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쏘가리
페달을 저어 네게로 가네
폐광으로 식은 아랫목
정선선 폐선로
레일바이크 타고 동강과 어깨동무로.
아우라지에 가면 있으려나
백두대간 태백산
천제단 돌담 적신 천지신명의 숨결
금대봉 북쪽 기슭 검룡소에 솟아
천릿길 머나먼 길 물이끼를 적시네
아리수
네 고향 수돗물 생수 이름
아리땁다, 광개토대왕비에 씌어 있다지
한 모금 흥에 겨워 아리아리 동동이냐
두모금에 한 세월 아리고 쓰리더냐
사흘 장대비 새벽 장독대
정화수 빗물 맛이 참이슬이지
즐거운 비명 자지러지는 저 아래 레프팅
백걸음 길이 줄줄이 통나무에 올라
삿대 하나로 여울을 호령하던 떼꾼 할애비
탁배기 한 잔에 아라리 한 자락
젓가락 장단에 주모의 추파에
갈대밭 개개비 달빛에 젖고
경기 땅 머나먼 양평 두물머리
물버드나무 그늘에 있으려나
삶은 끝없이 흐르는 강물
저물녘엔 산그림자 그늘에 눕네
나는 낙동강길 떠나지 못한
황지못 안의 겁쟁이 버들치
환선굴 골짜기 둑중개 한 마리
경기만 닿는 길 멀고도 젖은 길
선유도 노들섬에 벚꽃 피고
서래섬에 유채꽃 흔들리면
여의나루 마포나루 버들개지 봄 기지개
황톳물 곱게 들인 광목천 돛 펴고
황포돛대 높이 꿈물길에 올리는,
지금은 산골물 돌 밑에 웅크린
한 마리 아무르 산개구리
혼인색 휘황히 난리굿하는
금강모치떼의 여름날을 微笑하네
죽서루 벼랑 아래 오십천
오십 구비 물길 거슬러
천 년 묵은 긴잎 느티나무 그늘에서
천연기념물 공부하는 야외수업.
金貨
木魚 비늘 雨水水
깜빡 노루잠에 시나브로 간고등어
등 푸른 세월은 바다로 갔네
어물전 座上 몸빼
신새벽빛으로 짠 털실 쉐타
영감福 자식福 단추는 달아나고
녹슨 옷핀만 주렁주렁
세탁기 바닥 흩어진 백동전
소금 얼룩 돈세탁하니
환하구나 銀貨로구나
어물전 옆 개울가 마을
고기하꼬 괄게 타는 아궁이 앞
살림타박에 매부 매타작에
매워라 서러워라 찔끔대는 누이에게
밥 한 술 氣맥힌 줄 알아야지!
장독대 정화수 도량석 돌며
쇠귀에 經 읽는 친정 엄마
굴뚝 높이 철길 멀리 전어를 구워도
집 나간 며느리 黙言中이고
불혹? 迷惑의 허방고개 넘어
손 털고 마음 턴 귀촌
우두망찰 빈 빨랫줄 默視中인데
손금 짧아도 푸는 손 컸던
마음곳간이야 만석꾼이던
보리밭 밭머리 田頭시장
좌판 앞 시궁 하수도에
비린내 은은한 연꽃보살님
당신의 바다는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인데
문경시 산북면 전두리 公德山
강남길 귀촌하는 뻐꾹나그네
간판 보고 기우뚱 아는체하네
근심들 너세요
하늘우물 깊은 가을낮
무담보 무이자
상환기간 영원히 8분 19초 유예
태양초 씨 흔드는 햇살loan이
짤랑거리네
도시락 보자기만한 마당이
天地間에 환하네
들개
길잠의 새벽빛은 코가 시렸지
돌아누우면 옛사랑의 알리바이
나 돌아갈래 나 돌아갈래
을사년 호랑지빠귀
목젖 부은 소야곡에 귀를 세웠지
달렸어 나는 혀를 빼물고
수억광년 달아난 별빛 사이를
추억이여 이제 멱살 좀 놓아다오
겨울나무 뿌리 안고 긴꿈을 꾸는
한 무리 사이좋은 저 뱀들처럼.
고독
다람쥐굴이래 아빠
제주 사쩜삼 유적지
설문대 할망, 분화구에
흙 한 줌 부었다
도드라지기에 한 주먹 친 것이
패어져버렸다
보매 달처럼 둥글었다
다랑쉬오름!
그 남녘에 굴 하나, 열 한 목숨
그해를 보름쯤 남겨놓고.
저체온이란 말 얼마나 우아한가
뼈가 시리다는 말
춥고 배고팠다, 보다 무서웠다
虎列刺도 넘었는데.
