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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 속의 태풍
이 홍사
책은 절대로 그냥 주거나 얻으면, 절대로 읽지 않는다.
이건 철칙이다.
담배 한 개비 값이라도, 주거나 받아야지만 본전이 생각나서 읽는 물건이 바로 책이다.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에게 주는 수험서를 제외하고 잡학에 관한 서적이 그렇다는 말이다. 무명소설가인 홍랑이 책을 많이 주어보았고, 받아보아서 그 사실을 몸소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이다. 홍랑은 며칠 전, 형 집에 제사를 모시러 갔다가 최근에 책이 나왔다고, 형에게 먼저 준 홍랑의 소설집이 책장에 꽂혀있는 걸 보고 새삼 그 사실을 실감했다. 그게 책을 쓴 사람의 입장에 서서 보면 얼마나 처절하고 처참한 일인지 무명작가가 아닌 사람은 모른다. 설마, 하고 책을 빼서 보니 새 책 그대로였다. 준 지가 한 달이 넘었는데 읽은 표시가 전혀 없었다. 좀 서운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뜬금없이 책값을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날 저녁은 좀 서운해서 말을 절제하고 있었다.
또 태풍이 올라온단다.
올해는 태풍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온다.
14호 태풍이 지나간 지 열흘도 되지 않았는데 또 일기예보에는 태풍 소식이 있다.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에서 올라오고 있단다. 지난번 태풍은 바람은 없어도 엄청 많은 비를 뿌렸다, 연이틀 동안 밤낮으로 쉴 짬이 없이 조용하고 차분히 내렸다. 다른 지역에서는 팔백 밀리의 물 폭탄이라는 뉴스까지 나왔고 태풍으로 인해 다 지은 농사가 거덜이 났다는 화면이 텔레비전에 나왔다.
드디어 태풍의 계절이 되었다.
태풍의 계절?
바다에서 발생하는 태풍만이 아니라 홍랑의 갈비뼈 속에서도 태풍의 눈이 그날 저녁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할머니 제사는 추석이 지난 후 일주일 뒤였다.
홍랑은 미얀마의 마무리공사가 바쁘지만, 할머니 제사를 모시고 나가려고 일정을 미루고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야 홍랑이 바쁘니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그야말로 귀신같이 아시고 이해를 하실 것이지만 제사에 빠지면 제주인 형의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하긴, 제사를 무시하고 추석을 쉬고 바로 나간다고 했더라도 발이 묶였을 것이다.
뉴스를 보니 태풍으로 인해 항공기 결항이 연일 속출하고 있었다.
홍랑은 할머니 제사 지내면서 유식을 모시는 시간에 꿇어앉아 머리를 조아리고 얼핏 보니 포복하고 있는, 형의 도포 자락으로 삐져나온 손목의 시계가 눈에 들어왔는데 좋아 보였다. 얼핏 보아도 로렉스인데 얼마짜리인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말도 하기 싫은 양반과 제사를 올리며 포복하고 있는 시간에 물을 수는 없었다.
제사가 끝나고 음복을 하는 자리에서 홍랑은 형이 차고 있는 시계를 보자고 했다. 무엇에든 애착을 가지는 건 권할 일이다. 그러나 탐욕이 되는 건 권장할 일이 아니다. 홍랑의 갈비뼈 속에 또 태풍이 이는 것이다. 시계, 로렉스, 시계가 분명 태풍의 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감지할 수가 있었다. 음복하는 자리에서 얼핏 보고는 돌려주었다. 이미 눈에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걸 하나 장만해야지.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급해지는 게 홍랑이다. 가슴에 소유욕의 서서히 몰아치는 것이었다. 이거 또 애착이 아니라 탐욕이 되는 거 아닌가? 그날 저녁, 음복으로 제주를 마시면서 형의 시계를 보기만 했지 가격은 절대 묻지 않았고 손목에 차보지도 않았다. 얼른 보아도 웬만한 승용차 한 대 값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홍랑은 한때 승용차의 광이었다.
승용차에 푹 빠져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차에 미쳤다고 할 정도였다. 타이어가게를 하는 홍랑의 군대 동기는 대놓고 돌아버린 놈이라고 할 정도였다. 일 년에 승용차를 네 번이나 바꾸는 사람은, 조선에선 홍랑뿐일 거라는 것이다.
