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초고령사회 진입이 빨랐던 만큼 노인 돌봄 등 부양부담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또한 발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첨단기술을 통해 복지서비스 효율화에 높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일본의 첨단 복지기술의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022 도쿄 국제복지기기 박람회’를 다녀왔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고 있는 나라’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7.5%이며, 2025년에는 20%를 초과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기간이 오스트리아 53년,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이었던 데 비해 한국은 7년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고령인구 비율은 증가하는 반면, 이들을 부양해야 할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급격히 감소하는 인구절벽 현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 수인 노년부양비는 2020년 22.5명에서 2030년 30.6명에 이르며, 2040년에는 63.4명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돌봄서비스 현장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해결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가 사회안전망체계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현재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고 있는 나라’라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2006년에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2020년 기준으로 노년부양비가 5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5년 간병인력 수급통계’에 따르면, 2025년도 수요 전망치가 253만 명인 반면, 공급 전망치는 215만 2000명밖에 되지 않아 37만7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돌봄서비스가 필요한 인구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서비스를 수행하는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7년부터 미래투자전략을 통해 ‘차세대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을 국가차원의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첨단 복지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무엇보다 개호보험을 통해 폭넓은 복지용구를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 많은 기업이 첨단복지용구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다. 즉, 첨단복지산업 육성을 통해 돌봄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고,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기업이 앞 다퉈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도쿄 국제복지기기 박람회(International Home Care and Rehabilitation Exhibition)’를 통해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 도쿄 국제복지기기 박람회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복지기기 전시행사 중 하나로 올해 49회째를 맞는 ‘도쿄 국제복지기기 박람회’는 작년 10월 5일부터 7일까지 도쿄 빅사이트 동(東)전시홀에서 열렸다. 이번 박람회에는 일본, 미국,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호주, 중국, 대만 등의 500개 이상 기업이 출품했고, 10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자전거, 휠체어 등 교통취약계층을 위한 이동 수단에서부터 ICT를 활용한 각종 보조기기와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참가자가 직접 제품을 시연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부대행사로 열린 여러 심포지엄과 세미나에서는 첨단기기를 활용하여 새롭게 개발된 복지서비스와 프로그램이 의료·공학 분야 전문가 및 사회복지 현장실천가에게 소개되고 있었다.
또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현장에서 열린 박람회와 더불어 온라인 박람회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데 주최 측에서는 9월부터 11월 7일까지 열리는 온라인 박람회에 100만 건 이상의 페이지뷰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쿄 국제복지기기 박람회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면면은 박람회 자체의 위상뿐만 아니라 돌봄서비스 및 첨단 복지산업 분야가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번 박람회에도 도요타, 닛산, 파나소닉, 후지 등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들이 첨단복지기기를 출품하여 열띤 홍보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특히 도요타는 2022 도쿄 국제복지기기 박람회를 통해 비평탄 경사면은 물론 계단까지 오를 수 있는 휠체어 ‘JUU’를 최초로 공개했다. 탑승자가 직접 시연하여 계단과 경사면을 오르는 때에는 수백 명의 박람회 참가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전동휠체어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어 기업이 관심을 갖고 중점적으로 투자해 나가야 할 미래 핵심산업 분야”라며 “장애인, 고령층 등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마음으로 전동휠체어 이름을 JUU(‘자유’의 일본어 발음과 유사함)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첨단 복지산업 활성화, 진입장벽 낮춰야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친화산업과 첨단복지산업 분야의 여러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 재활, 복지용품을 중심으로 열린 박람회만 해도 네댓 개 정도, 의료기기·용품 등 유사한 박람회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급격한 고령화와 돌봄욕구 증가 속에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을 법도 하지만 도쿄 국제복지기기 박람회에 비하면 국내에서 열리는 관련 박람회는 규모와 인지도 등 모든 측면에서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본 박람회에서는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박람회에서는 왜 전 세계를 호령하는 첨단기술을 가진 국내 대기업들을 찾아보기 어려울까?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까다로운 규제와 높은 진입장벽으로 민간기업의 활발한 참여가 어렵고,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관련 제도의 엄격한 수가 책정과 제한적인 급여범위 설정으로 수익성과 제대로 된 시장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람회 운영주체와 지원체계에 있어서도 일본과비교된다. 국내 박람회는 대부분 일부 지자체와 몇몇 민간단체 및 기업이 주최 또는 주관하고 있는 것에 비해 도쿄 국제기기 박람회는 일본 전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최하고, 일본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 외무성, 환경성 등 주요 정부부처가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복지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노인부양 부담과 인력난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도쿄 국제복지기기 박람회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은 민간 기업의 자연스러운 참여와 투자를 이끌어낸 결과, 첨단 복지산업 분야에 있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발전과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 이상의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첨단 복지산업 분야의 성장과 발전이 더딘 모습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제도적 지원을 통해 민간 기업의 참여 여건을 조성하고, 도쿄 국제복지기기 박람회와 같은 세계적 규모의 박람회가 우리나라에서도 개최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첨단 복지산업분야 시장 확대와 기술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올해에 열릴 제50회 도쿄 국제 복지기기 박람회는 2023년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작년과 같은 장소인 도쿄 빅사이트 동전시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작년에 열렸던 박람회 정보와 올해 박람회 참가신청에 대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hcr.or.jp을 참고하면 된다.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