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굿뉴스울산 이금희 대표
- 언약의 교회 담임목사(대신 남서울노회)
- 언론인홀리클럽 회원
- 前 경북기독신문 칼럼니스트
- 굿뉴스울산 발행인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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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지역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우리 교회에서 5분 거리도 안 되는 우정시장과 태화시장도 침수피해를 겪었다. 그 날 볼일을 보기 위해 성남프라자에 가 있었는데 그곳의 지하주차장으로 물이 들어왔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있었지만 피해가 이리 클 줄은 몰랐다. 태화·우정시장에 전국의 봉사단체에서 찾아왔고, 지자체와 군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로 이제 표면적으로는 정리가 된 모양새다.
그러나 아직 내부적으로는 상인들의 피해를 모두 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난이라는 것은 느닷없이 출현하고, 부딪힐 때는 정신없어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털썩 주저앉고 마는 참담함이다. 이 곳의 재난소식을 듣고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에서는 10여 명의 인원이 밤에 출발해 새벽 3시에 태화시장 파리바게트 상점을 빌려 임시구호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지고 온 펌프로 침수된 곳에 물을 빼내주고, 방역을 실시했다. 그리고 3천만 원 상당의 생수, 햇반, 라면 등의 구호물품을 배급했다.
한편 봉사단은 아이티의 태풍 피해소식을 듣고 그곳에 가기 위해 다음 날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울산기독교연합회에서는 바통을 이어받지 못했다. 지역교회에도 침수피해를 겪은 곳이 제법 됐기 때문이다. 울산과 경주 경계의 내와교회는 첨탑이 주저앉고 담장이 무너져 교회를 눈앞에 두고도 담임목사는 승합차량 안에서 기도만 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경주시에서 붉은 줄을 매달고 지진 위험지역으로 분류해 들어가서 예배도 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풍성한 울산교회는 반천 현대아파트 지하에 있는데 3일 동안이나 물에 잠겨있었다. 지하 주차장부터 먼저 물을 빼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차량 안에 남아 있었던 사람이 있다면 시신이라도 수습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울산기독교연합회가 이런 곳을 돌보느라 여력이 없을 때 북구청 관계자의 요청을 듣고 대영교회가 1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대거 투입하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들은 장화를 신고 침수된 상점의 청소를 도왔고, 구호소에서 구호물품을 나누어 주었다.
두 달이 지나고 성탄절 하루 전인 24일 대영교회는 다시 태화시장을 찾았다. 그리고 조운 담임목사를 비롯한 800여명 교인들은 각자 3~5만 원 상당의 금액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크리스마스 마켓 데이’ 행사를 펼쳤다. 이 행사의 취지는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물건을 구입하는 처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상인들은 이런 십시일반의 품앗이 정성에 감동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사실 작은 교회들이 동원돼 이런 행사를 벌여도 의미가 있을 것이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그러나 대형교회 한 곳에서 움직이면 피해 입은 곳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이벤트가 되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세월호 사건을 겪은 안산지역의 시장에도 서울의 대형교회 한 곳이 벌써 이런 행사를 꾸준히 벌여왔다. 처음에 상처 입은 사람들은 전국에서 위로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 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교인들이 찾아와 물건을 구매하자 이제 방문 날짜에 맞추어 방문 현수막을 걸고 반갑게 맞고 있다고 한다. ‘찾아가는 서비스’는 사후의 고객감동을 미리 앞당겨 조치를 취하자는 뜻에서 한 업체에서 아이디어를 냈고, 이제 보편적인 용어가 됐다. 한 해의 끝에 서보면 나는 얼마나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천한 사람이었나를 돌아보게 된다. 빈손의 인생이 가져갈 것은 무엇인가. 결국 사랑의 실천만이 유의미한 작품이 되어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