승용차를 일 년에 네 번 바꾼다?
홍랑은 그런 적도 있다.
지나고 생각하니 허접스러운 탐욕이었다.
홍랑은 절대로 신차를 빼지 않는다. 남들이 빼서 일 년쯤 탄 차를 사서 일 년쯤 타다가 팔면 감가삼각이 제일 적게 빠진다. 고장이 나서 고칠 일이 없고 에프터서비스를 받고, 거의 손해액이 없다. 이전등록을 할 적에 들어가는 세금은 종합소득세 기간에 공제를 받으니 은밀히 따지면 거의 공으로 타는 셈이 된다.
바꿀 때마다 아내의 잔소리가 개입되었다. 그러나 홍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음이 정해지면 기어이 바꾸었다.
무슨 차를 사야지 마음을 먹고, 자주 들어가는 중고차 전용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차의 색상과 주행거리, 옵션을 다 파악하고, 지금 끌고 다니는 차를 얼마쯤 받을 것인지 확인을 하고 끌고 중고매장으로 가서 바꾼다. 매장에 차가 많다고 이것저것 둘러보면 눈이 현혹되어 절대로 바꾸지 못한다. 이건 가격이 맘에 안 들고, 저건 품질이 떨어지고, 단점만 눈에 보여 절대로 매장에서는 차를 구하지 못한다. 인터넷으로 한 대를 찍어서 한 사나흘 마음속으로 구우며 갈등하다가, 바꾸겠다고 결정이 서면 한나절 만에 팔고 사는 일을 해결한다. 남들이 보면 갑자기 차를 바꾸었다고 생각하겠지만 홍랑은 사전의 준비작업을 철저히 거친다. 홍랑은 그런 방법으로 차를 늘 쉽게 바꾸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도 그건 차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탐욕이었다.
탐욕과 애착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당시에 생각하면 분명히 애착인데 지나고 나서 객관적으로 짚어보면 탐욕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시에 눈에 쓰이면 자신을 계획을 긍정적으로만 짚어보는 게 인간의 본성인 모양이다. 그 인간의 본성에는 부정적인 면을 외면하는 항목도 들어있다. 무엇에 꽂히거나 미치면 그렇다.
이제는 어떤가?
승용차에 관해서는 탐욕도 애착도 없다. 관심이 멀어졌다는 얘기다. 지금 홍랑이 끌고 다니는 승용차는 물 건너온 외제인데, 허울만 외제이지 생산된 지 십오 년이 넘은 고령의 고물차다. 그것도 산 게 아니라 지난해 봄에 공사를 해주고 못 받은 공사비 대신에 일 년이 넘어서 마지못해 받은 승용차인데, 받아야 할 공사비를 계산하면 오지게도 비싸게 먹힌 셈이다. 비만 안 들어오고 굴러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홍랑은 차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다. 그 차를 팔아도 공사비 절반도 못 건지는데 워낙에 오래된 모델이라 팔릴 것 같지가 않아서 홍랑은 자신이 타던 차를 팔고 유행이 지난 그 차를 그냥 끌고 다닌다. 달리 말하면 승용차는 질리도록 바꾸어 보았고 이제는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얘기다.
이제는 누가 아무리 좋은 차를 끌고 나타나더라도 홍랑은 관심이나 호기심은 시들해졌다. 시승으로 타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으니 차에 대한 탐욕도, 애착도 시들해졌다는 얘기다. 타이어가게 친구 놈은 늙어가니 철이 든다는 말을 했다. 철이 든다? 홍랑의 승용차에 대해 시들해진 애착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런데, 형이 차고 있던 시계를 본 후로는 시계가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탐욕이 아니어야 할 터인데.......
홍랑은 속으로 생각하며 음복을 하고 서둘러 자리를 털었다.
음복하면서 형과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읽는 걸 싫어한다지만 친동생이 직접 써서 어렵게 낸 소설집조차 읽지 않았다니? 그런 형과 무슨 말을 해?
