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친구에게 편지를 부치려고 집을 나섰을 뿐이다.할 일이 생겼고, 목적지가 있어서 그 곳을 향해 길을 나섰을 뿐이다.
그런데 처음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계단의 공을 밟아서 미끄러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빠르게 그 길을 가서 편지를 부치고 돌아와서 집에서 편하게 쉴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집 안에서 만난 내부의 어려움, 그리고 집 밖으로 나갔을 때 미끄러지는 카펫에 깔리는 갑작스러운 사고...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고다.
이어서 넥타이 진열장 앞에서 넥타이를 복도 있는 아저씨 다리에 개를 묶어 놓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린 숙녀분...자신의 한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이 들어가버리고, 개는 동물의 본능에 따라 자기 갈 길을 가느라 아저시가 질질 끌려가는 것에 대한 연민이 있을리 없다. 겨우 강아지 줄에서 풀렸으나 자신이 아끼던 모자가 떨어져서 자동차 바퀴에 깔려 납작해지고 말았다.
위기를 겨우 모면하고 다시 기운을 차리고 우체통으로 걸어가는 순간 하필 돼지 몰이 축제날인지라 돼지들과 아이들이 달려와서 아저씨를 밟고 지나간다. 망신창이가 되어 버린 아저씨는 비틀비틀 일어나 우체통에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편지를 넣는데 성공한다.
구사일생으로 버텨온 아저씨는 편지를 부치려는 목적을 달성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가까운 공원으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산다. 그런데 벤치로 걸어가는 도중,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리고 만다. 이렇게 힘들게 버텨온 아저씨에게 왜 한 순간의 쉼도 허락이 되지 않는 것일까? 죽을 일을 다해 버텨온 아저씨도 이번만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물고 말았다. 아무도 자신의 불행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극도의 외로움을 느낄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때, 작은 여자아이가 다가와 무릎을 톡톡 치고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면서 따스한 말을 건넨다. "이거 드세요."
이 작은 몸짓에 아저씨는 이전의 불행은 다 털어버리고 생긋 웃으며 일어나게 된다.
#나의 이야기
어릴 적부터 힘든 친구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삶의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어서 2001년 교단에 섰다. 그저 내 교실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잘 가르치면 되는 줄 알고, 석사, 박사공부, 연수 등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배운 내용을 교실에 적용하면서 프로교사가 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삶도 비틀비틀 아저씨처럼 수많은 어려움에 넘어지고,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면서 겨우 교단에서 버티고 있다. 무례한 학생, 예의 없는 학부모님, 교사 한 사람에게 모든 일을 감당하게 하는 관리자님들도 내가 그 상황에서 그렇게 힘들게 버티면서 다시 일어서려고 애쓰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것이 내게 얼마나 깊은 절망인지, 얼마나 죽고 싶을만큼 좌절인지 모른채 그저 자신의 편리를 추구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극한의 시간에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한 사람의 따듯한 위로가 나를 그 때 그 때 살렸다. 넘어질 때마다 나에게 미소를 전해 준 아이, 동료 교사, 가족...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절망에서 혼자 헤매일 때, 내게 다가와 준 따스함이 있다. 여자아이와 엄마에게 여러 번 인사를 했던 비틀비틀 아저씨의 마음을 담아 그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힘든 시대다. 하지만 비틀비틀 아저씨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여자 아이처럼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시원한 아이스크림의 위로를 전해줄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금 생긋 웃으며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곧 개학이다. 내 주변에서 벤치에 혼자 앉아 울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고 여유를 가지고 손을 내밀어주는 2학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이초 선생님 #추모곡
#교사뮤지션
“동료들의 죽음에 뮤지션으로서 뭐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https://youtu.be/MvnZGdNmSug
<꽃처럼 빛나던 그대는>
꽃처럼 빛나던 그대는
바람 되어 흩날리고
두 손에 피는 비가 되어
세상 속에 떨어진다
얼마나 많이 울었나
알아보지도 못했구나
더 들어줄 걸
더 안아줄 걸
가슴 아리는 잔인한 날들
얼마나 많이 울었나
알아보지도 못했구나
더 들어줄 걸
더 안아줄 걸
후회만 남아 가슴을 친다
별처럼 환하던 그대는
구름 되어 떠다니고
어둠 속에서 혼자 했던 말
비가 되어 떨어진다
————————————-
작곡,사 : 김승재
편곡 : 변동준, 김승재
피아노 : 변동준
노래 : 김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