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람들은 대단하다.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지. 그냥 가만히 놔두면 안되는가? 이제서야 겨우 되살아나려는 난지도를 다시 한번 죽이려고 안달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문제는 환경에 대해 전혀 무지한 일부 언론들이라 할 수 있다. 아래의 기사를 한번 보세요.
제목 : 난지도에 무지개가 뜬다., 부제목 : 불모의 땅에서 미래의 땅으로.
도대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을 못하는 기사라고나 할까? 골프장 짓고 공원을 만든다고 좋아 죽겠단다. 골프장 지어놓고, 공원 만들어 놓고나서 나비를 날리고 반딧불이를 풀어 놓으면 나비며 반딧불이가 억시도 좋아하겠다. 요새 서울 사는 동식물들에게 퍼져 있는 소문을 들어 보셨습니까? "난지도에 가면 사람도 없고 요샌 쓰레기도 안들어오고 해서 서울서는 그나마 살만하데." 갈곳 없는 동식물들이 서울서 한번 살아보겠다고 하나둘씩 난지도로 모여드는 판에 사람들이 또 딴죽을 거는 것이 뭐가 그리 좋은지 "난지도에 무지개가 뜨네마네"하면서 떠들어대는가?
동식물들도 우리의 이웃이다. 당신은 이웃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티비며 비디오며 냉장고며 쓸만한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나오는가?
서울의 끝자락 한강 하류에 '난지도'란 작은 섬이 있었다. 야생난초가 무성하고 영지 향기가 그윽해 섬 위를 비행하던 철새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고단한 날개를 접고 쉬어가던 그림같은 섬이었다.
기자는 그 섬의 강 건너편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지만 불행히도 아름다운 섬, 난지도에 대한 기억은 전무하다. 난지도를 인식했을 즈음엔 이미 낙원은 사라진 뒤였다. 난지도는 이미 해발 90m의 거대한 쓰레기 산이었다. 버스를 타고 성산대교를 건너 난지도 옆을 지나는 것은 언제나 곤욕이었다. 쓰레기 썩은 냄새에 코를 틀어막고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난지도를 원망했다. 양화나루에 서면 저 멀리 병풍처럼 펼쳐지는 북악의 절경을 가로막는 볼썽사나운 인공산에 저주를 퍼부었던 것이다.
작가 정현희는 소설 '난지도'에서 "난지도 쓰레기 산 위로 쏟아져 내리는 불볕은 저주였다. 그 산에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썩어가는 일과 썩어가는 냄새뿐이다."라고 했다. 1천만 서울시민이 내다버린 풍요의 찌꺼기에 난지도는 더러움의 상징, 불모의 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난초와 갈대가 무성한 샛강의 섬>
이름처럼 난초와 영지가 지천으로 자라던 섬 난지도. 여의도만한 이 섬엔 갈대가 천지로 우거지고 철따라 희뺨검둥오리 등 수만마리의 철새가 날아들었다. 섬을 휘감은 샛강에는 그냥 떠서 먹을 수 있는 맑은 물이 흘렀다. 어느 60대 노인은 "학생들이 소풍오고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겼으며 비갠 뒤 무지개가 뜨면 특히 아름다웠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난지도의 생명은 78년 3월을 기점으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서울시가 쓰레기 매립장으로 인가한 뒤 15년 동안 무려 1억 2천만t의 쓰레기가 뒤덮였다.
난지도에 살던 사람들의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땅콩밭과 콩밭을 일구며 살았던 20여가구 원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대신 '재건대원'들이 쓰레기더미 위에 움막을 짓고 마을을 형성했다. 84년 큰 불로 재건대 정착촌이 잿더미가 되기는 했지만 서울시가 1천여 가구의 조립식 주택을 지어 입주시키면서 한때 이곳에 거주하는 인구는 6천여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