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통장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사랑도 저축할 수 있다면 좋겠다.
먼 훗날 우리 사랑이 메마를 때
조금씩 꺼내 쓰게
이자까지 붙는다면
세월이 갈수록 사랑의 잔고가 늘어나
노후엔 소나기같은 사랑에 젖어
행복이 넘칠것 같다.
때론 사랑에 목마른
가슴이 허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사랑에
마중물 한 바가지 보태
천년의 사랑이 이어지는
사랑기부도 하고싶다.
사랑이 차고 넘칠 때
그 사랑을 한 스푼씩 남겨
판도라 상자에 넣어
물 주고 바람 보태
빅토리아 연꽃으로 피게하리라.
사랑에 목 마른자
가슴이 텅 빈 사람들아
마음 한 모퉁이에
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심자.
살다가 삶이 아프다고 말할 때
뽀송뽀송한 사랑꺼내
동짓날 기나긴 밤
달빛 한 줌 버무려서
서창에다 매어 달고 그대 웃어라.
황 혼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이 마음과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하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 할 때가 많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한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 본다.
앞 길이 뒷 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한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 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보다 아름답다는 해넘이처럼,
그렇게 걸어가고 싶다.
아프지 말고 항상 행복하세요!
오늘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미지 : 사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