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 축구선수 '김원광(박희순)'은 계속 되는 사업 실패에 일확천금을 노리며, 해외를 전전하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21세기 최초의 신생 독립국 동티모르가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귀가 얇은 '원광'은 무작정 동티모르행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그곳의 상황은 사업은 커녕 하루 일당 벌기도 힘든 곳이었는데... 그럼에도 동티모르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을 하는 모습을 본 '원광'은 전직 축구 선수답게 그곳에 축구 용품 샵을 차리게 되고, 야심차게 장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답게 '원광'의 사업은 파리만 날리고 결국 그는 마지막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할부 판매하는 것. 하루에 1달러씩 두달간 자신에게 주면 축구화를 준다는 유혹으로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판 '원광'은 자신의 장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대박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파는 걸 못마땅히 여긴 동네 청년들이 그의 사업을 방해하게되고, 결국 '원광'은 자신이 축구화를 나눠준 아이들로 유소년 축구팀을 이뤄 동네 청년의 축구팀과 자신의 사업을 걸고 일생일대의 시합을 하게 된다.
감상:
일반적으로 실화를 다룬 영화는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지루해질 수 있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색다른 이야기라해도 대부분 사람 사는 일이 비슷하고, 그 중에서 기적이라 부를만한 일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통 감동 실화를 다룬 영화는 그 어떠한 놀라운 순간을 포착하기위해 앞서 이루어지는 긴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근데 이 과정은 사실 그 놀라운 순간에 비해 너무나 평범하고 긴 성질의 것이 많다. 그래서 자칫하면 이러한 성향의 영화들이 굉장히 진부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맨발의 꿈>도 실화 영화의 전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동티모르라는 나라의 유소년 축구팀이 영화 후반부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영화는 오랜 시간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노력을 비춘다. 독립을 위한 오랜 전쟁 끝에 남은 가난한 삶, 열악한 환경 등 그들에게 놓인 장애물은 많았고, 영화는 유소년 축구팀이 반짝 빛나는 순간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 모든 것에 대해 다뤄야 했다. 보통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소재를 한꺼번에 다루면 극이 다소 산만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맨발의 꿈>은 전혀 지루하지도 산만하지도 않다. 오히려 너무나 재미있고, 깔끔하고, 극적이다. 그렇다면 <맨발의 꿈>은 어떻게 그렇게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이 영화의 현명한 연출과 편집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맨발의 꿈>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다뤄야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맨발의 꿈>은 넘어가야할 곳은 빨리 넘어가고, 집중해야할 부분은 좀 더 세심하게 비추는 현명함을 가진 영화였다. 영화 초반 주인공 '김원광'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말아먹고 동티모르에 와서 아이들과 축구를 하게 될 때까지 영화는 그 내용을 너무나 간단하게 넘어간다. 그냥 딱 보고있음면 아마도 이 영화 너무 띄엄띄엄 대충 찍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하지만 영화 중후반부로 갈수록 이러한 생각은 변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아이들이 빛나는 순간을 위해 영화는 중반부부터 동티모르 아이들의 개인적인 면모와 그들의 역사 그리고 '김원광'과 아이들의 유대 관계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한다. 이렇게 많은 소재를 한꺼번에 다루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 많은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도 초반보다야 더욱 디테일하게 연출을 하긴하지만, 그래도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선에서 맺고 끊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맨발의 꿈>이 편집과 연출만으로 이렇게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던 것은 아니다. 거기엔 또 하나 빛나는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다.
이미 많은 관객들이 알고 있듯이,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쌓은 박희순은 <맨발의 꿈>을 통해 그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동안 강하고 센 역할만 맡았던 경력과 달리 이번 영화에선 굉장히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어, 영어, 인도네시아어 3개 국어를 자연스럽게 섞어 치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게다가 이 대사들은 대본으로 미리 정해져있던 것이 아니라, 박희순이 직접 촬영 전에 각 언어별 대본을 보고 재미있는 단어들을 모아 그때그때 애드리브를 친 것이라 하니 그의 치밀한 준비와 순발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맨발의 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배우가 있으니, 바로 고창석이다. 그동안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등을 통해 충무로의 명품 조연으로 자리잡은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예외 없이 그 내공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영화 내내 박희순의 대사를 맛깔스럽게 받아쳐주는 한편 전작들에 비해 조금 더 늘어난 자신의 비중에도 전혀 기죽이 않고 자신만의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앞서 말했듯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자칫하면 굉장히 지루해지거나 진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맨발의 꿈>은 능숙한 연출과 편집, 배우들의 열정이 모여서 기존의 다른 감동 실화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장애물들을 가뿐하게 뛰어 넘고 있다. 올 여름 화제작인 <포화속으로>와 <나잇앤데이>와 같은 영화 사이에 끼어서 약간 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렇게 착한 영화 그리고 재미있는 영화라면 분명히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그 진정한 가치를 입증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P.S 영화에 나오는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은 대역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연기를 한 것이다.
P.S 2 영화 속 선수들은 04, 05대회에 뛰었던 실제 선수는 아니고 현재 김신환 감독님의 축구교실에서 뛰고있는 11세 유소년팀 소속의 선수들이라고 한다.
P.S 3 영화 속 선수들의 실제 모델인 04,05대회 선수들은 현재 청소년 팀에서 뛰고있으며, 얼마전엔 아시아 청소년 대회 조별 예선 2위로 16강에 진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첫댓글 오~ 보고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