사흘에 돌덩이 빼때기 한 조각
절절 끓는 아랫목
굴목에 타는 쇠똥내가 그리웠다
살얼음 부서지는 동치미가 그리웠다
그리고 왔다
온기 대신 연기, 매운내가
꽃 피냐 새도 우냐 봄이 오며는
고랑을 내야지 시린 머리맡
호미와 쇠스랑이 반질 닳은 곡괭이
토벌대가 입구에 짚불을 지폈다
나가면 죽는다 바닥바닥
손톱날로 고랑을 파고
귓구녕 콧구녕 구녕마다 피가 흘렀다
급기야 바위벽에 대망생이를 박았다
지난꿈엔 집에 갔어, 오름 등 진 마을
개머리판에 등 떼밀려
잃어버린 이름 다랑쉬!
뒤란 대숲은 청청한데
집터는 무너지고 우물은 메워지고
서슬퍼런 사금파리들
메밀 씨나락은 숯검정이고
동구 늙은 폭낭이 주름깊더군
마흔 하고도 네 해
겨울잠이 길었다
오월, 외로웠던 열 한 상자 恨가루를
태평양, 부신 물비늘에 뿌렸다
아비와 숙부 잃은 제주고씨 칠순 노인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감히 念을 내지 못하고
사방 막힌 손금 안에서
챙겨간 성냥갑만 뒤집어댔다
아빠 다람쥐가 아니고 다랑쉬네 다랑쉬가 뭐야?
다람쥐는 달음질하는 쥐
겨울잠을 잔다 부러워라
양볼 미어져라 새봄을 물고
솜이불 꼬리 덮고 꿈도 없이
봅서게 봅서게
달음질 끝에 굴 끝에 몰린
열 한 꼬리 불면의 다람쥐
굴목 : 난방용 아궁이 / 대망생이 : 머리 / 폭낭 : 팽나무
해변의 길손
언제나 그 시간에 기차가 왔지
막 채낚은 갈매기 울음과
물이 줄줄 흐르는 소금 한 가마
천문학적 망각을 뚫고
이마엔 불멸의 광채를 달고
동해 너른 모래밭 굽은 해송숲
신대륙으로 떠나는 뱃고동 우는
밤 열시의 창에 기대어
먼 외계를 출렁이던 새댁
시절은 갔지
인연 데불고.
보리 피면 보리멸 뛰고
저물면 담 너머들
전어를 굽더군
沈黙 베고 누운 아재를 싣고
기차는 다시 날아 올랐지
가서는 영영 오지 않은 사람들
흰돛배 고물에 두 줄기 녹슨 항적
추억發 유년行 霧笛의 레퀴엠
불귀의 여정 은하철도 999
어물전에서
고등어야 노르웨이 고등어야
북대서양 스타방거, 항공엽서 날리던 날
그때 내 나이 열 손 하고 일곱 마리
아직도 너 등 푸르구나
외갓집 지붕엔 백설주의보.
새치야 임연수氏 고기야
기왓집 쌈 싸 먹은 껍질의 도락
내가 빼먹은 당신의 등골.
오징어야
이 까마귀 좀 잡아가라
내 약속은 언제나
한 해도 못가 흐려지는
오징어 먹물 싸인이었으니
곰치야
열병 뒤끝 곰탱이 누나야
열 손가락 생손앓이
쓰린 속 달래는덴
네놈이 첫손이다
빈 아랫목 저녁 소반에 올릴
달빛에 절인 갈치 한 토막
처마에 내건 집어등 아래
강릉김씨 빙하기를 증언하는
동태의 빛 꺼진 눈
먹물 번지는 탄광촌 개울가
짐이요 짐, 리어카 등 미는 듯
묵호패 고모들 동전 한 닢 건네는 듯
어머이요
아가미 답답하고 지느러미 저리네요
어성초나 한 텃밭 지심 매시나요
사시사철 꽃나라 용궁 담 아래
먼저 가서 고랑 일군 맏이놈과
얼음배기 곰 발바닥
사돈 앞에 부끄럽던 당신의 그 손으로.
쿨뿡고모
창문이 펄럭펄럭, 조회대 깃발!
바람소리 쫓아가다 길을 잃어요
비탈길 오르는 기차 화통
오늘은 휴업, 문 닫았어요
작은 고모 별명은 쿨뿡고모
크르릉 쿨 방구 뿡
병원에 다시 들어갔어요
창문보를 들추니 첫눈이 내려요
고모머리에도 날마다 첫눈인데
마음은 열 살 동갑내기죠
고무대야에 내 기저귀 삶았드래요
앞닐랑 지붕에 다 올려놓고
웃으면 황소바람 드나드는 우리 고모
백설기 한 시루 쪄드시라고
엄마나라 달나라 옥토끼들이
절구에 빻아 뿌리나봐요
입김 호 불어 글씨를 써요
잘 자 고모
내복 입고 양말 신고 코 해야 할텐데
뿌우웅~
고모계신 바닷가로 달리는
밤기차의 방구소리
쿨ㅃ 쓰다가 쿨쿨 웃어요.