그 생각이 홍랑의 말문을 닫게 했다. 형에게 달리 서운한 건 없었지만 자리가 불편했다. 책을 읽었다면 책의 내용에 대해서 화젯거리가 되겠지만 책 이야기는 입에 올리기 민망할 정도였다. 무슨 화제를 꺼내 알콩달콩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홍랑의 표정과 마음은 경직되어 있었다.
홍랑은 제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새벽 그런 시계가 대충 얼마나 하나 인터넷을 뒤졌다. 정확히 어느 모델인지는 모르지만, 가격이 상당히 고가였다. 비싼 건 승용차 신차 가격을 훌쩍 넘는 것도 있었다.
-하나 장만해야지.
차고 다니다가 죽을 땐 아들 녀석에게 유품으로 남겨도 좋을 물건이었다.
-오기라고 하더라도 하나 장만해야지.
홍랑의 갈비뼈 속 어디엔가는 시계가 태풍의 눈처럼 고요히 들어앉았다. 이게 폭풍이 되면 홍랑은 스스로 제어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홍랑의 시계는 줄이 금으로 된, 이른바 금시계다. 이게 좋은 점은 급하면 국내든 해외든, 바로 현금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비상금을 늘 손목에 차고 다닌다는 말이 되겠다. 홍랑은 이 금시계는 몇 번 바꾸었다. 차다가 싫증이 나서 바꾼 게 아니었다. 다급하게 현금이 필요해서 급하게 팔아먹은 것이다.
기억하기로 한 번은, 해외에 투자를 막대하게 하는 바람에 한국의 회사에 여윳돈이 씨가 말랐다. 재작년인가. 갑자기 한 현장에서 결재가 한 달 밀린다는 통보를 받았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까지 확인해보니 그달 직원들 월급이 모자라는 실정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월급을 미루면 안 된다. 누구에게 돈을 융통하기가 입에 껄끄러워 차고 있던 시계 줄과 서랍에 있던, 끼지 않는 반지를 몽땅 팔아서 그달 월급을 급하게 막은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비상금을 보관한다는 생각으로 또 시계 줄을 금으로 바꾸었다. 그 전에 차고 있던 것과는 다른 모델이라 신선함을 더해 주었다.
손해 보는 금액은 세공비 정도로 미미했다.
그다음에는 재작년인가 미얀마에서 시계 줄을 또 판 적이 있었다. 미얀마에 나가면 경비를 예상보다 넉넉히 가지고 나가는 편인데 돈이 급하게 필요했다. 새로 지을 집의 건축허가를 내는 과정에서 담당자에게 줄 테이블 언더머니가 필요했다. 미얀마에서 허가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작자들은 항상 그런 돈을 챙기는 게 관행인데 큰돈은 아니고 얼마라고 정해진 금액도 아니다. 그냥 서운하지 않을 정도다. 홍랑은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경비를 챙겨가지 못했다. 외국에서 그런 경비를 융통할 방법은 없고 생각난 게 시계였다. 바로 숙소 앞 시장 골목의 금은방에 가서 현금으로 만들어서 매니저에게 절반을 뚝 떼어서 전해주라고 일렀었다. 그 결과 건축허가는 쉽게 받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시계 줄을 만들었다. 비상금을 꼬불친다는 생각으로 또 금으로 만든 것이다. 시계값은 얼마 되지 않는다. 순전히 줄값이지. 홍랑이 금시계를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속도 모르는 아내는 시계에 미쳤다고 했지만 정말 미친 사람을 보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기호도 나이에 따라 자꾸 바뀐다.
홍랑이 아는 사람 중에는 박 아무개라는 희한한 사람이 있다.
박 아무개인데 친구의 타이어가게에 자주 오는 작자다. 홍랑과 직접적인 친분이 있는 게 아니라 친구가 옛날에 회사에 다닐 적에 직장 동료라고 했다. 그 박 아무개도 홍랑처럼 친구의 타이어가게에 참새 방앗간 드나들 듯이 커피를 마시러 오는 작자인데 희한하게도 연장이 있어야 불안하지가 않다는 이상한 인간이다.
정말 이상한 작자다.
한마디로 공구나 연장에 살짝 미친 작자다.
