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남양주시 운길산역 바로 앞에 있는 물의 정원을 찾곤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발길은 그 곳으로 향한다. 패노우 대바기 서류바 위짜추 까토나 다섯명의 지기들이 왕십리역에서 경의중앙선에 오른다. 양수역에서 하차하여 양수교를 걷는다. 양수(兩水)는 두물머리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여 거쳐가는 곳이다. 다리 밑으로 흘러가는 강물은 세월의 흐름으로 가슴에 물꼬를 남기고 있다. 켜켜히 쌓이는 물꼬가 어느 날인가 터지는 그 날이 올 것이다. 일시에 사라져 버리는 모래성 처럼 말이다. 물의 정원은 입구에서 부터 잘 정돈된 느낌이다. 조용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에 일렁이는 물결마저 잔잔하다. 화사하게 눈 웃음을 날리며 버선 발로 뛰쳐나와야 할 색녀(色女)는 보이지를 않는다. 환하고 화려하게 하늘거리는 몸매의 양귀비는 어디로 갔을까. 정조(貞操)를 헌 신짝 팽개치듯 화냥년이 되어 사라진 것인가. 끝없이 펼쳐지던 그녀의 보금자리는 울씨년스럽기 까지 하다. 자세히 보면 5Cm 정도의 어린 자매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게 아닌가. " 5월 하순부텨 유월 중순까지 양귀비꽃 축제 " 라는 프랑카드가 노객들의 마음을 어지럽힐 뿐이다. 욕정(欲情)의 여신을 끌어안으려던 대바기의 꿈(?)이 좌절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버려지듯 흩어져 있는 빠알간 양귀비 몇 송이를 스마트폰에 담아 보지만 마음은 편할 리가 없다. 헛 발질의 무거운 발걸음을 추스리며 운길산역으로 향한다. 노을의 황홀함이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노객이건만 양귀비의 육체를 탐함을 나무랄 수는 없지 아니한가. 언젠가는 또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남정네의 본능은 영원함이리라. 팔당역에서 전망 좋은 2층의 맛집에서 오늘의 끝맺음은 역시 권주가의 우렁참이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