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진아 이거좀 알려줘 "
교복을 입은 단발 머리의 여자 아이가 한껏 높은 톤으로 달려 오자, 앉아 있는, 역시 교복차림의 여자 아이가 밝은 표정으로 눈인사를 한다.
" 이거봐, 여기서는 이 부분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는데, 일부러 이렇게 표현을 한거야. 그리고 사투리를 씀으로서 다른 효과를 준거지. 그리고 여기서 이건 상징적인 의미인데, 응 그렇지, 눈물을 흘렸다 라는 은유적인 표현. 응 맞아. 잘하네 "
" 역시 명진이가 설명해주면 귀에 쏙쏙 들어와 "
여자 아이가 촐랑 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긴 머리의 여학생이 또각또각 걸어와, 명진의 자리에 가방을 던지듯이 놓는다.
" 나 오늘 야자 안할래 집에 가자 "
약간은 날카로운 목소리, 짜증나는 표정으로 얘기를 마치자 마자 문 밖으로 나가 버린다.
앉아 있던 명진이 급하게 가방을 싸더니, 그 아이 가방 까지 들쳐 메고는 " 아린아 같이가 " 라며 급하게 뛰쳐 나간다.
" 쟤 진짜 웃겨 왜 자꾸 명진이를 데려 가는거야? 갈려면 지혼자 가지 "
아까 문제를 물어보던 학생이 다른아이들도 다 들리게 혼잣말을 한다.
" 내버려 둬, 중학교때부터 단짝 이래잖아 "
옆에 앉은 학생이 무심하게 답변을 한다
" 단짝은 무슨. 마치 짐꾼 부리듯 하잖아. 명진이가 지꺼야? 뭐야? 명진이는 우리반 반장이야. 반장이 야자 빼먹고 가는게 어딨냐? 야 저번에 체육대회때도, 쟤가 지랄해서 명진이 결국 달리기도 못했잖아. 아 몰라 쟤 짜증나. 아씨.. 명진이 없으면 야자 하기 싫은데.."
" 야 너 왜 이렇게 과민 반응이야? 명진이 좋아하냐? "
" 아니 뭐 그렇다기 보단, 으흐흐흐.. 솔직히 명진이 좀 멋있지 않냐? '
" 정신 차려라. 너 이제 몇달 후면 고 3이다. "
" 머 어쩌라고, 짜증나. 여튼 아린이 쟤 좀 재수 없어. "
" 야 쟤 덕분에 우리가 시원하게 공부 했던거야. 2학년 교실에 에어컨 있는 학교는 우리 학교 밖에 없을껄 ? "
" 아 씨발 그니까 더 짜증나 ! 미친년이 얼굴도 예쁜데 집도 잘살잖아. 명진이랑도 친하고 . 끄아끄아 다 짜증나 "
" 미친년, 닥치고 공부나해 너때문에 본지문 계속 보고 있잖아 "
묵묵히, 가방 두개를 들고 조금 거리를 둔채 따라오는 명진을 아린을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언덕을 내려간다.
교문이 다가오자, 뒤 따라오던 명진이 핸드폰을 꺼내 통화를 한다
" 여보세요? 네 기사님. 아 오늘 아린이가
앞서가던 아린이 뒤 돌아 와 핸드폰을 닫아 버린다
" 오늘은 걸어 갈래 "
" 그럴래? "
" 옆으로 와 이상해 보이잖아 "
" 어어 그래그래 "
기분이 풀렸는지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다.
명진이 자연스레 차도 쪽으로 서서 가방 두개를 모두 오른손으로 고쳐 멘다.
" 전학 갈까? "
한동안 차도쪽을 응시하던 아린이 말을 꺼낸다
" 뭐? "
" 그냥. 시골 같은데 "
" 안돼 , 그런덴 미술학원 없어 "
" 개인 교사 부르지 뭐 "
" 에휴, 안됀대두. 너 지금 오시는 분도 시간 안돼는거 억지로 모신거래. 그니까 참고 배워 "
" 짜증난단 말이야 "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아린이 목소리에 명진이 깜짝 놀라며 쉬- 제스춰를 취한다.
" 왜또 그래 "
가방을 땅바닥에 내리고, 눈높이를 맞추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건네니, 눈을 피해 버린다.
