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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표절로 당선 취소”... 매해 이어지는 문학계 표절 논란
2020. 1. 28. 17:21
심사위원, “문인으로서 자격 박탈, 표절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
표절은 절도 행위다. 남이 쓴 어떤 작품을, 문장과 구성과 모티프 상에서 명백히 표절해놓고도 그 작품을 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는 것은 자신의 문학세계와 작가로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작가는 오직 자신의 창작물을 갖고 존재 증명을 하는 것인데, 타인으로부터 가져온 것으로 자신의 허술함을 덮는다면 양심을 속이는 것이다.
-이승하 문학평론집 “욕망의 이데아” 중에서.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표절 사건
2015년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의 ‘우국(미시마 유키오 作)’ 표절 사태로 대표되는 문학계 내 표절 문제는 해묵은 이슈다. 특히 신경숙 사건의 경우 창작과비평이 나서서 작가를 옹호하는 등 문단 권력 문제로 대두되며 다양한 논란을 빚어왔다.
이후 박민규 작가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낮잠’이라는 작품에서 각각 인터넷 게시판 글과 일본 만화를 표절한 사실을 인정했으며 201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응모작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의 경우 별도의 주석이나 출처 없이 특정 블로그의 문장을 다수 인용해 당선이 취소됐다. 각 표절 사건마다 사안의 차이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문학계 내 저작권과 표절에 관한 인식 미비가 문제점으로 꼽힌다고 할 수 있다.
올해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표절 논란이 벌어졌다.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김은숙 씨의 ‘골목의 번식’이 네이버 카페 “은행나무 문학쉼터”에 올라온 김난(본명 김향숙) 씨의 ‘비닐봉지의 원죄’라는 작품을 표절했다는 이의가 제기된 것이다. 해당 사실은 전북일보 측에 전달된 이후 심사위원 및 심의위원회의 논의 결과 최종 ‘당선 취소’로 결정되었다.
김은숙 씨와 김난 씨가 함께 활동한 “은행나무 문학쉼터”는 네이버 카페로 온라인 강의, 오프라인 시 창작 교실을 활발히 이어온 김명희 씨가 합평 및 첨삭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원작자 김난 씨의 경우 온라인에서, 당선취소자 김은숙 씨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김명희 씨의 강의를 유료로 수강한 바 있다. 이에 강의자 김명희 씨를 통해 원작자의 시와 문장이 김은숙 씨에게 전달되며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전북일보는 사실관계 파악 이후 종이 및 인터넷 지면을 통해 당선 취소를 발표했으며,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현재 추가 논란과 당선취소자의 심적 부담을 덜기 위해 온라인 기사를 내렸다.”는 사실을 전했다. 표절의 의도성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작품을 비교했을 때 유사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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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신춘문예, 문학)
2021. 10. 22. 8:46
올해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표절 논란이 벌어졌다.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김은숙 씨의 ‘골목의 번식’이 네이버 카페 “은행나무 문학쉼터”에 올라온 김난(본명 김향숙) 씨의 ‘비닐봉지의 원죄’라는 작품을 표절했다는 이의가 제기된 것이다. 해당 사실은 전북일보 측에 전달된 이후 심사위원 및 심의위원회의 논의 결과 최종 ‘당선 취소’로 결정되었다.
김은숙 씨와 김난 씨가 함께 활동한 “은행나무 문학쉼터”는 네이버 카페로 온라인 강의, 오프라인 시 창작 교실을 활발히 이어온 김명희 씨가 합평 및 첨삭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원작자 김난 씨의 경우 온라인에서, 당선취소자 김은숙 씨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김명희 씨의 강의를 유료로 수강한 바 있다. 이에 강의자 김명희 씨를 통해 원작자의 시와 문장이 김은숙 씨에게 전달되며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전북일보는 사실관계 파악 이후 종이 및 인터넷 지면을 통해 당선 취소를 발표했으며,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현재 추가 논란과 당선취소자의 심적 부담을 덜기 위해 온라인 기사를 내렸다.”는 사실을 전했다. 표절의 의도성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작품을 비교했을 때 유사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전북일보 당선취소와 관련하여 해명이 필요한 부분일 듯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2020 신춘문예를 향하여 달려온 회원님들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당선되신 분은 축하를 받아 마땅하며, 낙선하신 분도 위로를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세상을 경험해봐서 잘 아시겠지만,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개개인의 필력을 떠나서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 저마다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지닌 필력 내에서는 최선을 다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때는 노력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성과도 냈습니다. 그래서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글귀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살아보니 세상일은 그게 아니더라는 말입니다. 노력 외에 존재하는 것이 분명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바로 운입니다. 물론 이 원이라는 것도 노력이 없다면 따라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 노력은 해놓고 운이 따르길 바라는 거겠죠. '진인사대천명'에서 말하는 '하늘의 뜻'이 운
이라는 게 조금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사실이 그런걸요
낙선된 입장에서 보면 당선자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사람처럼 행복하게만 보일 겁니다. 비단 신춘문예뿐만 아
니라, 명예가 높은 자. 지위가 높은 자. 재물이 많은 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타인이 알지 못할 고민이 있는 법입니다. 그렇기에 그들 역시도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그때 운이 좋았다거나 운
이 많이 따랐다는 말을 곧잘 합니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운에 비춰보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고 해서 당선작이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낙선작 중에서도 심사자의 성향과 맞아떨어졌다면 당선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를테면 단시를 선호하는 심사자라면 제아무리 잘 쓴 장시라도 뽑는 일은 없습니다. 산문시를 극도로 싫어하는 심사자가 산문시를 뽑지 않듯이 말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한 낙선작은 필력이 제대로 받쳐주는 작품일 때 한해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운'이라는 것이 사실을 들여다보니 마냥 '운'이 아닐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마다 당선작이
발표되고 나면 이제는 관례처럼 따라오는 게 당선취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가나 했더니 며칠 전
전북일보 당선취소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괜찮게 봤던 작품이라서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원작이
라는 <비닐봉지의 원죄>가 어떤 작품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검색이 안 되더군요. 타문학 카페에서도 당선취소 소식은 있지만, 원작은 없었습니다.