그 양반은 아예 승용차를 사지 않는 사람이다. 꼭 승합차를 사서, 그것도 정원이 세 명이고 뒤에는 유리로 칸막이가 되어 화물차로 분류되는 차를 구해서 화물칸에 앵글로 선반과 서랍을 만들어 갖가지 연장과 공구를 가득 싣고 다니는 사람이다. 다양한 종류의 가위부터 시작해서 전자현미경, 전동 드릴 등속의 갖가지 전동공구를 한 차를 싣고 다닌다. 없는 공구가 없다. 자기 말로는 공구의 무게만 일 톤이 넘는다고 하면서 그래도 짬이 나면 공구를 구하러 다니는 것이다.
그 양반은 무슨 수리업자나 전파상을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전자부품회사의 삼 교대로 근무를 하는 일반 근로자인데 그렇게 싣고 다녀야 불안하지가 않단다. 친구의 타이어가게에 자주 와서 홍랑과는 안면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밥도 같이 먹고 술자리도 몇 번 같이 했지만, 한번은 공구를 빌리려다가 머쓱한 꼴을 당했다. 집에 화장실 소변기가 얼어서 터진 바람에 물이 질질 흘러서 그것을 교체하려고 부품은 샀는데 거기에 맞는 연장을 좀 빌려달라고 했더니 단호하게 거절했다. 마누라는 빌려주어도 공구는 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공구나 연장은 절대로 빌려주지 않는 위인이다.
빌려주는 대신에 시간을 내서 직접 찾아가서 일을 해주는 인간이다.
거기에 맞는 연장이 무엇이냐고 사야겠다고 했더니 자기가 직접 해주겠다고 하면서 홍랑을 따라왔다. 곧 근무를 들어가야 할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따라와서 자기 연장에, 자기 손으로 직접 교환을 해주고 돌아갔었다. 연장만 빌려주면 홍랑이 하고 그 연장을, 다음날 타이어가게에 맡기면 되는데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연장을 누구에게 빌려주면 정신이 산만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제 연장은 제가 정한 위치나 서랍에 있어야 무엇에 집중할 수가 있다고 했다.
그 양반에 비교하면 홍랑이 승용차나 시계를 바꾸는 것은 미친 짓거리도 아니다. 금시계는 비상금 대신에 차고 다녔는데 로렉스가 자꾸 눈에 어른거리는 것이다. 홍랑은 이런 경우가 위험한 현상이다. 미친 듯이 소유욕이 못 이길 정도로 작용하는 시기만 넘기면 태풍이 지나가듯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무덤덤 해지는 인간이 홍랑이다. 홍랑은 자신을 잘 안다. 그래서 로렉스를 눈에서 지워야 한다.
홍랑은 시계가 눈에 어른거리자, 노트에 로렉스를 사면 불편한 점을 기록해 보았다. 첫째 상당히 고가의 시계라 분실하면 상실감이 크다. 그리고 두껍고 무거워 착용감이 좋지 않다. 급하면 아무 금은방에서 현금으로 만들 수가 없고 로렉스 전문매장을 찾아야 한다. 거기에서 중고를 팔더라도 감가삼각이 엄청 심할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적어서 줄줄 외고 다녔다.
그렇더라도 그 시계가 자꾸 눈에 어른거리는 것이다. 분실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착용감은 자꾸 차고 다니다 보면 버릇이 되어 무던해질 것이고 감가삼각이야 팔지 않고 평생을 차면 된다는 생각이 불편한 점을 덮어씌우기를 하는 것이다. 희한하다. 무엇에 빠지면 이렇게 심리적 갈등을 겪는 게 홍랑이다, 참으로 못 말리는 충동구매의 현혹인 것이다. 그 옛날에 승용차를 마구잡이로 바꿀 때도 그런 심정이었는데 갑자기 로렉스가 가슴에 들어앉은 것이다.
