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힘] 1부 힘든 시절 ㉙도리도리 운동
자기 치유를 위한 첫걸음
셔터스톡
우울증을 치료하겠다는 간절한 바람은 자연스레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이어진다. 나는 의식적으로 내 두뇌에 희망을 주입하고자 매우 노력했다.
병이 치료된 이후 내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상상했다. 어느 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상상하라.
내가 만약 다음에 쓰고 싶은 책이나 연구하고 싶은 아이템이라면, 바로 상상하라. 그러면 꿈은 이뤄질 것이다.
마음의 몸살을 심하게 겪은 뒤의 정신적 성숙이나 회복이랄까. 점차 감정의 기복도 완만해지고 평정심이나 긍정적 생각을 유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단전호흡을 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무척 단순한 신체 운동을 배운 뒤 몸의 회복이 더 빨라졌다.
‘도리도리 운동’으로, 말 그대로 목을 좌우로 돌리는 운동이다. 앉아서 또는 서서 가볍게 몸을 흔들며 고개를 흔들어주면 어느새 뻐근한 뒷목이 풀어지고 가슴속 답답함이 없어지며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몸 전체의 힘을, 특히 목과 턱 주위의 힘을 빼는 것이다. 이 간단한 운동을 매일 10~20분 정도 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한결 좋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신이 나면 아예 춤을 춘다. 농악 놀이를 보면 농악수가 모자에 긴 띠를 달고 머리를 좌우로 또는 아래위로 흔들며 리듬에 맞춰 상모 돌리기를 한다.
나도 농악수처럼 머리를 흔들고 춤을 추었다. 심신이 더 피곤할 때는 아예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20~30분간 막춤을 추듯 몸과 머리를 흔들면 아주 상쾌해졌다.
이 운동은 과다한 사고에 지친 머리를 휴식시켜주는 데 착안한 것이다. 머리를 흔들면 생각이 끊긴다. 생각하기가 어렵게 된다. 의식적인 생각이 끊기면 무의식 세계가 활성화된다.
인간의 본능과 감정, 자율신경을 총괄하는 대뇌변연계가 활성화됨으로써 부정적 생각이나 선입견에 찌든 두뇌를 해방시키고 휴식을 주어 조화를 이루게 한다는 것이 ‘도리도리 운동’을 권장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일명 ‘뇌파 진동’이라고도 한다.
뇌호홉을 개발하고 뇌교육을 주창한 이승헌 씨의 주장에 따르면, 뇌파진동의 원리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뇌파진동은 고개를 도리질하듯이 좌우로 움직이는 단순하고 규칙적인 리듬을 반복함으로써 불필요한 모든 생각을 ‘일시 정지’시킨다.
생각의 전원을 내리는 것이다. 생각이 끊어지면 감정도 사라진다. 분석하고 판단하는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감정이 생길 수 있겠는가?
생각이 끊어지고 감정도 사라진 자리에는, 그것을 대신하여 텅 빈 고요가 깃든다. 우주의 근원적인 에너지와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가 음악에 맞춰 실컷 춤을 추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리듬에 몸을 맡기고 격렬히 추다 보면 다른 모든 것을 잊는 무아지경에 들어갈 때도 있다.
도리도리 운동도 그런 춤과 비슷하다. 열중하다 보면 몸이 풀리고 마음이 상쾌해지면서 흥과 행복감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도리도리 운동은 회복기의 나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몸과 정신의 에너지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고 긍정적인 기분이 훨씬 강화됐다.
잠자리에 들면 곧 잠들게 되었고, 중간중간에 깨거나 땀을 흘리는 것도 적어졌다. 그동안 위축돼왔던 적극적 행동(의견 제시, 비판, 결정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존감과 자신감, 의욕,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계속>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