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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사(一字師)
한 글자를 바로잡아 고쳐준 스승이라는 뜻으로, 시문(詩文)의 한 글자를 고쳐 더욱 생동감이 느껴지고 훌륭한 문장이 되도록 깨우쳐준 스승에 비유하는 말이다.
一 : 한 일(一/0)
字 : 글자 자(子/3)
師:스승 사(巾/7)
한 글자를 바로잡아 고쳐준 스승이라는 뜻으로, 시문(詩文)의 한 글자를 고쳐 더욱 생동감이 느껴지고 훌륭한 문장이 되도록 깨우쳐준 스승에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중국 당(唐)나라 때의 시인 정곡(鄭谷)의 고사(故事) 등에서 유래되었다. 일자지사(一字之師)라고도 한다.
당나라 말기에 제기(齊己)라는 시승(詩僧)이 조매(早梅; 이르게 핀 매화)라는 제목의 시를 지어 정곡에게 보여주고 가르침을 구하였다.
그 시 가운데 "앞마을에 눈 깊이 쌓이더니 어젯밤 매화 몇 가지가 피었네(前村深雪裏, 昨夜數枝開)"라는 구절이 있었다.
정곡은 이 구절에 대하여 '몇 가지(數枝)'는 '이르게 핀 매화'와 어울리지 않으니 '한 가지(一枝)'로 고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였다.
정곡의 말대로 하니 "앞마을에 눈 깊이 쌓이더니 어젯밤 매화 한 가지가 피었네"라는 구절이 되어 과연 '이르게 핀 매화'의 정취가 한층 살아났다.
제기는 저도 모르게 정곡에게 절을 하였고, 당시 사람들이 정곡을 일자사라고 불렀다. 이 고사는 당시기사(唐詩紀事)에 실려 있다.
조선 중기의 시인 이민구(李敏求)의 금강산 시 두 구절은 이렇다.
千崖駐馬身全倦,
천길 벼랑 말 세우니 몸이 너무 피곤해,
老樹題詩字未成,
나무에 시 쓰려도 글자가 되질 않네.
김상헌(金尙憲)이 이 시를 읽더니, 대뜸 자미성(字未成)을 자반성(字半成)으로 고쳤다.
처음 것은 아예 글자가 써지질 않는다고 한 것인데, 나중 것은 글자를 반쯤 쓰고 나니 너무 지쳐 채워 쓸 기력조차 없다고 말한 것이다. 한 글자를 고쳤을 뿐이나 작품의 정채가 확 살아났다.
고려 최고의 시인 정지상(鄭知常)은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에 연루되어 김부식(金富軾)에게 죽었다. 생전에 둘은 라이벌로 유명했다.
김부식이 어느 봄날 시를 지었다.
柳色千絲綠,
버들 빛은 천개 실이 온통 푸르고,
桃花萬點紅.
복사꽃은 만점이나 붉게 피었네.
득의의 구절을 얻어 흐뭇해 하는 순간, 허공에서 갑자기 정지상의 귀신이 나타나 김부식의 뺨을 후려갈겼다. "천사(千絲)와 만점(萬點)이라니, 누가 세어 보았더냐? '버들빛은 실실이 온통 푸르고, 복사꽃은 점점이 붉게 피었네(柳色絲絲綠, 桃花點點紅)라고 해야지."
과연 한 글자를 고치고 나니, 물오른 봄날의 버들가지와 온 산을 붉게 물들인 복사꽃의 정취가 천(千)과 만(萬)으로 한정 지었을 때보다 더 생생해졌다.
또 송(宋)나라 태종(太宗)과 진종(眞宗) 양대에 걸쳐 명신(名臣)으로 이름을 떨친 장괴애(張乖崖)가 어느날 소초재(蕭楚才)를 불러 함께 밥을 먹었다.
소초재가 문득 책상 위를 보니 장괴애가 지은 시가 눈에 띄었는데, 그 가운데 "홀로 태평무사함을 한탄하노니, 강남의 한가로움이 늙은 상서를 죽이누나(獨恨太平無一事, 江南閑殺老尙書)"라는 구절이 있었다.
