가 스스로 존재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길은 산신각과 적멸보궁의 방향으로 나눠진다. 오른쪽의 산길을 따라 적멸보궁으로 갔다가 산신각 방향으로 내려 올 수 있다.
산허리를 타고 나 있는 길 중간에서 보이는 아래쪽 요사채가 침묵에 잠겨 있었다. 그들도 가을 나들이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계곡쪽은 울타리가 쳐있고, 그 길을 따라 가을이 도열하고 있었다.
적멸보궁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 시간 이 공간 자체가 적멸이구나 싶었다. 가벼운 몸짓으로 삼배를 드렸다.
법흥사 적멸보궁의 진신사리는 뒷편의 작은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다른 5대 적멸보궁의 그것들과 비교하면 무척 수수하다. 특히, 통도사의 금강계단이 있는 적멸보궁과는 외형에 있어 큰 차이를 난다.
적멸보궁 옆에 있는 나무로 눈길이 갔다. 이 모습을~~ 내 짧은 어휘력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적멸보궁 앞에 진신사리탑이 있다. 하지만 주변에 자장율사가 기도를 했다는 토굴이 있고, 지금은 화강암으로 막아 놓아 출입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있을 뿐 진신사리탑에 관한 설명은 없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적멸보궁 뒤 자장율사 토굴 옆에 위치해 있으며 화강암으로 제작되었다. 측면의 전,후면에는 장방형 곽 안에 자물통 문양(법장쇠)이 양각되었는데, 이는 사리를 봉안한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나머지 6면에 인왕상과 사천왕상이 입상조각 되어 있는데 불법을 옹호하는 신장들이다.
[발췌] 사자산법흥사 홈페이지 <사리탑>설명
'자장율사 토굴'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토굴은 자장율사께서 불사리를 봉안하고 수도하던 곳으로 내부는 가로가1m60cm,높이가 1m90cm정도로 한 사람이 앉아서 정진할 수 있는 공간인데 정진 중 주변에 가시덤불을 두르고 정진하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특히 옛 스님들께서 수행하던 토굴의 원형으로 그 가치가 크다 할 수 있다.
[발췌] 사자산법흥사 홈페이지 <자장율사 토굴>설명
사리탑을 참배 후 천천히 발길을 아래로 향한다. 마음을 비워 놓고, 그 빈마음에는 가을을 담아, 내려가는 발걸음들이 한결같이 가볍다. 나무들 사이로 멀리 보이는 산에도 붉은 물결이 희미하게 흐르고 있었다.
전각 지붕 기와 위로 단풍 잎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가을 산사로의 여행의 맛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우리나라 사찰들은 산을 많이 끼고 있고, 그 위치는 대체로 명당이다. 주변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결같이 편안하고 잔잔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마춤이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나는 듯 가볍고 발랄해 보인다. 걸어가면서 사방을 담기에 여념이 없는 분들도 여럿 보였다.
나의 가을 산사 여행은 빛 그대로였다. 특히,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다. 나는 오늘 적멸을 만났다. 적멸은 열반이고 세상의 티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마음 속 환희의 또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