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염명왕愛染明王 좌상, 13세기 목조 대불사 가이세이 작,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애염명왕은 욕정을 보리심으로 승화시키는 명왕으로 여섯 개의 팔과 세 눈이 있고 이빨을 드러낸 분노의 상이다. 1256년 대불사 가이세이가 제작했다. 쇼무천황 본원本願의 도다이지 절 대불전이 소실된 후 재건하면서 당시 타고 남은 기둥의 자재를 사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자재의 성스러움과 영성이 늘어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승택 기획 이성법 지음 『불・보살의 본적』)
인상과 지물
불·보살의 인상印象과 지물持物은 서기 7세기 후 인도에서 밀교가 중국으로 왕성하게 들어오면서 중시되었다. 그 손가락을 굽히거나 펴는 것이 다 경궤經軌(경전과 의식의 법궤法軌)에 기록된 것과 같아야 했다.
인도에서 볼 수 있는 불상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알려진 것은 손을 들고 있는 설법상이다. 왼손은 가사의 모서리를 잡고 오른손을 치켜 올리고 있는데, 이는 서기 4~5세기경 유행했던 형상이다. 중국에 전해진 것은 북위 시대로 추정한다.
7세기에 성도도成道圖(항마성도도降魔成道圖)가 만들어졌다. 왼손을 배꼽 밑에서 위로 향해 가부좌를 한 다리 위에 올려놓고 오른손은 펴서 오른쪽 무릎을 덮으며 손가락은 땅에 닿도록 하고 있다. (항마인降魔印·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이라고 한다.)
설법도說法圖는 전법륜인轉法輪印(최초로 설법할 때의 손 모양. 설법인說法印이라고도 함.)의 모습인데 양손을 가슴까지 올리고 오른쪽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다. 엄지와 두 번째 손가락 끝을 서로 맞대 바퀴를 만든 모습이다. 이 인상은 당나라 초기 현장법사와 왕현책王玄策에 의해 중국에 전해졌다.
7세기 후반부터 8세기 전반에 걸쳐 중국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유행한 이 같은 불상의 수인手印,Mudra은 634년 보드가야의 마하보리사에서 석가모니불의 성도상을 친견한 현장이 『대당서역기』에서 그 유래를 전하고 있다. 700년 전후 현장이 귀국한 후, 많은 구법승이 인도로 순례를 떠났다. 순례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이 석가모니불의 성도상을 친견하는 것이었다. 현장의 상세한 기록에 뒤이어, 상에 대한 모사본이 곧바로 중국에 유입되었다. 유명한 외교사절인 왕현책이 인도에서 보리상菩提像을 그림으로 모사하여 장안에 돌아왔을 때, 승속을 가리지 않고 다투어 그렸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화했다. 전법륜인이 잘 알려지기 전에 두 손을 가슴 앞에 놓고 오른손은 위로 올리며 왼손은 아래에 두는 인상이 인도에서 유행했다. 7세기 때의 유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금강계金剛界(밀교의 기본 양부兩部의 하나) 대일여래의 지권인智拳印으로 변한다. 이 밖에 두 손을 가부좌한 다리 위에 올려놓은 상도 있다. 이를 나중에 정인定印이라고 불렀다.
인도 초기부터 불상을 조성할 때의 인상은 교의상敎義上 의의를 표시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교의상의 해석이 점점 복잡, 난해해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인상이 생겨났다.
■ 각종 인상印相
▲ 시무외인施無畏印 오른쪽 팔을 굽혀 손을 세우고 다섯 손가락은 펴는 것이다. 손바닥은 앞을 향하게 하는데 두려움과 공포를 결코 중생에게 주지 않는다는 뜻이 있다. 즉 부처가 중생을 구하기 위해 먼저 안심하도록 하게 하는 인상이다. 이러한 인상은 주로 설법할 때의 수인으로, 경론經論 중에서 말하는 거수설법擧手說法이 바로 이것이다. 또 손을 굽혀 세우지 않고 손바닥을 바깥으로 향하는 수인도 시무외인이라고 한다.
▲ 시원인施願印 팔을 펴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하고 다섯 손가락 끝을 아래로 쭉 늘어뜨린다. 불·보살이 중생의 여러 가지 소원과 개개인의 바라는 것에 응한다는 의미의 수인으로 여원인與願印이라고도 한다. 중생이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한다는 것을 손 모양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다.
