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에 ‘부기’ 날고 PT에 ‘오겜’ 등장… 파리 달군 엑스포 유치전
국제박람회 파리 총회 현장 후끈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3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 센강 주변에 부산엑스포의 마스코트인 ‘부기’ 캐릭터 인형들이 자전거 위에 올라 타 있다. 아래 사진은 한국의 PT 당시 영상중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극 중 초대장이 등장하는 장면. 파리=뉴스1·유튜브 캡처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제171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 앞은 각국에서 모여든 대표단과 취재진으로 긴장감이 가득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국들이 3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펼치는 날이었다.
총회장 건물 안팎에는 엑스포 3차 PT를 알리는 안내판과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대형 쇼핑몰이 입점한 건물인 만큼 평소에 오가던 현지인들도 생경한 풍경에 관심을 보였다. 부산 엑스포의 마스코트인 갈매기 ‘부기’ 캐릭터로 만든 대형 인형들은 특히 이목을 끌었다. 부기는 PT 전날부터 파리 센강 주변을 자전거에 실려 돌아다녔다. 특히 8m 높이의 부기를 싣고 운영된 부산 엑스포 홍보선 ‘크루즈82’는 센강을 찾은 관광객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오전 9시경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 각국 대표단이 속속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소회를 묻자 “떨린다. 열심히 하고 오겠다”고 PT에 임하는 다짐을 전했다. 이어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등 민간 대표단도 속속 도착했다. 부산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수도 리야드의 왕립유치위원장을 포함한 대표단들이 타키야(흰 천을 늘어뜨린 모자) 차림으로 파리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총회장으로 들어섰다.
각국의 PT 시간은 30분씩으로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이탈리아가 모두 발표를 마친 시간은 낮 12시경이었다. 한국 PT에서 단연 화제가 된 건 오징어게임에 등장했던 기하학 무늬 초청장을 영상 속 BTS 멤버로부터 발표자들이 릴레이로 넘겨받는 장면이었다. 경쟁국인 사우디의 하이파 알 모그린 공주(주유네스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오징어게임 배경음악이 영상에 깔리자 옆자리 사람에게 “오징어게임이네요”라고 속삭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최태원 회장은 “BTS, 꼬마 외교관 캠벨 에이시아, 오징어게임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3인방”이라며 “인류 공통의 당면 현안과 미래세대의 희망을 잘 담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하드웨어 강점과 소프트 파워를 겸비한 유일한 나라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인용 사장은 “발표에서 한국의 차별성이 돋보였다”고, 김동욱 부사장은 “발표가 끝난 후 박수 데시벨은 한국이 가장 높았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9일 파리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로고를 랩핑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코나 EV 등 현대차 친환경 차량이 파리 주요 지역을 순회하며 부산을 알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기업들은 파리 곳곳에 대형 옥외광고를 걸어 유치 지원 열기를 더했다. 파리 중심부의 오페라극장 ‘오페라 가르니에’에는 부산 엑스포 로고가 새겨진 삼성전자의 대형 옥외광고가 설치됐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이번 BIE 총회 기간 부산 엑스포 로고로 래핑한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코나 EV’ 등이 수시로 파리 주요 지역을 순회하도록 했다.
한 총리는 PT 이후 특파원들과의 만찬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계기로 한국의 외교 체질이 굉장히 바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중심 외교의 저변이 넓어질 것이란 의미였다. 한 총리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쫓아다니는 그런 외교에서 평상시에 관리하고 방문하는 외교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이번 BIE 총회 기간 민간 대표단은 파리 시내 한 건물에서 정부 대표단과 공동 또는 단독으로 BIE 주요국 대사 면담 및 리셉션 행사를 개최했다. 공식적으로 만난 BIE 대사만 30여 명이다. 리셉션 행사를 하면서 부산 엑스포 메타버스 플랫폼 및 가상현실(VR) 체험기기를 활용한 부산 방문 콘텐츠를 전시하기도 했다. VR 기기를 착용하자 해운대, 동백섬, 해동용궁사 등 부산의 명소들과 바다 풍경이 360도로 펼쳐졌고 부산에 오는 세계인을 환영한다는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현장에 있던 유경상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회 홍보컨텐츠실장은 “우린 VR 기기를 이미 경험해본 분들이 많지만, 각국 대사 분들은 신기하게 받아들인다. 현장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유치위원회 한 관계자는 “전날 만찬에서도 참석자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고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얻었다”며 “대규모 초청 행사보다는 오히려 소규모로 한 분 한 분 접근하는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곽도영 기자, 파리=조은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