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129일째: 이웃 오회장님
2013년 10. 04. 금요일. 천고마비 가을날씨
체중: ㎏ 턱걸이 번
오늘도 어제와 같은 컨디션이다. 그냥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간헐적인 기침, 가래가 그나마 조금 남겨 둔 체력을 쥐어짠다.
현관문을 마주하고 있는 오회장님 댁과는 초기 분양 받으면서 이웃이 되었으니까 햇수로 13년 나는 셈이다. 펜텀이란 골프웨어 관련기업의 CEO를 지내셨고 나보다 6년 연상이시다. 동향에다 ROTC 1기로 대 선배이기도 하여 만날 때마다 친밀감을 갖고 인사드린다.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 우편물이라던가 화분같은 것을 맡아두었다 돌려드리기도 한다.
허리를 다쳐 지팡이에 의지하지만 표정은 늘 밝으시다.
현관을 열다 회장님과 눈을 마주쳤다. 회장님께서 작심한 듯 오늘 점심 같이 먹자고 했다. 얼마 전에도 식사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어 몸 상태를 구실로 하기엔 구차한 변명으로 오해하실까 봐 선뜻 승낙해 버렸다. 회장님은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좋다고는 하셨지만. 뇌의 전두엽이 다른 감각정보를 무시하고 “예, 감사합니다.“ 로 일을 저질러버린 것이다.
산 너머 신봉동의 연지란 한식집은 넓은 부지에 나름대로 인테리어에 신경 쓴 집이다. 미리 예약한 자리로 종업원이 안내한다. 회장님 내외분 우리 부부, 오붓하게 마주보고 앉았다.
따뜻한 밥보다 더 따뜻한 마음의 고마움을 온 몸으로 느낀다. 감사하다. 아침에 절임배추 같던 육신의 말초세포가 미세하게 살아나는 기분이다. 우리 손녀들이나 아들 며느리에게도 꼭 당신의 손주들 보듯이 살갑게 대해주시니 어찌 공경하지 않겠는가.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 라는 말을 잘 새겨보면 ‘내가 이웃에게 경우 바르게 하라’는 含意함의도 있으리라. 회장님, 지금의 건강을 늘 유지하시어 오래도록 이웃으로 계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골 때리는 이웃이 있다. 공해물질로 채워 진 미세먼지를 일년 열두달 서해 건너 우리 국토로 날려 보내는 나라. 그로 인한 피해보상은 커녕 합동 조사하려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 오만한 이웃이다.
나의 컨디션: 워킹 20분 ㎞ ㎉, 반신욕 분, 기력 50%.
수면시간, 10시취침 8시기상(12시, 4시, 5시 3번 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