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닐봉지/김필로
호숫가를 산책하다 보면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기우는 몸을 몇 번이나 바로 세우고 걷는 노인이 있다
휴대폰을 손에 든 나와는 달리 검은 비닐봉지를 손에 쥔 어르신이 있다
크지도 무겁지도 않아 보이는 비닐봉지의 사용처가 궁금하다
인근 가까운 밭에 다녀오시나
상상이 끝나기 전에 알아버린다
모두가 외면하고 지나가며 밟힌 휴지를 줍는 모습은 나의 시선 안에서 초를 다투어 팔닥거린다
호수를 살리는 일이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이
아름다운 지구를 만드는 일이
검정 비닐봉지 안에 웅크리고 있다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휴대폰이 부끄러워 주머니에 넣고 음료수 마신 깡통을 찌그려 가방에 넣는다
다들 그러는데
나 한 사람 잘 한다고 달라지나
수북한 쓰레기 수거장에서 깡통을 분류하며 나는 반성한다
아주 작은 모래 하나의 힘과
아주 작은 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은
나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첫댓글 어제 강의효과?
자연 생태 시인.
느껴봅니다,
그 전부터 마음에 담고 있었는데 강연과 수업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다른 문예지의 공동 주제가 '기후'였는데 작은 의미를 부여해봤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