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계절의 여왕인 오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손노원사 박시춘곡 백설희노래
1.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2.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3.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한국의 시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을 가진 가요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한 노래가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1954년에 새로 등장한 유니버살레코드에서 첫 번째 작품으로 발표되었죠.
백설희의 실질적인 데뷔곡이기도한 이곡은 원래 3절 가사로 만들어졌으나 녹음시간이 맞지 않아
초판에는 1절과 3절만 수록하였고 2절은 재판에 수록되었습니다.
대중음악중에 좋은 노랫말은 때로 시가됩니다.
가슴 깊속이 들어와서 울리는 노래일수록 더욱 그렇죠.
작사가 손로원은 원래 화가였는데 광복후 '비내리는 호남선'을 비롯한 여러 가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6.25전쟁 때 피난살이 하던 부산 용두산 판잣집에 어머님 사진을 걸어두었는데
연분홍 치마에 흰 저고리 입고 수줍게 웃는 사진이었죠.
사진은 판자촌이 불이 나면서 타버렸습니다.
손로원은 금강산에 미망인인 어머님을 홀로 두고 방랑하였으며
어머님을 그리워하며 이 노랫말을 지었다고 합니다.
봄이 오기전에 이노래를 들으면 지나간 봄이 그립고 아련합니다.
그러다 막상 봄이와서 이노래를 들으면 봄날이 가는 것에 꽃잎이 지는 모습에
속절없이 가슴이 내려앉고, 봄이 지나면 그기약 그맹서가 봄날이 사라지듯
흘러가 버린 것을 깨닫게됩니다.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 다시오는 봄은 이미 봄이 아니듯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자던 맹서도 세월 앞에는 속절없이 사라집니다.
봄날도 그렇게 갑니다.
청춘도 그렇게갑니다.
이제 우리에게 봄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계절은 봄이지만 우리의 봄은 오래전 아련한 기억입니다.
그 안타까움과 서러움에 이끌려 수많은 가수들이 이노래를 불렀습니다.
누가 이노래를 불러도 어찌할 수 없었던 우리의 삶과 함께 봄날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