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는 적막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다.
짠바람 세찬 바닷가에 눈이 남아 날리 만무다.
바닷물이 닿지 않는 곳의 잔설은 흡사, 성의 없이 비질한 모양새다.
가슴이 싸아 - 해 지고 귀가 아리다. 그래도 좋다.
두 팔을 펴고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어둠이 내린 바다에서 그리운 사람을 불러 본다,
"Che bella cosa 'na iunata'e sole..."
얼마만인가? 'O Sole Mio'도 외쳐본다.
지난날은 주마등이다.
무창포는 魚港과 해수욕장을 다 갖춘 아름다운 곳이지만 대천에 밀려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그래서 더욱 좋다.
무창포는 자연산 대하가 유명하다.
추석 무렵부터 10월 경까지, 당일 잡아 올린 13~15센티 크기의 자연산 왕새우구이가 특미다.
요즘은 자연산이건, 양식이건 모두 냉동이라 구이로는 적절치 못하다. 찜으로나 먹을까.
횟집 문밖에는 광어, 우럭 1kg 3만 원이라고 쓰여 있다.
포장용일 뿐, 매운탕까지 먹으려면 7만 원이다.
그래도 대천해수욕장보다는 싸다. (대천 항이 좋다.)
고깃배 드나드는 방파제 옆에 전에 없던 수산물센터가 생겼다.
초입, 영광수산 젊은 아주머니가 1kg이 훨씬 넘어 보이는 광어 한 마리를 들고 2만5천 원이란다.
게불과 멍게 몇 마리는 덤으로.
2층 식당에 가면 1만 원에 상추와 밑반찬, 매운탕을 끓여준다.
옛날에는 빨간 등대 옆에 앉은뱅이 변형 포장마차가 있어 늦도록 상다리도 두드릴 수 있었는데 수산센터가 생기면서 사라져 버렸다.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변하고, 변했으면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가.
새벽, 바다가 열리면 사람들은 독살에 갇힌 물고기를 거두고 석화와 조개를 캐러 바다로 모인다.
밤새 외로워 숨마저 잦아들던 파도가 반가움에 더 큰 소리로 처얼~썩 거린다.
무창포는 작지만 품은 게 많은 넉넉한 바다다.
해가 중천에 오르고 바닷물이 밀려들 때면 사람들은 다시 뭍으로 나온다.
줄 망태에 굴과 조개가 가득가득.
지게에 지고, 경운기에 싣고.
한없이 고마운 바다다.
독살에도 물이 들기 시작한다.
물이 빠지면 사람들은 또 다시 바다가 주는 선물을 받아가겠지.
낮, 모텔주인이 겸하는 식당에서 해물순두부찌개를 시켰다.
돼지국밥이 계속 눈에 들어오지만 왠지 내입에 맞지 않을 것 같아 물어보기만 했다.
소뼈를 곤 육수에 돼지고기를 삶아 넣은 것이라 냄새도 안 나고 맛이 있단다.
맛보라고 삶은 고기 한 접시를 서비스로 준다.
맛있다.
대낮이지만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근 20년 전, 무창포를 떠난 단골집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네와 단골을 맺잔다.
후덕한 아주머니, 아저씨 인상이 좋아 “어쩌면 다음 달에 또 올지 모릅니다.” 아뿔싸! 내뱉고 말았다.
파도소리, 갈매기노래 들리는 작은 소나무밭에 오두막을 지어 나는 바다에 나가고, 사랑하는 사람은 찌개를 끓이며 살수는 없을 까?
긴 잠 들 때까지 꼬~옥 부둥켜안고 있고 싶다.
웅천행 버스에서 꿈을 꾼다.
아~ 꿈은 이루어 지더라.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mp3
첫댓글 50년 전, 동생방에 걸린 작은 액자속 그림이 무창포였습니다.
싸리울타리처럼 세운 독살을 동생친구가 스케치한 것이었지요.
그 그림을 빼앗아 제방에 걸어 놓았다가 시집갈 때 돌려 주었습니다.
머릿속에 늘 그리던 그 곳을 30여 년전 추석연휴에 처음 가보았습니다.
혼자 지도를 들고 차를 몰고... 시골길을 달려.
숙박을 겸하는 식당에서 회덮밥을 시켜먹다 자살하러 왔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았답니다.
인연이 되어 10여 년간 친척집 드나들듯 가까이 지냈었지요.
그 곳에 정을 붙이지 못한 부인의 성화로 서울로 올라오며 저역시 단골집을 잃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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