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즐기는 사람 5%뿐'…충북도립 파크골프장 타산 맞나
박재원 기자 님의 스토리
3년간 시설 50% 증가, 도민 참여비율은 5.1% "유행 시들해 수요 감소 땐 재정낭비 불가피"(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김영환 충북지사의 도립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에 장기적인 '수요-공급' 측면을 따져봐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시적인 유행과 인기 영합에 치우친 정무적 판단으로 추진한다면 한때 우후죽순 늘어난 '게이트볼장' 꼴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러 가지 논란에도 김 지사는 지난 24일 브리핑을 자청해 "내수읍 동물위생시험소에 우선 45홀 규모 도내 최대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며 강한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 수요에 맞춰 파크골프장과 연계한 시니어 복합 공간으로 꾸며 명품 실버타운을 만들겠다는 구상에는 이견이 없으나 지속성 측면에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공재정 혁신 대안 등을 연구하는 '나라살림연구소'의 '파크골프장 시설 공급과 파크골프 수요 분석'(송진호 객원연구원) 자료를 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파크골프장은 2020년 254개에서 올해 1월 기준 411개로 61.8% 증가했다.
충북은 현재 21개(442홀)로 2020년 14개에서 50% 늘었다. 여기에 청주시에서 올해 2개를 새로 짓고, 충주시는 2026년까지 6개를 신규 조성한다.
도를 비롯해 도내 시군마다 충분한 수요 분석 없이 경쟁적으로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국 40~70세 이상에서 최근 1년간 파크골프 참여 경험 비율은 2020년 4.5%에서 2022년 9.3%로 증가한 뒤 2023년 5.3% 다시 감소했다. 팬데믹 이후 실외 활동 증가로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었다가 관심이 수그러들면서 2020년(4.5%)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분석됐다.
충북 도민의 그라운드‧파크골프 참여 비율은 2020년 1.6%에서 2023년 5.1%로 3배 정도 늘었으나 도민 100명 중 5명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보편적인 생활체육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도내 노인의 공공 여가문화시설 이용 빈도는 2020년 2.5회에서 2023년 1.8회 감소하고, 골프 참여 비율도 5%로 저조한 수준에서 관련 시설은 5년간 50% 증가하고 이것도 모자라 확충까지 하면 장기적으로 수요-공급 비대칭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열풍이 불었던 게이트볼을 선례로 꼽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식 회원이 가장 많았던 2019년 도내 회원 수는 1900명에서 2022년에는 1507명으로 감소했다. 코트 역시 2017년 278개에서 현재 250개로 줄었다.
전국 대회를 치를 만한 공식 규모와 관련 시설 집중화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게이트볼→그라운드골프→파크골프'와 같이 일시적인 유행에 편승한 즉흥적인 추진과 지역사회 소통 없는 일방적인 방식은 자칫 재정 낭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여러 지자체의 '국내 최대' 등 과도한 확장 전략은 생활체육 차원을 넘어 지역 홍보·관광 자원화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중장기적으로 재정 부담과 시설 운영의 비효율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파크골프의 주된 이용객인 50대도 향후 노인 인구에 포함되는 만큼 이동성·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일본의 사례처럼 생활권과 집 주변 공원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시설로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