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색시 서럽다 김영랑
그 색시 서럽다 그 얼굴 그 동자가
가을 하늘가에 도는 바람슷긴 구름조각
핼슥하고 서느라워 어데로 떠 갔으랴
그 색시 서럽다 옛날의 옛날의
2 윤사월[閏四月] / 박목월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3.정지용 별똥별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이젠 다 자랐소.
4. 김소월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5..한용운 / 사랑
봄 물보다 깊으니라
가을 산보다 높으니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 말하리
6.백석 / 흰 밤
옛 성)[城 의 돌담에 달이 올랐다
묵은 초가지붕에 박이
또 하나 달같이 하이얗게 빛난다
언젠가 마을에서 수절과부 하나가 목을 메어 죽은 밤도 이러한 밤이었다
8.청노루-박목월(1915~1978)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가는 열두 구비를
청(靑) 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9 사슴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10 .고사 1 조지훈
목어(木魚)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西域)
만리(萬里)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11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먹고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12. 한용운 / 사랑
봄 물보다 깊으리라
가을 산보다 높으리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
13.묵화 /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문둥이/서정주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