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시장에도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거시경제학 용어인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로 말하는 것으로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기록할 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주택경기는 바닥을 기고 분양가 등 가격 상승은 동시에 나타나는 지금 상황도 주택시장에서 볼 때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해석할 수 있다.
◇매매, 전세, 분양권, 아파트 청약 모두 위축= 부동산정보지 부동산플러스 리서치센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일 현재 서울지역은 매매값이 한 주전보다 0.04%, 전세값은 0.07%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은 매매 -0.03%, 전세는 -0.07%를 기록했다. 한 주전과 비교해 볼 때 매매, 전세 모두 하락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분양권도 서울은 -0.02%, 수도권은 -0.04%를 기록, 일반시세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미분양 가구는 점차 늘어나 건설교통부가 파악한 지난 6월 전국 미분양주택은 5만97가구로 전월 4만5164가구보다 10.9%나 증가했다. 행정 수도 이전에 따른 개발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충청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청약시장도 침체일로를 겪고 있어 지난달 29일 있는 서울 6차 동시분양 계약률이 평균 60% 정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7차 무주택자 청약경쟁률은 평균 0.4대 1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업체들의 주택공급실적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26일 밝힌 상반기 주택허가실적은 15만3664가구로 전년도(32만1471가구)보다 52.2%, 5년 평균치(22만4000가구)보다는 31%나 감소한 수준이다.
매매, 전세, 분양권, 청약, 주택공급 등 주택시장 상황을 진단하는 모든 수치가 심각한 침체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민간경제연구소에서는 주택경기는 당분간 뚜렷한 호재가 없기 때문에 침체가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내놓을 정도다.
◇분양가 내림 거의 없어= 이런 가운데서도 분양가 만큼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약침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부동산플러스 리서치센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시 평균분양가는 4억400여 만원으로 전월 3억5천여 만원으로 전월에 비해 16%나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의 경우 매달 참여하는 동시분양 단지위치에 따라 평균 분양가가 차이를 보일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올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지역 분양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보합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지역은 지난 7월 평균 분양가가 2억8871만원을 기록해 전월(2억5313만원)에 비해 13%나 상승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에 의한 기대감을 들 뜬 충청권은 매매, 청약경쟁률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분양가는 여전히 상승곡선이 뚜렷하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전국주택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6월 충남지역 아파트 매매지수는 103.3을 기록, 전월 104.2보다 하락했고 천안시도 103.1에서 102.2로 하강곡선을 그렸다.
미분양가구수도 충남이 6월 말 현재 6452가구로 전월 3675가구보다 38.5%나 증가했다. 이는 인천(102.5%)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분양가는 지난 7월 평균 2억600여만원으로 한 달전 1억5500여만원에 비해 33%나 높아졌다. 지난 달에 분양한 천안시 용곡동 아이파크의 경우 분양가가 평당 590만~600만원으로 주변지역 아파트 시세(530만원)보다 훨씬 높다.
지난달 말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에서 공급된 대우 푸르지오 35평형의 경우 2억2200만원에 분양됐지만 인근 이수대우아파트(2002년 4월 입주) 34평형이 2억원 선인 걸 감안할 때 비싸게 분양됐다는 지적이다. 장대동 한빛공인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 등에 대한 기대감이 분양가에 반영되어서 가격이 비싸게 책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비투기과열지구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고가로 분양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성원산업개발이 강원도 고성군에서 분양한 성원 오션상떼빌은 평당 800만~860만원 선에서 분양돼 고가 분양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각종 개발계획 발표로 땅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승은 어쩔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택주거문화연구소 김승배 소장은 “땅값이 상반기에만 2.6% 상승한 상황에서 업체들의 땅값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 시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땅값 상승을 억제시키지 못할 경우 분양가는 올라가지만 청약 경쟁률은 바닥을 기지 못하는 ‘주택 스태그플레이션’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