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수산부 소속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의 ‘유골 은폐’ 논란이 거세다. 현장수습본부장과 부본부장의 조직적 은폐 정황부터 시작해, 이런 사실을 미리 보고 받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는 해수부장관 사퇴론으로까지 사태가 번지고 있다.
사태의 핵심은 해수부가 왜 유골 발견 사실을 유가족에게 은폐했느냐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현장 관계자들은 유골 은폐 이유에 대해 “해수부가 미수습자 가족을 목포신항에서 쫓아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유가족과 해수부·세월호특조위 관계자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사태의 진상을 규명한다.
해수부의 ‘조직적 은폐’로 불거진 논란

문제는 해수부 현장수습본부가 유골 발견 사실을 은폐한 데서 시작한다.
해수부 발표에 따르면 문제의 유골은 17일 오전 11시 20분께 선체에서 수거된 물건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상하이샐비지 소속 작업자였다. 이날은 미수습자 5명의 영결식(시신 없는 장례식) 하루 전날이다.
현장지휘자였던 김현태 현장수습부단장은 같은날 오후 1시30분께 김모 현장수습반장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보고받았다. 이후 김 부단장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말과 함께 현장수습반에게 유골 발견 사실 비공개를 지시했다. 이런 과정은 이철조 단장과 사전에 협의된 것이었다.
그간 해수부는 유골이 발견되면 선체조사위와 미수습자 가족, 언론 등에 바로 관련 사실을 전달했다. 혹시나 발생할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절차는 철저히 지켜졌다.
하지만 유골이 발견된 17일부터 21일까지 현장수습본부는 이런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유골 은폐 사실은 4일이 지난 20일 오후 5시께 김영춘 해수부장관에게 보고됐고, 21일 오후 김창준 세월호선체조사위원장과 유골을 찾아 장례식을 치른 일부 미수습자 가족에게만 통보됐다. 김영춘 장관에게 첫 보고된 시점은 미수습자 가족 5명의 발인식이 모두 끝난 직후였다.
그리고 22일 오후 언론보도를 통해 ‘유골 은폐 논란’이 불거졌다. 현장수습본부는 이때까지 왜 유골발견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숨겼을까?
“해수부는 9월부터 수습 종료 계획 추진”
미수습자 철수 하루 전날 발견된 유골,
유골 발견 사실을 은폐한 진짜 이유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유골이 발견된 시점에서 은폐 이유를 찾는다.
해수부가 밝힌 유골 발견 시점은 미수습자 영결식이 예정된 하루 전날이다. 현장관계자 증언을 종합하면 현장수습본부는 영결식 장례 일정에 맞춰 철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해수부는 ‘수색을 더 해도 유골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9월부터 미수습자 가족과 수색 중단 시점을 협의해 왔다. 이 시점은 은화·다윤 양의 이별식이 예정된 9월 말 전후였다. 긴 협의 끝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11월 16일 목포신항을 떠나겠다는 기자회견과 함께 18~20일까지의 장례 일정을 발표했다.
그런 상황에서 장례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이 발견됐다. 그리고 현장수습본부는 유골 발견 사실을 장례일정이 끝난 20일 오후까지 해수부장관에게조차 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긴 설득 끝에 (미수습자 5명의 가족에게) 장례를 하겠다는 답을 얻었는데 유골이 나와서 장례 일정이 미뤄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상 유골이 발견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1달의 시간이 걸린다. 유골 발견 소식은 시신없는 장례를 앞둔 5명의 미수습자 가족에게 심경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유골을 못 찾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신원 확인까지 장례를 미루겠다고 하면 장례 일정이 최소 1달 이상 지연되고, 현장수습본부의 철수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었다는 게 현장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상황에 정통한 세월호 가족과 현장 관계자들은 “해수부가 장례 일정 지연없이 미수습자 가족들을 빨리 현장에서 내보내기 위한 만행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김현태 부본부장은 해수부 감찰조사에서 “발견된 유골이 미수습자 5명의 것이 아닐 것으로 판단, 장례 일정에 차질에 생길 수도 있어 발인 이후 발견 사실을 알리려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떻게 작은 뼛조각만 보고 발견된 미수습자의 뼈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는가”라며 “잘못을 피해가기 위한 변명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해수부 내 ‘적폐세력’ 문제 드러낸 사태,
지도·감독해야 할 선체조사위·해수부장관도 문제,
제3조사기관 통해 철저히 진상규명 돼야”

세월호 유가족들 이번 유골 은폐 논란이 해수부 내 ‘적폐세력’의 문제가 함축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정성욱 세월호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지난 정권 시절 해수부는 인양 과정을 숨기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이를 주도한 사람들이 아직도 해수부에서 좋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런 중요한 유골 발견 사실도 숨기는데 그동안 인양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숨겼을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골 은폐 논란뿐만 아니라 인양이 지연된 배경과 진상규명을 방해했던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체 수습 상황을 지도·감독해야할 의무가 있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미흡한 조치와 해수부 전체의 ‘무능’이 이같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훈 세월호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세월호 수습 상황을 잘 점검하라고 만들어진 선체조사위가 논란이 불거지기까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이 크다”며 “선조위의 미흡한 대응은 유골 은폐 사태를 더욱 키운 원인 중 하나고, 수습 상황을 지도·감독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세월호 선조위 특별법에는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과정에 대한 점검’이 선조위의 업무로 명확히 규정돼 있다.
김영춘 해수부장관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장 분과장은 “신속한 조치가 되지 않아 유가족에게 큰 상처를 준 책임도 있다”면서 “하지만 오늘 가족들 앞에서 철저한 사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으니 믿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영춘 장관은 논란이 불거지기 2일전 유골 은폐 사실을 보고받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장관은 24일 국회 앞에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찾아 “조사를 하고 나서 책임 있는 사람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릴 것”이라며 “해수부 (자체) 조사가 미진하다면 제3의 상부기관에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는 현재 자체 감찰조사를 통해 김현태 현장수습부본부장 등 관련자 5명의 위법·부당행위와 고의성 부분에 대해 추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해수부 자체 조사뿐만 아니라 제3의 상부기관의 조사를 통해 철저히 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