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행은 성공에서 기인한다
한국은 과거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동의 1위인 분야가 있다. 이는 한국만의 압도적인 분야로 2003년 이후부터 단 2개 연도를 제외하면 그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바로 자살률이다.
자살률이라는 분야에서 부동의 1위라는 결과는 굉장히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1990년 초반까지만 해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사실이 무색해질 정도의 경악스러운 수치이기도 하다. 다른 OECD 국가들의 자살률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에서 이는 오로지 한국만의 문제라는 것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제 하락을 탓하고 싶어도 한국은 짧은 기간에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른 고도의 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헌법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시장 경제 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존중하며, 그로써 얻은 개인과 기업의 이득과 재산을 모두 보장한다. 이러면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무엇에 귀인한 결과일까? 이 기사는 이를 개인들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의 문제라고 제시한다.
세계적으로 한국 문맹률은 낮고 대학 진학률 등은 높으며, 한국의 경제 상황은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은 죽어간다. 사회복지학자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현재 한국의 불행이 ‘성공’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윤 교수는 1960~1970년대에는 국민소득이 2천달러만 되면 잘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가 될 줄 알았는데,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된 지금도 행복한 사회가 되지 못한 이 역설적 상황을 ‘성공의 덫’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은 무한경쟁 사회이다. 교육은 서열화되어 있다. 최상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소수의 좋을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교육 서사는 최상위권 대학과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향한 경쟁에 집중됐고, 대다수 국민의 삶과는 유리되어 있다. 높은 목표는 소수만이 충족할 수 있고 다수는 패배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은 ‘자살의 나라’다. 그런데 국가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자살을 말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는 주제에 저출생에 대해서는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선 사항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낮은 출생률이 아니라 높은 자살률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에 자살이 있다. 처음에는 개인의 자살이지만 마지막은 국가의 소멸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무한경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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