홍랑은 해외에 들락거리며 인천공항 면세점의 로렉스 매장에서, 어떤 종류가 있나, 가격은 어느 정도 하는지 둘러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사겠다고 들른 것이 아니라 얼마나 하는지 구경을 하며 대기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서였다. 잘 모르는 화장품을 구경하는 것보다는 눈이 즐겁다. 미얀마에서 가장 번화가에 있는 쇼핑몰, 미얀마타워의 로렉스 전문매장이 있다. 거기에서도 약속한 누구를 기다리며 고가의 세계를 실컷 구경했다. 미얀마에서는 이게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진품인지 의심이 들었고 미얀마에서 이 금액을 주고 시계를 살 위인이 있을까? 의심이 들었지만, 빈부의 격차가 워낙에 심한 나라라 팔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때는 구경만 했지 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형이 차고 있던 시계를 본 후로는 그 로렉스가 자꾸 눈에 어른거리는 것이었다. 분명히 이건 태풍의 눈이다. 어쩔 수 없이 몰아치는 태풍을 가슴으로 겪거나 견뎌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형의 시계를 얼핏 본 것이 태풍을 만드는 나비의 효과가 된 셈이다.
-이거 조졌군!
홍랑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다음날 새벽 사무실에 내려와서 인터넷으로 로렉스 남성 시계를 검색했다.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을 켜고 로렉스를 치고 들어간 것이다. 가까운 대구에도 매장이 있고 인터넷에서 찾은 특이한 점은 중고를 파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대구에 그런 매장이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물건을 산 사람들의 후기가 올라와 있었는데 모두 만족한다, 새것과 다름없어 결혼 예물로 이용했다는 글을 읽었다.
새것과 다름없다?
구미가 당기는 말이었다. 인터넷으로 위치를 추적해서 어디 있는가 확인을 하니 대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곳을 찾아서 어떤 종류가 있나? 가격은 얼마나 쌀까? 확인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이거 태풍의 눈을 잠재워야 할 텐데!
아내는 홍랑을 보고 남자가 무슨 귀금속에 그리 관심이 많으냐고 핀잔을 준 적이 여러 번 있다. 시계 줄을 금으로 만들고 몽골에서 반지를 만들어 올 때마다 그런 말을 했다. 홍랑은 미얀마에 진출하기 전에는 몽골에서 칠 년간 중기 임대사업을 했다. 중기 중에서 포클레인 중고를 싼값에 들여가서 임대업을 하며 쓰다가 마음에 든다는 작자를 만나면 웃돈을 얹어서 팔고 또 들여가는 방식으로 일을 했는데 칠 년간 들여간 중기가 거의 오십 대는 될 정도로 활발하게 돌아갔다. 그러던 중 금에 관해 관심이 간 것은 홍랑이 소유하는 장비가 금광 광산에 채굴작업을 하는데 작업을 들어가고부터다.
금맥을 찾는 게 아니고 사금을 채굴하는데 흙을 파서 선별기에 몇 공정으로 돌리면 쌀이나 싸라기 크기의 금이 나온다. 그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생산되는 금은 정부의 세금이 사 할이라 채굴업자들은 금을 뒤로 빼돌리는 게 관행이 된 것이다.
원칙은 몰골 중앙은행을 거쳐서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세금이 너무 많이 뜯기기에 일부는 그곳을 통해서 팔고 일부는 무허가 세공업자들에게 맡겨 금으로 녹여 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게 녹인 바는 중국으로 넘어간다고 했는데 그 과정은 대외비라 홍랑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무튼, 금을 녹여 바를 만드는 무허가 세공업자와 알게 되었고, 알고 보니 데리고 다니는 매니저의 친구였다. 세공업자인 그 녀석은 한국에 취업을 나와서 불법체류를 하는 바람에 한국어가 능통했는데 홍랑에게 형님, 형님 하며 보드카도 같이 마시고 홍랑이 한국으로 나오는, 부재 기간에는 차도 빌려주고, 극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심심하면 그 녀석의 작업장에 가서 놀곤 했는데 바로 앞에는 금으로 성형을 뜨는, 석고로 된 형틀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그건 비싸지 않다. 하나에 고작 담배 한 갑 값인데 금을 녹여 석고로 된 틀에 부으면 굳어서 자기가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나오는 게 신기해서 홍랑은 툭하면 그 가게에서 석고형틀을 찾는 게 버릇이 되었다.
석고로 된 형틀의 크기가 겨우 손가락만 한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조금 더 굵다. 딱 립스틱 통 크기인데, 내부의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 다 다르다.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사서 그걸 가지고 가서 금을 녹여 부어서 금반지를 직접 만드는 게 재미가 보통 쏠쏠한 게 아니었다. 금물을 부어서 석고형틀을 걷어내는 샛노란 금반지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반지의 가격을 달아서 대금을 지급하면 되는데 그 녀석이 홍랑에게는 싸라기로 된 금이 들어오는 가격만 받는다.
