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월요일 (백)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인간의 비참과 하느님의 자비가 교차하는 날!
또다시 새해입니다. 우리를 향한 사랑과 자비로 충만하신 하느님께서 또 다시 우리 모두에게 새해 아침을 선물로 열어주셨습니다. 그분의 넘치는 은총과 자비에 크게 감사하면서 기쁘게 이 한해를 살아가야겠습니다.
오늘은 눈물겹도록 은혜로운 날입니다. 우리 안에서 낡은 것과 새것이 교대하는 날, 인간의 비참과 하느님의 자비가 교차하는 날, 빛나는 얼굴의 내가 죄에 물든 나와 작별하는 날, 분노와 질투의 화신이었던 내가 사랑과 자비의 사도로 다시 태어나는 날입니다.
이토록 은혜로운 날, 우리 가톨릭교회는 한 해 동안 본받고 살아갈 모델 한 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천주의 성모!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입니다.
그분은 나약한 인간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무한한 성장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온몸으로 증거하신 분이십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신 분,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 가장 큰 영예를 얻으신 분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비결은 바로 지극히 겸손한 순명이었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별것도 아닌 인간 존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첨단과학이 점점 발전하면서, 인간은 큰 착각에 빠집니다.
인간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착각, 그러면서 하느님의 영역, 하느님의 자리는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니 인간 측의 가장 큰 문제는 겸손의 결핍이군요. 내 힘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도를 넘어서는 지나친 자신감이 문제입니다.
이런 면에서 성모님의 겸손이 유난히 돋보입니다. 성모님은 영광스럽게도 하느님을 자신의 태중에 모신 분이십니다. 과분하게도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품에 안으신 분입니다.
장차 구세주의 어머니로 살아가며 누리게 될 세속적 영예나 특권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구세주의 어머니란 타이틀이 성모님의 신앙 여정에 마이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언제나 가난하고 작은 사람으로 남기를 원하셨기에 그 모든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은 오직 메시아를 담아내기 위한 질그릇 같은 인생에 불과하다는 것을 평생 잊지 않았던 성모님의 겸손, 여기에 그분의 위대성이 있습니다.
아들 예수님 일생에 여백 같으셨던 분 성모님, 예수님 탄생 순간부터 갈바리아 산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예수님 뒤에서 조용히 서 계시던 성모님, 아들 예수님이 커지시도록 한없이 작아지셨던 성모님, 늘 예수님 그늘에 서 계셨던 성모님이셨습니다. 이토록 겸손하셨던 성모님이었기에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그분을 인류의 어머니로 끌어올리신 것입니다.
겸손의 덕은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신 덕행이며, 그리스도교 안에서 으뜸가는 덕행입니다. 참된 겸손은 인간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로부터 시작합니다. 참된 겸손은 하느님께서 나를 극진히 사랑한다는 것을 인식함에서 시작합니다.
참된 겸손은 그 사랑에 힘입어 내가 하루하루 살아감을 고백함에서 시작합니다. 참된 겸손은 하느님을 떠나있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음에서 시작합니다. 참된 겸손은 나는 매일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축복과 은총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함에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