조정의 고관인 장괴애가 태평한 세월을 한탄한다는 것은 곧 반역의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에, 소초재는 독한태평무일사(獨恨太平無一事)의 '한(恨)' 자를 '행(幸)' 자로 고쳐 "홀로 태평무사 함을 다행스러워 한다"라는 뜻이 되게 하였다.
장괴애는 이를 알고 "그대는 나의 일자사 일세"라고 하였다. 이 고사는 초계어은총화전집(苕溪漁隱叢話前集)과 시화총구(詩話總龜) 등에 실려 있다.
이와 같은 고사에서 보듯이 일자사는 한 글자 한 글자의 음과 뜻이 독립된 한자의 특수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반드시 한 글자만이 아니라 정곡을 찔러 결함을 깨우쳐주는 가르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청나라 때 원매(袁枚)가 말했다. "시는 한 글자만 고쳐도 경계가 하늘과 땅 차이로 판이하다.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
시만 아니라 삶의 맥락도 넌지시 한 글자 짚어주는 스승이 있어, 나가 놀던 정신이 화들짝 돌아왔으면 좋겠다.
▶️ 一(한 일)은 ❶지사문자로 한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젓가락 하나를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하나를 뜻한다. 一(일), 二(이), 三(삼)을 弌(일), 弍(이), 弎(삼)으로도 썼으나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는 안표인 막대기이며 한 자루, 두 자루라 세는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一자는 ‘하나’나 ‘첫째’, ‘오로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一자는 막대기를 옆으로 눕혀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막대기 하나를 눕혀 숫자 ‘하나’라 했고 두 개는 ‘둘’이라는 식으로 표기를 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그래서 一자는 숫자 ‘하나’를 뜻하지만 하나만 있는 것은 유일한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오로지’나 ‘모든’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一자가 부수로 지정된 글자들은 숫자와는 관계없이 모양자만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一(일)은 (1)하나 (2)한-의 뜻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나, 일 ②첫째, 첫번째 ③오로지 ④온, 전, 모든 ⑤하나의, 한결같은 ⑥다른, 또 하나의 ⑦잠시(暫時), 한번 ⑧좀, 약간(若干) ⑨만일(萬一) ⑩혹시(或時) ⑪어느 ⑫같다, 동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가지 공(共), 한가지 동(同),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전체의 한 부분을 일부(一部), 한 모양이나 같은 모양을 일반(一般), 한번이나 우선 또는 잠깐을 일단(一旦), 하나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음을 고정(一定), 어긋남이 없이 한결같게 서로 맞음을 일치(一致), 어느 지역의 전부를 일대(一帶), 한데 묶음이나 한데 아우르는 일을 일괄(一括), 모든 것 또는 온갖 것을 일체(一切), 한 종류나 어떤 종류를 일종(一種), 한집안이나 한가족을 일가(一家), 하나로 연계된 것을 일련(一連), 모조리 쓸어버림이나 죄다 없애 버림을 일소(一掃), 한바탕의 봄꿈처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이라는 일장춘몽(一場春夢),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일촉즉발(一觸卽發),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한 가지의 일로 두 가지의 이익을 보는 것을 일거양득(一擧兩得) 등에 쓰인다.