그게 재미가 있어서 몽골에 나갈 적마다 금반지를 두세 개씩 만들어 오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보여주면 영문도 모르고, 남자가 무슨 귀금속에 관심이 그리 많으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모르고 하는 말이다. 안방에 있는 금고에 그것을 모으는 재미도 보통 쏠쏠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만든 반지가 서른 개가 넘을 정도였다.
몽골 사업을 정리하고 미얀마로 건너가서 왕창 주택사업에 투자하고 난 다음 여윳돈이 없을 적에 긴급하게 처분을 해서 아주 요긴하게 썼다. 푼돈으로 그렇게 재미 삼아 만들었는데 목돈이 된 것이다. 반지는 만들면 사나흘 끼다가 빼서 보관했다.
지금은 반지에도, 승용차에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로렉스다.
그게 자꾸 눈에 어른거리니 환장할 일이다. 이 순간만 넘어가면 시들해지는데. 홍랑은 자신을 안다. 이 순간이 문제다. 로렉스는 사서 하루만 차고 나면 값이 반절로 툭 떨어질 것이다. 그다음부터 더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런 각오를 해야 한다. 팔아서는 득이 될 것이 없고 차고 다니며 본전을 뽑아야 하는 물건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중고를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홍랑이 어제는 대구에 갔다.
비가 온 뒤라 땅이 너무 젖어서 장비들이 일을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짬이 난 것이다. 인터넷으로 뒤진 로렉스 중고매장은 바로 교보문고 부근에 있었다. 교보문고에 들러 어떤 책이 나왔나 신간 구경을 하고 그 매장에 들러 중고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볼 요량이었다.
기차를 타고 대구에 내려가면서도 홍랑은 성찰했다.
왜? 또 시계에 이렇게 미칠까? 이건 혹시 탐욕이 아닐까? 서점에서 신간을 보는데 무게를 두어야지. 이번에는 절대로 충동구매를 하지 말아야지. 형이 선의의 경쟁대상이기 때문일까? 시계를 가지고 경쟁을 하다니? 그건 말이 안 된다.
꼭 사야 하나?
무엇에 꽂히면 나는 이렇게 미치나? 이게 병이야.
홍랑은 자책했다.
시계 중고값을 알아보는 건 둘째로 치고 서점에 가는 것에 무게를 두어야지. 편안한 마음으로 신간 구경이나 실컷 하고 와야지.
마음을 도사리며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갔다.
홍랑은 대구에 갈 일이 있으면 차를 잘 가져가지 않는다. 특히나 시내 중심가에 볼일이고 딱히, 차에 실을 짐이 없으면, 기차를 이용하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고 경제적으로 싸게 먹힌다. 시내에는 주차장도 없을뿐더러 주차료가 엄청 비싸다. 차는 구미역 뒤의 무료 주차장에 세우면 된다.
대구의 대형서점은 가끔 서점탐방으로 가는 일이라 홍랑에겐 새로울 것도 없었다. 대구에 당도하여 먼저 서점에 들렀다. 신간과 잘 팔리는 책들을 구경하고 산 책은 문학 잡지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인도 여행 가이드북이었다. 서점에 머물며 문학 잡지를 실컷 보고 나올 때는 전혀 엉뚱한 책을 산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타지마할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얀마 양곤에서는 인도가 가깝다. 미얀마에 가서 일하다가 시간을 내어 잠시 다녀오면 경비가 적게 들 것이다. 미얀마에 한 달 이상 머무르면 출국하면서 오버스테이챠지를 물게 된다.
작년엔가 미얀마와 무비자 조약이 체결되고부터 오버스테이챠지가 엄청 올랐다. 미얀마는 무비자로 한 달을 머무를 수가 있다. 그 기간이 넘으면 오버스테이가 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미얀마에서 일하다가 한 달 이상 머무르게 될, 경우 잠시 다녀오면 좋을 일이다. 일박이일이라도 무방하다. 아침 비행기로 가서 하루를 묵으며 타지마할만 보고 다음 날 저녁 비행기로 양곤으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다. 양곤에 사는 한인들은 한 달이 되면 방콕으로 나갔다가 들어가는 교민도 더러 있다. 아침 비행기로 방콕에 나가서 장을 보고 저녁 비행기로 양곤으로 돌아가는데 항공료가 싸서 오버스테이챠지를 무는 것에 비교하면 마음도 편하고 싸게 먹힌다.