https://naver.me/GfCFaGZE
비닐봉지의 원죄 / 김난
시커먼 어둠 저쪽, 번뜩거리는 누들이 분주하다 착지하는 소리마저 종적을 감춘 낡은 새벽 배고픈 눈동자를 어슬렁거리며 굶주린 입들이 검은 선물을 노린다 어떤 것은 벌서 발 바른 무리에게 뜯긴 채 알록달록한 내장을 쏟아 놓았다 며칠 치의 몸이 뱉은 배설인지 물컹한 냄새가 부랑자처럼 떠돌았다 항상 간단한 일상을 담고서 손에서 달랑거리며 존재를 알렸지만
그러나 늘 일회용이라는 불명예를 떨치지 못했다
어떤 날은 검은 동굴처럼 어두운 입구 저쪽에서 미세하게 갸르릉거리는 소리가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세상의 출구에서 가느다란 숨을 내뿜으며 미처 이름을 갖지 못한 태아가 발견된 날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무언가를 품었다가 빈속인 채 연애편지처럼 꼬깃꼬깃 접어지기를 몇 차례 더 이상 뭘 담지 못할 때의 종착지는 늘 땅속이거나 고래의 뱃속이었다 가볍고 미끈거려 초라한 대신 영생을 보장 받기라도 한 듯 아무도 그것의 질긴 목숨을 끊을 수 없었다
노을을 뚫는 검은 새떼의 비행은 실상 비닐봉지였고 심심할 때면 고래의 뱃속에서 심장을 갉아먹고 사인(死因)의 선봉이 되기도 했다 제 몫을 끝내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안은 채 폐기된 소멸은 소멸이 아니었다 그가 죽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귀소본능이 없는 것은 발명가가 실수를 한 원죄였다
마당 한 켠, 삐쩍 마른 나뭇가지 꼭대기에 흙을 잔뜩 묻히고 입을 벌린 채 어느 알바생이 20원 짜리 도둑으로 몰린 사건은 혐의 없는 일회용으로 종결되었다고 웅웅거린다
골목의 번식
김은숙
발밑을 믿지 마세요 골목의 뒤통수는 백 년이 가도 썩지 않아요
미처 이름을 갖지 못한 태아도 봉지에 버려진 조약돌,
툭툭 발길에 채여요
어둠이 눈감아줬다면 당신은 그것을 바람 빠진 축구공쯤으로 여겼을 거예요
공중화장실에서 태어나자마자 봉지 속으로 꼬깃꼬깃 숨겨진 첫울음,
도심에는 한 방향만 암기한 검은 사각형들이 살아요
정육면체 어둠이 검은 시냇물이 되어 흘러요
밤이면 먹물 같은 골목, 징검다리는 없어요
그 안에 더 이상 비밀을 숨기지 못할 때
종착지는 캄캄한 땅속이거나 고래 뱃속이었어요
뭔가를 산란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 지난밤 그 골목은 비좁았어요
집안 어디쯤에서 폐품이 되기 좋은 질긴 산책로를 발견했나요? 창문 밖 골목 저 끝말이에요
봐! 저기! 저것 좀 봐! 소리친 게 당신이었나요?
노을을 뚫는 검은 새떼의 비행은 사실상 누군가 목을 비틀어서 유기遺棄한 비닐봉투였죠
은밀함을 목 졸라 죽일 때는 낯선 저녁 역광 뒤쪽이 최고예요
역광을 믿지 않았던 고래는, 죽은 봉투를 해파리로 읽었어요
그것들은 간혹 뱃속에서 심장을 갉아 먹다 고래의 사인死因이 되기도 하죠
검정을 죽이고 돌아와, 비닐봉투가 피살되었다는 뉴스특보를 보더라도 웃음 짓는 것이 중요해요 한잔의 블랙커피를 삽으로 파고서 떨리는 증거들을 감쪽같이 묻어버리세요
지난밤에는 어둠을 자백하라고 길고양이들이 나를 포위했어요 묻어버린 시간과 폐기한 말들을 뱉어내라고 난리에요 그렇지만 최후의 단서를 들키지는 않았어요
귀소본능이 없는 것은 발명가가 깨트린 새 소리예요
길게 누운 골목, 졸음의 이마 위로 갓 태어난 개똥을 조심하세요
골목 왼쪽, 삐쩍 마른 나뭇가지 꼭대기에 흙을 잔뜩 묻히고 입을 헤- 벌린
깃발처럼 펄럭이는 검은 농담들, 맞아요
어느 아르바이트생이 20원짜리 비닐봉투 도둑으로 몰린 사건 아시죠?
두께도 없고 입구도 없는 혐의는 아메바보다 지루해요
괜찮아요 밀봉된 태아의 캄캄한 몸과 비명도 따지고 보면 고무장갑과 같은 족속
붉어서 아무도 구별 못 해요
매일 밤 태어난 어둠은 막다른 모퉁이에 검은 무덤을 만들고, 아침이면
기지개 켜는 코스모스가 그것들을 화려하게 변호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