▶️ 字(글자 자)는 ❶형성문자로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아들자(子; 어린 아이)部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한 집안에 자손이 붇는 일을 말한다. 옛날에는 글자를 名(명) 또는 文(문)이라 알컫다가 진(秦) 나라의 시황제(始皇帝) 때 쯤부터 문자(文字)라는 말이 생겼다. 字(자)는 文(문자)과 文(문)이 합(合)하여 마치 사람의 가족이 붇듯이 계속하여 생기는 글자라는 뜻이다. 나중에는 글자 전부를 字(자)라 일컬었다. ❷회의문자로 字자는 ‘글자’나 ‘문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字자는 宀(집 면)자와 子(아들 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宀자는 지붕을 그린 것이기에 집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이렇게 집을 뜻하는 宀자에 子자가 결합한 字자는 ‘집에서 아이를 기른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었다. 字자에 아직도 ‘기르다’나 ‘양육하다’라는 뜻이 남아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진시황 때부터 字자를 ‘글자’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문자(文字)’와 관련된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字(자)는 (1)글자 (2)글자의 뜻으로, 그 수효(數爻)를 나타내는 말 (3)사람의 이름을 소중히 여겨 본 이름 외에 부르기 위하여 짓는 이름 흔히 장가든 뒤에 본이름 대신으로 부름 등의 뜻으로 ①글자, 문자(文字) ②자(字: 이름에 준하는 것) ③암컷 ④기르다, 양육하다 ⑤낳다 ⑥사랑하다 ⑦정혼(定婚)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글자의 음을 자음(字音), 활자를 부어 만드는 원형을 자형(字形), 표의 문자에서 글자의 뜻을 자의(字義), 많은 한자를 모아 낱낱이 그 뜻을 풀어놓은 책을 자전(字典), 글자와 글귀를 자구(字句), 글자의 근본 원리를 자학(字學), 글자의 새김을 자훈(字訓), 글자가 구성된 근원을 자원(字源), 영화에서 표제나 배역이나 설명 따위를 글자로 나타낸 것을 자막(字幕), 글자를 쓰는 법칙을 자격(字格), 글자와 글자 사이를 자간(字間), 글자의 모양을 자체(字體), 글자의 수효를 자수(字數), 활자의 대소를 나타내는 번호를 자호(字號), 수지 결산에서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일을 적자(赤字), 중국어를 표기하는 문자를 한자(漢字), 수를 나타내는 글자를 숫자(數字), 같은 문자를 동자(同字), 세간에서 두루 쓰이는 문자로서 정식의 자체가 아닌 한자를 속자(俗字), 지금은 쓰이지 않는 옛 글자를 고자(古字), 한문 글자의 획수가 많은 것을 쉽게 줄여서 쓰는 글자를 약자(略字), 잘못 쓰이고 있는 글자를 와자(譌字), 둘 이상의 글자를 모아서 만든 글자를 합자(合字), 낱자를 늘어놓은 차례를 자모순(字母順), 수령을 달리 일컫는 말을 자목지임(字牧之任), 글자를 아는 것이 오히려 근심이 된다는 뜻으로 알기는 알아도 똑바로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지식이 오히려 걱정거리가 됨을 이르는 말을 식자우환(識字憂患), 한 글자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자무식(一字無識), 발음은 같으나 글자가 다름 또는 그 글자를 일컫는 말을 동음이자(同音異字), 한 글자의 값어치가 천금이다는 뜻으로 지극히 가치 있는 문장을 말함 또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과 맥이 통함을 일컫는 말을 일자천금(一字千金), 큰 글자로 뚜렷이 드러나게 쓰다라는 뜻으로 누구나 알게 크게 여론화함을 이르는 말을 대자특서(大字特書), 미인의 고운 눈썹을 비유 형용하는 말을 팔자춘산(八字春山), 글씨를 쓰다가 그릇 쓰거나 글자를 빠뜨리고 씀 또는 그러한 글자를 일컫는 말을 오서낙자(誤書落字), 주견이 없이 남의 말을 좇아 이리저리 함을 이르는 말을 녹비왈자(鹿皮曰字), 글씨에 능한 사람은 정신을 들이지 아니하고 붓을 던져도 글씨가 잘 된다는 말을 투필성자(投筆成字), 한 글자를 가르친 스승이라는 뜻으로 시나 문장의 한 글자를 바로잡아 주어 명문이 되게 해준 사람을 존경해 이르는 말을 일자지사(一字之師), 팔자에 의해 운명적으로 겪는 바를 일컫는 말을 팔자소관(八字所關) 등에 쓰인다.