" 주제 넘게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
가방을 발로 차 버리며 먼저 앞으로 나가는 아린의 뒤에서 " 조심히 가 넘어 진다 " 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 다녀 오셨어요 "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의 인사를 무시하고 2층으로 퉁퉁 거리며 올라가 버리는 아린이 뒤로, 지친 기색의 명진이 들어온다 .
" 다녀왔어요 엄마 "
라고 말하더니 황급히 2층으로 따라 올라간다.
" 가방 여기 두고 나갈게 "
으리으리해 보이는 문을 열고는 가방만 두고 문을 닫자, 안에서 소리 지르며 물건 던지는 소리가 들린다.
제법 큰 소리에, 인자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따라 올라오자, 짧은 머리 여학생이 눈짓을 하며 내려 가라고 한다.
계단을 내려오며, 낮춘 목소리로 얘기를 나눈다.
" 오늘 기분이 좀 안좋은가봐 내버려 두면 괜찮겠지 뭐 "
" 그래도 아가씨 기분 안좋은데 옆에 있어 드려야 하는거 아니니? "
" 나 바빠, 이제 곧 축제도 있는데 미리 공부 해놔야지 . 밥은 좀 있다 먹을게 먼저 내려간다 "
하며 지하로 내려가 버리는 명진이 뒤로 아주머니의 걱정 스러운 시선이 흐른다.
" 자 반장 "
명진이 일어나 차렷, 열중셧을 하고 자리에 앉으려니 " 잠깐 서있어 " 라고 말한다.
" 구명진 학생이, 이번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전국 1% 안에 들었다. 다 같이 박수 "
" 와아 ~~"
하는 함성과, 쑥쓰럽게 머리를 긁적이는 명진.
" 열심히 하면, 서울대 법대도 가겠어, 껄껄껄, 자 반장 나가서 아이스 크림 사와. "
하며 만원 짜리몇장을 내밀자, 반아이들의 함성이 더욱 커진다.
교탁으로 달려와 만원 짜리를 받아 들곤, 뒷문으로 빠져 나가자, 짜증난 표정의 아린이 따라 나간다.
" 쟤 뭐야 "
학생들이 웅성 거리자, 선생님이 조용히 자습을 하라고 시킨다.
툴툴대던 학생들도 곧 조용해 지고, 문제집 넘기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 좋겠다? 공부 잘해서 "
" 어? 너 왜따라 나왔어? 추운데 들어가 "
" 너 좋겠다고. 그래 공부라도 잘해야지. 돈도 없는데 "
" 그래 그래 나 혼자 들수 있으니까 빨리 들어가 은근히 쌀쌀해 "
" 누가 너 들어준다고 따라왔데? "
결국 따라오던 아린이 큰소리를 내고 만다.
머쓱해졌는지, 명진이 아무 대답 없이 계단을 내려가자. 아린이 퉁퉁 거리며, 복도를 되걸어 간다.
" 하아.."
계단을 내려가는 명진의 깊은 한숨소리가 메아리 처럼 울려 퍼진다.
복도를 퉁퉁 거리며 가던 아린이 들려오는 한숨소리에 멈칫 하고 뒤를 돌아본다.
아득히, 계단을 내려가는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고 있는 아린이 퉁퉁 거리던 아까와 달리, 힘 없이 발걸음을 내딛는다.
1998년 9월, 청명한 어느 가을날.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 To be continued -
^-^/ 프롤로그 입니다.
다음편 부터는 애들이 훌쩍 큽니다.
지금 이 설정의 아이들을 조금 더 보고 싶으면 말씀해주세요 .
프로롤그를 살짝 늘리겠습니다..하하
오오.. ㅋ 이름 설정..미얀 -_-;; 그래도 좀 바꿨음..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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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넵.. ㅋㅋ 제목을 골똘히생각 하다. 탁, 생각 났어요~~ 또 1편 보고 안보실려고..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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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라뇨- 전국 입니다 ^-^/
흥미가 북돋습니다. 잘 봤습니다~ㅎ^ㅇ^
^-^/ 감사합니다
재미있을듯ㅋㅋ
제목이 특이하다 했더니.. ㅎㅎㅎㅎ 정말 어리광쟁이 아가씨네요 캐릭터가 맘에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월광천녀의 아키라와 마유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