▲ 법계정인法界定印 태장계만다라胎藏界曼茶羅의 대일여래가 짓는 결인結印이다. 무릎 위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을 그 위에 얹어서 양손의 엄지손가락 끝을 서로 맞대는 모양이다. (태장계만다라는 여래의 보리심과 대비심을 태아를 양육하는 모태에 비유하여 이로부터 세계가 현현顯現되며, 실천적으로는 이를 증득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 지권인智拳印 금강계만다라金剛界曼茶羅 안의 대일여래가 맺고 있는 수인이다. 이 인상은 엄지손가락을 손바닥에 넣고 다른 네 손가락으로 싸쥐는 금강권金剛拳을 만들고 왼손 두 번째 손가락을 편 다음 위쪽 오른손 주먹 속에 넣는다. 그 주먹 속에서 오른손 엄지와 왼손 집게손가락이 서로 맞닿는다. 그런 형태의 손 모양을 가슴에 대는 인상이 지권인이다. (금강계만다라는 태장계에 대응하는 말로 여래의 지성智性의 본체인 금강지金剛智를 가리킨다. 금강Vajra이라는 말은 여래가 스스로 깨달은 지혜는 그 체體가 견고하여 부서지지 않으며, 일체의 번뇌를 부수는 힘이 날카롭기가 금강과 같다는 것이다. 지권인의 오른손은 법계를 뜻하고 왼손은 중생을 뜻하여 법으로써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가 있다.)
▲ 촉지인觸地印 오른손을 펴 오른 쪽 무릎을 덮고 손가락 끝은 땅에 닿도록 하는 것으로 금강계 만다라에서 아촉불阿閦佛의 인상이다.
▲ 역단정인力端定印 묘관찰지인妙觀察智印이나 미타정인彌陀定印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태장계 만다라에서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가 맺는 인상이다. 두 손을 서로 끼고 오른손을 왼손에 올린 다음, 두 번째 손가락을 굽히고 엄지손가락은 두 번째 손가락에 올린다.
▲ 설법인說法印 전법륜인轉法輪印이라고 하며 부처가 중생에게 설법을 할 때 보이는 수인이다. 이 인상은 두 팔을 굽혀 가슴 앞에서 왼쪽 손바닥을 안으로 향하게 한 다음, 엄지·중지·무명지를 굽히고 둘째와 새끼손가락은 세우며, 오른손 손바닥은 바깥을 향하게 하고 엄지와 두 번째 손가락을 굽혀 서로 맞닿게 한다.
▲ 안위인安慰印 오른쪽 팔을 굽히고 손바닥이 바깥을 향하는 형태다. 엄지와 둘째손가락을 맞대 둥근 모양을 내고 나머지 손가락은 세우는데, 부처가 손가락으로 중생을 인도하고 맞아들이는 상이다.
▲ 길상인吉祥印 『대일경소大日經疏』에 기록된 석가여래의 인상이다. 이 인상은 오른쪽 손바닥을 바깥으로 향해 세우고 엄지손가락과 셋째손가락을 서로 비틀고 있는 형태다. (『대일경소大日經疏』는 『대일경大日經』이라 부르는 『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大毘盧遮那成佛神變加持經』을 한역한 선무외善無畏가 중국에서 이 경전을 강설할 때 일행이 받아 적고 뒤에 해설을 더하여 만든 책이다.)
▲ 합장인合掌印 합장하는 상으로 매우 다양하다.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금강합장金剛合掌이고, 견실합장堅實合掌, 차수합장叉手合掌, 귀명합장歸命合掌 등이 있다. 금강합장과 견실합장은 두 손을 가슴에 대고 손바닥을 세우며 꼭 붙이는 형태로 열 손가락을 일대일로 마주 대는 것이다. 차수합장과 귀명합장은 열 손가락을 서로 끼고 합장하는 것이다.
이상은 비교적 주요한 인상을 말한 것이다. 밀교에서는 항삼세명왕인降三世明王印, 군다리명왕인軍茶利明王印 등 특수한 형태의 인상도 많이 있다.