▶️ 師(스승 사)는 ❶회의문자로 师(사)의 본자(本字)이다. 왼쪽(지층의 겹)과 오른쪽(골고루 돎)의 합자(合字)이다. 옛날에는 언덕에 사람이 모여 살고 또 군대(軍隊)가 주둔했으므로 사람이 많다에서, '군대'의 뜻이 되었다. 또 사람의 모범이 되어 남을 이끄는 사람에서, '선생'의 뜻이 되었다. 사람이 많다는 뜻에서 '수도(首都)'도 師(사)라 한다. ❷회의문자로 師자는 '스승'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師자는 阜(언덕 부)자와 帀(두를 잡)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帀자는 '빙 두르다'라는 뜻을 표현한 모양자이다. 그러니 師자는 언덕을 빙 두른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師자는 본래 군대 조직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로 고대에는 약 2,500명의 병력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니 師자는 군인의 수가 언덕 하나를 빙 두를 정도의 규모라는 뜻이었다. 師자는 후에 '스승'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는데, 가르침을 얻기 위해 스승의 주변을 제자들이 빙 둘러 앉아있는 것에 비유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師(사)는 (1)스승 (2)고대(古代) 중국의 군제(軍制)에서, 여(旅)의 5배, 곧 2천 500인을 이르던 말 (3)조선시대 때의 세자사(世子師)를 달리 이르던 말 (4)조선시대 때 세손사(世孫師)를 달리 이르던 말 (5)고려 때 세자사(世子師)를 달리 이르던 말 등의 뜻으로 ①스승 ②군사(軍士), 군대(軍隊) ③벼슬아치 ④벼슬 ⑤뭇 사람 ⑥신령(神靈), 신의 칭호(稱號) ⑦전문적인 기예를 닦은 사람 ⑧악관(樂官), 악공(樂工) ⑨육십사괘의 하나 ⑩사자(獅子) ⑪스승으로 삼다, 모범으로 삼다 ⑫기준으로 삼고 따르다, 법으로 삼게 하다 ⑬수효가 많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스승 부(傅),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아우 제(弟)이다. 용례로는 모든 행동과 학덕이 남의 스승이 될 만한 모범이나 본보기를 사범(師範), 스승으로 섬김을 사사(師事), 학예에 뛰어나 남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사장(師匠), 스승과 제자를 사제(師弟), 스승의 의견이나 학설을 사설(師說), 가르침의 은혜가 높은 스승을 아버지처럼 높이어 일컫는 말을 사부(師父), 학식과 덕행이 높아 세상 사람의 표적이 될 만한 사람을 사표(師表), 스승의 집을 사가(師家), 스승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사법(師法), 스승과 벗을 사우(師友), 스승의 은혜를 사은(師恩), 학술이나 기예를 가르치는 스승을 교사(敎師), 병을 진찰 치료하는 사람을 의사(醫師), 학교의 부탁을 받아 강의하는 교원을 강사(講師), 은혜를 베풀어 준 스승이라는 뜻으로 스승을 감사한 마음으로 이르는 말을 은사(恩師), 으뜸 장수 밑에서 작전을 짜고 군대를 지휘하는 사람을 군사(軍師), 스승과 제자가 함께 길을 감 또는 스승과 제자가 한 마음으로 연구하여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사제동행(師弟同行), 군사를 출정시킬 때에는 엄한 군법으로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사출이율(師出以律), 자기의 생각만을 옳다고 함을 이르는 말을 사심자시(師心自是), 스승이 엄하면 자연히 가르치는 道도 존엄해짐을 이르는 말을 사엄도존(師嚴道尊), 스승에게서 제자에게로 법이 이어져 전해 감을 일컫는 말을 사자상승(師資相承), 덕을 닦는 데는 일정한 스승이 없다는 뜻으로 마주치는 환경과 마주치는 사람 모두가 수행에 도움이 됨을 이르는 말을 덕무상사(德無常師),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나의 스승이라는 뜻으로 세상일은 무엇이나 내 몸가짐에 대한 깨우침이 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선악개오사(善惡皆吾師),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똑같다는 말을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후세까지 오래도록 모든 사람의 스승으로 숭앙되는 덕과 학문이 높은 사람을 일컫는 말을 백세지사(百世之師), 어찌 일정한 스승이 있으리오 라는 뜻으로 성인에게는 일정한 스승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하상사지유(何常師之有), 책 상자를 지고 스승을 좇는다는 뜻으로 먼 곳으로 유학감을 이르는 말을 부급종사(負芨從師),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고 스승은 제자를 사랑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존사애제(尊師愛弟)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