지난번에 홍랑이 미얀마에서 나올 적에 나흘을 오버스테이 했는데 공항에서 패널티를 물면서 깜짝 놀랐다. 예전에는 하루에 삼 달러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젠 아니다. 엄청 올랐다.
한 일주일 오버스테이를 할 경우라면 그 돈으로 인도를 갔다가 오고도 남을 것이다. 인도를 여행하는데 비자가 있나? 그것도 모르겠다. 만약 비자가 있다면 이웃 나라인 미얀마에 영사관이 있을 거다. 거기서 비자를 발급받으면 한국에서 받는 것보다 수월할 것이다. 한국에선 우편으로 서울로 여권을 보내야 하고 대행사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고 절차가 복잡하지만, 양곤에 있는 인도영사관에 직접 가서 낸다면 두어 시간이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그러자면 혼자서 다녀야 하니, 가이드북은 꼭 필요한 책이다.
가이드북을 옆구리에 끼고 동성로를 걸었다.
로렉스 중고매장은 묻지 않고도 찾을 수가 있었다. 인터넷을 보고 어디쯤이라는 걸 익혀두었기 때문이다. 가서 보니 로렉스 전문매장이 아니라 명품 중고매장이었다. 가방부터 지갑, 의류까지 다 명품이면 중고로 파는 곳이었는데 시계는 여러 개가 있었지만 로렉스는 딱 세 개뿐이었다. 예상보다 가격은 조금 싸지만, 선택의 폭이 좁았고 무엇보다 홍랑의 눈에 사진을 찍은 그런 모델이 없었다.
실망!
아무래도 로렉스를 사려면 일삼아서 서울의 전문매장으로 가야 할 것이다. 로렉스에 관해서는 대구도 변방의 도시다.
실망할 일이 아니라 다시 짚어보니 차라리 잘된 일이다.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었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충동구매를 했을 것이다. 자주 살 물건도 아니고 한 번 사면 평생을 찬다고 생각하고 구매해야 할 물건인데 중고보다는 새것이 낫지. 홍랑의 생각은 중고에서 새것으로 바뀌었다.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하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홍랑이 생각해도 자신이 변한 것 같다. 신기한 일이다. 예전이면 갈비뼈 속에 폭풍이 일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고 마는데 시간을 두고 생각하다니, 벌써 태풍이 소멸하기 시작하는 건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예전 같았으면 무엇을 사러 갔다가 못 사게 되면, 후덥지근한 짜증과 더불어 찢어진 실망감을 안고 돌아왔을 터인데 어제는 무덤덤하게 기차에서 가이드북을 보면서 올라왔다. 기분도 산뜻했고 가이드북도 눈에 잘 들어왔다. 홍랑은 기차에서 자꾸 자신의 갈비뼈를 쓰다듬었다. 정말 태풍이 잠이 든 것인가? 정말 지나간 것인가? 아니면 아직 태풍의 눈 속에서 고요히 심리적으로 항해를 하는 것인가?
구미역에 내려서 역전의 귀금속상을 둘러보았다.
꼭 사야겠다는 것도 아니고 시들해진 다음이라 인터넷에는 나오지 않지만, 혹시 고급 시계점에는 로렉스 하나쯤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홍랑이 차고 있던 금시계의 줄과 반지를 판 곳으로 갔다. 안면이 있는 여주인인데 항상 웃음을 물고 있다. 과잉 친절이고 어떻게 보면 장사수완이다. 눈썰미가 있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을 상대하지 싶은데 다행히 홍랑을 알아보았다. 시계 줄을 다시 만들 때마다 찾았으니 알아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홍랑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여주인은 단골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홍랑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들어서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반갑게 맞으며 커피부터 대령했다. 대구에서 커피를 한 잔도 못 마시고 올라와서 커피가 당기던 참이었다.