여러 존상을 보고 식별하려면 반드시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물건을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보통 불佛 형상은 발우를 가지고 있는 경행상經行像일 때와 약주전자를 들고 있는 약사여래 외에는 일반적으로 지닌 것이 없다. 보살상, 명왕상, 천신상 등은 지니고 있는 물건이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 연꽃, 버드나무, 복숭아 등의 화과류花果類와 금강저金剛杵와 칼, 삼극차三戟叉 등의 무기류, 상자, 보병 등의 기구류다.
이러한 물건을 지니고 있는 의미는 각 존상의 서원에 따라 모두 다르나 밀교에서는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물의 참뜻을 명료하게 알고자 할 경우 아사리阿闍梨(범어 아사리아a-ca-rya의 음역音譯으로 궤범사軌範師 등으로 의역되며 사범이 되어 제자의 행위를 교정해 주고 지도하는 고승에 대한 경칭)의 지도와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존상이 지니고 있는 지물을 살펴보면, 일광보살日光菩薩은 만수사화曼殊沙華(하늘의 귀한 꽃 중의 하나인 만수사꽃. 만수사曼殊沙는 보드랍다는 뜻)를 지니고 있으며, 환희천歡喜天(가네샤Ganesha. 본래 상수마常隨魔라 하여 사람의 틈을 엿보는 악귀였으나 나중에 부처에 귀의함.)은 나포羅葡(채소의 일종으로 무의 중국명)를 지니고 있고, 공작명왕孔雀明王(밀교의 독특한 명왕 중 하나. 불모대공작명왕佛母大孔雀明王·공작왕모보살孔雀王母菩薩 등으로도 불림.)과 귀자모신鬼子母神(Hariti라 부르는 호법신 중의 하나로 원래는 아이들을 삼키는 야차녀였다가 석가모니에 의해 교화됨.)은 길상과吉祥果(석류)를 가지고 있고, 금강살타金剛薩埵(범어로 바즈라 사트바Vajra–sattva, 집금강執金剛·금강수비밀주金剛手祕密主 등으로 한역) 등은 오고저五股杵(고股는 갈래라는 뜻으로 다섯 갈래로 나뉜 금강저를 말함.)를 지닌다. 갈마바라밀보살羯磨波羅蜜菩薩(금강계 만다라의 대일여래의 북방에 자리한 여보살)은 갈마저(세 가락의 금강저를 십자 모양으로 엇걸어 만든 것), 금강권보살金剛拳菩薩(범어 Vajrasamdhi, 금강계만다라 37존 가운데 북방에 있는 불공성취여래 사친근四親近의 하나)은 십자일고十字一鈷(십자형 독고저)를 가지고 있다.
대수구보살大隨求菩薩은 도끼· 갈고리를 들고,
일계나찰보살一髻羅刹菩薩은 월봉구鉞鋒鉤(낫처럼 생긴 무기)를 가지고,
대륜명왕大輪明王은 삼지창을 가진다. 열리저귀왕涅哩底鬼王은 칼을 든 공포의 형상이고,
제두라타천왕提頭羅吒天王(지국천왕持國天王)과 대범천왕大梵天王 등은 칼을 들고 있다.
금강봉보살金剛鋒菩薩은 날카로운 병기인 금강봉을 가지고 있고,
염만덕명왕閻鬘德明王(범어 Yamāntaka, 염만덕가라 음역하고,
성염만덕위로왕·염만마존이라 번역. 5대 명왕의 하나로서 대위덕명왕이라 칭함.)은 몽둥이를 들고 있다.
삼매왕보살三昧王菩薩 등은 여의봉을 지니고, 마두명왕馬頭明王 등은 삼고쇄三鈷鎖(쇠사슬)을 가지고,
금강쇄보살金剛鏁菩薩은 고리열쇠를,
금강당보살金剛幢菩薩 등은 군기를,
애금강愛金剛은 마갈당摩猲幢(큰 바다에 살며 머리와 앞다리는 영양을 닮았고
몸체와 꼬리는 물고기의 형상을 한 괴어)을, 염마천閻摩天은 단나당檀拏幢(인두당)을 가지고 있다.
화선火仙은 선장仙仗(의장), 마리지천摩利支天은 부채, 제개장보살除蓋障菩薩은 여의,
공작왕모보살孔雀王母菩薩(불모대공작명왕佛母大孔雀明王)은 공작꼬리 등을 지니고 있다.
이 밖에도 관음의 화신 중의 하나인 천수관세음보살千手觀世音菩薩은 지물이 40여 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