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경의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 풀 코스 완주기
금년 환갑?을 맞이한 기념으로 국내 마라톤의 3대 메이져 대회인 조선일보 주최 춘천 마라톤을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8월이었다.
여러 선배님들도 많은 경험을 하셨겠지만 지나간 60년이 주마등처럼 아련히 스쳐나간다. 좋았던 시절 나빴던 시절 등등 중 나빴던 시절 만 내 눈에 아른거리는 것은 나만 그럴까? 그리고 철없는 후회를 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세월을 보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정표를 만들 양으로 우선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해 보려고 작정했었는데 회사 업무 관계로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시합에 응했다.
10월26일 새벽3시에 일어나서 간단한 워밍업을 하고 나의 사랑하는 아내는 손수 김밥을 준비했다.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6시30분에 관광버스로 출발하기 때문에 일찍 서둘렀었는데 당일 날 너무 일찍 서둘러 4시30분에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시간이 너무 남았다. 처음부터 시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광화문 조선일보 사옥 앞에 가니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주최 측에서 지정한 버스를 타고 춘천에 도착하니 8시였다. 아침이라 차가 밀리지 않고 잘 왔다. 춘천 공설 운동장에 도착하니 벌써 인산인해다. 공식 주자들이 18,000여명인데 멀리 부산, 목포, 제주도 등 여러 지방에서 출전한 선수들의 가족과 많은 응원 팀들이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였다.
나도 준비한 대로 나름대로의 복장을 갖추고 워밍업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그런데 기분은 아직도 20대의 그런 기분에 다소 들뜬 기분이었다.
10시 드디어 출발시간이 왔다. 우선 프로 선수 그룹이 먼저 출발하고 3분 가량으로 계속 완주 실적 시간 순으로 출발을 했다. 나는 3년 전 동아일보 마라톤 완주 실적(3시간40분)이 있기 때문에 앞 조 인줄 알았는데 2년 지나면 그 기록이 인정되지 않아 미 기록 보유자로 처리되어 맨 마지막 조에서 출발하였다. 10시25분에 출발하였다.
멀리 본부석 위에 아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슴이 찡했다. 내가 너무 감성이 여린 탓일까? 너무 많은 사람이 출발하니 출발선부터 엉키기 시작하였다. 이번엔 꼭 3시간30분 이내에 완주하려고 마음을 먹고 페이스메이커 3시간 30분 조에 빨리 따라 붙었다. 춘천 공설운동장을 나와 의암호 방향으로 돌아서면 처음부터 복병인 오르막이다. 우선 전체 코스를 알기 때문에 내 페이스대로 잘 갈 수 있었다. 5키로미터 지점을 가볍게 통과하면서 시간을 보니 25분도 안 걸렸다. 속으로 이 속도로 가다가 20키로미터 지점부터 속도를 낼 양으로 춘천호반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생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앞만 보고 뛰었다. 정말 의암호의 가을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드디어 20키로 지점을 통과하면서 시간을 보니 90여분 정도 소요되었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통과했다. 사실 순수 아마츄어가 20키로를 1시간 30여분 이면 빠른 시간이었다. 그래서 하프코스를 지나가는 순간부터 더욱 더 힘이 생겼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는 일반 아마츄어들은 거의 포기를 하기 때문에 걸리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래서 조금 욕심을 내어 속도를 올렸다. 24키로 지점부터 강변을 지나 의암호 다리를 건너는데 거기가 큰 복병이 있었다. 다리 위라 바람이 굉장히 세게 불고 체감 온도가 갑자기 심하게 내려갔다. 순간적으로 몸에서 한기가 느낄 정도였다. 속도를 줄이고 오르막길을 서서히 올라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젠 큰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이 속도로 가면 목표시간대로 완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가 이상했다.