진열장 앞에 서서 커피를 마시며 그런 시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다. 요즘 로렉스를 차는 사람들은 거의 짝퉁이라는 말을 하며, 길 건너에 있는 시계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 가면 혹시 중고라도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곳이 어디냐고 눌으니 바로 길 건너 점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돌아보니 시계 수리 전문점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요즘도 시계를 고쳐서 차는 사람이 있나? 홍랑이 시내에 나오면 가끔 다니는 길인데 그곳에 시계 수리점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중고라도 있으면 가격이 얼마나 하는 구경이나 하자. 홍랑의 생각은 또 중고로 바뀌었다.
이거 갈팡질팡하다가 중고를 사는 게 아닌가? 그렇더라도 있나 알아보자.
커피를 서둘러 마시고 길 건너 시계 수리점으로 갔다. 주인은 홍랑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한쪽 눈에 둥근 돋보기를 끼우고 수리 탁자에 스텐드 불을 밝히고 시계를 수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홍랑이 들어서서 묻자, 그런 중고는 없고 새것이 있다고 했다. 한데, 짝퉁이라는 것이다.
짝퉁?
진품을 알려면 짝퉁이라도 먼저 알아보라고 했다.
홍랑은 짝퉁이라도 구경을 하자고 했다.
주인아저씨가 진열장 깊숙한 곳에서 꺼내서 주는데 보니 대구에서 본 시계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이거 진품이랑 똑같네요?
진품보다 내구성이 더 있고 요즘 로렉스를 차는 사람 구십구 프로가 짝퉁이라는 말을 했다. 전문가가 아니면 눈으로 진짜를 구별하기 힘 드는데 자신도 시계 수리 경력이 올해로 사십 년이 넘는데 시계를 분해해보지 않고는 구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순전히 메이커값이지 도금도 진품보다 오래간다며 평생을 차도 도금이 벗겨지거나 고장이 나는 일이 없다고 했다. 홍랑이 값을 물었더니 일반 국산 시계와 가격이 비슷했다.
그래서 샀느냐?
그 물음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이 나이에 무슨 짝퉁을 사? 추악하게. 그건 애착도, 탐욕도 아니다. 그냥 추악할 뿐이리라.
혹시 형이 차고 있던 시계는 짝퉁이 아닐까?
그 물음에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묻지는 않았지만, 형의 형편과 나이를 고려하면 짝퉁을 찰 리가 없다. 그런데 형은 뭘 읽는 걸 왜 그리 싫어할까? 친동생이 쓴 책조차도 읽지 않는다면 어떤 책을 읽을까? 형을 떠올리니 또 서운한 생각이 갈비뼈 속으로 밀려들었다.
언젠가는 진품을 사야지!
마음을 굳히고 시계점을 나왔다.
꼭 진품을 사야지! 언젠가는. 구십구 프로가 아닌 일 퍼센트의 군상에 편승해야지!
한데, 지금은 사야 할 조건이 없다.
그런 사치성 고가 제품의 구매에 대해서 누가 물어도 뭔가 합리화시킬 수 있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없으면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 조간이 중요하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가령, 얼마 남지 않은 회갑이나, 무슨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샀다든가, 아니면 어디서 공돈이 들어와서 샀다든가, 그런 명분이 있어야 한다. 막연히 좋아 보여서, 있는 것, 없는 것 긁어모으거나, 빚을 내서 샀다. 이건 말이 안 된다. 홍랑이 차고 다니는 금시계와는 달리 그건 사치성이기 때문에 그런 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홍랑은 갈비뼈를 쓰다듬어 보았다.
태풍이 지나간 것인가?
구십구 프로가 이미테이션을 차고 다닌다?
오늘 새벽은 어떤가? 예전 같았으면 인터넷을 뒤지고 난리가 났을 텐데 그냥 차분하다. 인터넷으로 보는 진품이 전혀 궁금하지가 않다.
짝퉁을 보고 난 후로 갈비뼈 속의 태풍은 지나간 모양이다.
이거 이렇게 바람이 빠지니 서운한데? 짝퉁이라도 하나 사?
비상금으로 차고 다니는 금시계가 싫증이 나면 기분 전환용으로 한 번씩 차고 다니게! 오늘 새벽에는 그 시계가 눈에 어른거리지 않는다. 참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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