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졸업식
사시사철 춤추는 바람을 안고
고단함이 넘실대는 바다로 나가
가난은
햇살에 걸쳐놓고
갯벌 위 해루질에 하루의 희망을
안고 사는 아낙네들과
파도를 둥지 삼은
어부들의 눈물이 모여 있는
이 곳 섬마을엔
바다인지 하늘인지 모를
수평선 너머에서
세월의 두껠 녹여내다
선착장 불빛 따라
모여들은 어선들의
하루가 시작되면
낙조 분교로 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함께 머물던 그 길이
희미해져 가던
어느 겨울날 아침
눈 덮인
낙지 분교로 걸어오는
달봉이를 기다렸다는 듯
맞이한 사람은
36년째 분교를 지키고 계신 선생님이셨는데요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
운동장 단상에 오른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 달봉이의 얼굴에
어리는 눈물 자국을 보며
헛기침 몇 번으로
그 자리의 무게를
애써 지운 선생님은
"46번째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하게 됨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지금껏 지켜온
꿈과 희망이
마지막이 된
분교운동장의 단상에 오른
선생님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전교생이
120명까지 있었던
분교가 폐교된다는 현실을
인정하기까지
방황의 시간을 보낸
선생님과 달봉이의 얼굴에는
지난 날들이 아로새겨져
흘러가고 있었는데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 오라는
숙제를 내면
대통령이나 소방관 그리고
경찰관이 된 자신의 모습들을
그려오는 게 보통인데
낙조 분교 아이들만은
그 꿈이 한결같이
선생님이 된
자신들 모습을 그려 온 결 보면서
아이들의
그꿈에 날개를 달때까지
함께하겠다며
다짐했던 그날을 떠올려 보던
선생님은
더는 말을 이어 나가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들 곁에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금간 땡별을 부여잡고
고사리손으로
해풍에 꼬들꼬들 잘 말려온
생선을 건네며
영원히 시들지 않는
카네이션을 달아 준
아이들과
행복에 빠져 지내던 그날들과.
졸업한 선배가
대학에 떨어져 찾아왔을 때
성공이란 스승보다
더 위대한 스승이
실패라는 스승이라며
다시 시작 할 힘을 주던
그날들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늘이 되어 주고팠던 날들을
그려보던 선생님과
졸업생들은
고된 날이 있어도
지금 오늘처럼
웃을 날 있을 거라며
참고 견딘 시간 앞에
졸업식이 폐교식이 되어버린
오늘의 이 이별은
영원한 해어짐이 아니라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라며
흐느끼며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자
"선생님 울지 마세요"
온 세상이
쉬어가는 밤이 되어도
배움에도 때가 없는 거라며
섬 주민을 위해 야학을 열어
끝없는 노력을
가르쳐주신 고마움에
더 깊어진 눈물을 매단
마을사람들은
세상 무심한 눈빛들 속에서
희망을 건네준
선생님의 보살핌에
좀 더 깊어진
눈물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땀과 눈물을 녹여
중학교가 있는 뭍으로
하나둘 보낼 때마다
봄의 씨앗을 품은 땅처럼
행복이 쌓여
추억해 두고픈
아름다운 분교로
남을 수 있었다는 선생님은
먼바다를
기억하는 파도처럼
밀려든 아이들과
섬마을 주민 곁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붙들고
마음을 전하고 있었는데요
"이제 선생님 안 계시면
선착장이 썰렁해서 어쩐데유
해님이 눈 부릅뜬 선착장에서
그물 끝에 웃음을 매달다
몸이 녹아내리는 고단함에도
칠판에 한가득
아이들에게 전해줄
이야기들을 적어놓고
기다리시던 선생님을
기억하던 졸업생들은
"이놈들아!
선생님이 가르쳐 줄 때
열심히 해야지
다 커서 사회 나가서 배우려면
수업료가 이것보다 훨씬 많이 들어.."
서투르고 실수투성이 아이지만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기다려 줄 줄 아는 어른
그분이
선생님이었다며
포근히 안겨오는 모습들을 보며
지난 날
아이들 커가는 모습에 빠져
몽당연필이 되어가도
마음의 텃밭만은
넉넉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하늘 어느 모서리엔
뜬 낯 달을 보며
못 다흘린 눈물 한 방울로
마침표를 찍고 있었습니다
골 깊은
인생의 무게 뒤로하고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처럼
마지막 남은
제자를 위해
심지가 남을 때까지
밝음으로 이끌어 간
세월의 흔적을
몸으로 기억한 선생님을 향해
행복의 빗장을 여는 열쇠
그 첫 출발은
선생님의 가르침부터였다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만난 건
우리에겐 가장 큰 축복이었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카페 게시글
$ 우리들의 이야기
마지막 졸업식
추웅처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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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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