그래서 더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뛰었는데 25키로 지점을 지나니 갑자기 예상하지도 못한 쥐가 다리에 났다. 순간적으로 도로 옆에 잠시 앉아 다리를 주무리니 자원봉사 도우미가 멘소레담과 스프레이를 뿌려줬다. 침이 있으면 근방 치료가 되는데 가지고 있지 않았다. 10분 정도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내가 목표한 페이스메이커의 표식 판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그런데 3키로도 못 가서 다시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양지 바른 곳에서 잠시 쉬면서 다리를 주물렀다. 그런데 이번은 뭔가 심상찮은 느낌이었다. 하반신 전체가 쥐가 나서 숨을 못 쉴 정도의 통증이 심하게 왔다. 땅바닥에 누워 뒹굴었다. 다시 자원봉사 도우미가 발가락을 눌러주며 응급처치를 했다. 내가 처음부터 너무 시간 단축을 위하여 무리하였나 하는 생각이 났다. 순간 이제 완주를 할 수 없겠구나 란 생각이 났다. 너무 허무했다. 딴 사람들은 잘 지나가고 있었다. 설 수도 없었다. 그 후 20분 가량을 쉬고 있는데 어느 70대 노인이 뛰어가고 있었다. 순간 이럴 수 없다 생각하고 다시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걷고 뛰기를 반복 해서 겨우 33키로 지점을 통과하니 이젠 더 기력이 없었다. 벌써 3시간 30분이 지났다. 목표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이젠 완주라도 해야겠다 고 생각하고 아내에게 날씨가 너무 추워서 뛰기 힘드니 옷을 갖다 달라고 전화를 했다. 전화 후 아내가 옷을 가지고 여기까지 오면 힘이 들겠다 생각하니(마라톤코스에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운동장에서 여기까지 옷을 들고 뛰어 와야 했다.)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새로운 힘이 다시 났다. 거기서부터 이를 악물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시내 진입하기 전에는 거의 벌판이므로 강바람과 어울려 엄청 추웠다. 그리고 땀이 식어 몸 전체가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
38키로 지점에서 아내가 옷을 가지고 와서 고어텍스 쟈켓을 입고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아내와 같이 가야 하는데 시간을 단축하려고 죽을 힘을 내어 다시 뛰었다. 40키로 미터 지점을 통과하니 다 왔구나 싶었다. 통과시간이 벌써 4시간15분이었다. 이제 멀리 운동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운동장에 들어 서는 순간 말할 수 없는 희열이 치솟았다. 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 도니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반겨 주는 것 같았다.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그 먼 거리를 열심히 뛰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골인 4시간 30분이었다.
완주 매달을 목에 걸고 시간 측정 칩을 반납하고 기념품을 받고 나니 아내 생각이 났다. 아내는 아직 오고 있었다. 옷을 빨리 갈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20여분간 땅바닥에 주저 앉아 쉬고 있는데 하체가 식으니 다시 쥐가 났다.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너무 고통이 심하여 평생 처음 엠블란스를 타고 병원응급실에 실려갔다. 병원에서 옷을 갈아입고 체온이 올라가니 몸이 풀려 다행히 간단한 근육 이완 주사 한대 만 맞고 돌아왔다. 그 때야 아내가 화를 낸다. 왜 20키로만 뛰기로 했는데 완주했냐 고.
이번 종주를 하고 난 후 향 후 절대로 “목표는 무리하게 세워서는 안 된다.” 는 기본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지나간 인생 너무 목표를 무리하게 세워 낭패를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또 이런 바보 짓을 했구나 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 후 30여 년을 같이 살면서 한번도 화를 내지 않았던 나의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합 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직접 김밥이며, 따뜻한 국물을 끓여왔고, 20키로만 뛰어 라고 말렸는데 또 아내의 말을 안 듣고 끝까지 내 고집대로 한 내가 원망스러울 텐데, 옷 갖다 주려고 왕복 10키로를 묵묵히 뛴 아내가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아들, 딸 며느리들이 완주 축하를 해 주었다. 가족의 따뜻한 사랑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그런 뿌듯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하면 된다.” 란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 주는 좋은 경험이었다.
나이는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2008년 10월26일 밤 11시 30분 이 우경.
우리 한일 임원님들 항상 건강하십시오.
* 혹시 내년에 마라톤 완주 대회에 참석을 희망하시는 회원이 계시면 연락주세요.
과학적인 준비로 세부 계획을 세워 연습을 해야만 좋은 기록으로 완주 하실 수 있습니다.
첫댓글 산신령은 역시 산신령, 대단하십니다. 나도 30대에 마라톤에 도전했다가 반환점을 돌고나니까 출발 2시간 전에 먹은 국수 점심이 아랫배로 몰리면서 복통이 나는 바람에 중도 포기한 기억이 있습니다. 환갑 나이에 대단하다는 말밖에, 그 의지력과 체력이 부럽습니다.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부럽기도하고 남은인생 분발해야 겠다는 의욕이 불쑥 생기네요. 항상 건강하십시요.
대단합십니다. 완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
이우경사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완주 축하드리며, 저의 꿈리스트에 마라톤 완주를 올렸습니다. 과학적인 준비, 세부계획 세우시면 저에게도 알려주십시오. 이우경 화이팅!
지방 여행으로 이제사 집으로 돌아와 카페를 열었습니다. 남같지 않은 우리의 일로 정말 신명나고 장한 일을 해내었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여러회원님들 격려로 내년에는 좀 더 세밀하게 준비하여 보다 더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