옆집할매
미루애비야
김밥 맛 쪼매 보라꼬
쪼매 가져 왔데이
“아이고 그러잖아
분식집에서 한 줄 사다놨는데
내일 아 소풍이라고”
글안해 걱정돼서
내 안 왔나
미루 할매 만날 천날 시장바닥 앉아
장사하는데
김밥 언제 말꼬 싶어 가
“고맙습니다 우리 아
좋아하겠네요”
무자식 상팔자라
시방은 어째 노총각짜리도 쌨고
셋 집 건너 한나씩 홀애빈동, 원!
그래 에미 소식은 듣나?
우리 메누리도 원캉 바쁘이
순이 소풍치다꺼리도 다 내 해데이
“고맙소 어머이요
참지름내 억수로 꼬시네요”
고기장사 할매
전어뒀다 머 하노?
집 나간 메누리 맡게로
내금새 쫌 풍기지?
何何何 好好好
“전어 카마 참지름내 먼저 맡고
오늘밤이라도 오지 싶네요”
何何何 好好好
꽁다리 한 번 무바라
생긴 바쿠는 이래도
맛은 히얀하대이
“고맙심다 어머이요
이 사이다 깡통
순이 갖다 주이소
내일 마 소풍가서 마시게로”.
철근공의 편지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방언으로 휘청이는 저 바벨탑
줄담배 스모그로 쿨럭이며
디스크를 앓는 고층아파트의
수입갈치 가시같은 십 밀리가 아니라
강 이켠 저켠 소식을 잇는 다리
미더운 콘크리트의 근육속에
감자탕 뚝배기 돼지등뼈같은
직경 삼십 이 밀리의 삶이고 싶었어
새마을호 달리는 신도시 변두리
십 오층 허공에서 새참김밥 씹다가
천지에 꽃난리 몸살앓는 봄
위궤양 아지랑이 끓어오르면
왼손 결속선 오른손 갈고리
새마을표 면장갑 벗어던지고
철길따라 나도 흔들리고 싶었어
앞산 버럭더미 변두리 참꽃
남겨진이들의 한숨에 흔들리는
태백선 폐광촌 무너진 집으로
木兄은 귓등에 연필을 꽂았고
우리는 분필로 금을 그으니
우리는 선생이요 木兄은 학생이다
싱거운 소리도 한 번 했지만
볕부리 수직으로 정수리를 쪼고
슬라브판 스티로폼에 심봉사 되어
등판에 소금꽃 허옇게 필 때
그늘 속 木手들이 부러웠었지
철근쟁이의 지붕은 어디에 있나
소낙비에 얼고 땡볕에 삶겨
이짓도 한 세월 흐르고 나면
유년의 운동장 조회대 뒤에
칠 바랜 장군님 동상처럼
훗날엔 청동의 증언이 되리
허튼 위안도 하여 보지만
그 이름, 예술대 음악당 신축현장
꽃잎으로 날리는 소프라노와
물방울 피아노가 구르는 침실
캠퍼스의 낮잠은 늪처럼 깊었지만
친구여 그 어깨
녹슨 청춘이 무거운가
기우뚱 한 쪽이 기울어질 때
햇빛과 어깨동무로 교문을 들어서는
저 사라진 황금의 날들
꽃미남 꽃중년에 꽃제비까지
바야흐로 시절은 화엄인데
꽃매미 미쳐버린 가로등 그늘에서
이십 오도 알콜로 점화된 산소불꽃
마천루 유리벽에 쏘던
雨期의 젖은눈을 나는 안다
착한 아들이 되고 싶었어
막장에 몰려 먼지두더지로 기다가
무너진 폐를 안고 누운 아비에게
수억 년 안으로 안으로 다져져
오 불을 품은 검은 의지여
식지 않는 온돌이 되고 싶었어
뼛속까지 비린내가 배
한 마리 자반이 된 어미에게
등 푸른 비늘이 되고 싶었어
장마비 발목 시린 새벽 그 적막
시장통 국수집 걸상에 앉아
목청 큰 날일꾼들 사이에 끼면
어느새 강산이 두 번 바뀌지
해장막걸리 한 사발만도 못하게
어이없이 추락한 출근길 대교
날벼락으로 내려앉은 퇴근길의 백화점
다시 연애를 하게되면
날림으로 않을거야
사람의 약속 버림받지 않도록
사람의 다짐 무너지지 않도록
삼십 이 밀리 강화철근 다발로 묶어
내사랑의 들보 높이 걸테야
그럼 또 나서볼까 오랜 친구여
날궂이 타령조에 붕괴하여
폐허에 수삼일 방치됐다가
뼈들을 재조립해 나서는 아침
아직도 잠못든 지난밤의 바람에
정처없는 立冬의 은행잎 위에
그림자 자네의 안부를 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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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의 자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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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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