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클레이터의 시간은 다르게 간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1995),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은 제시(에단 호크 분)와 셀린느(줄리 델피 분)의 18년간의 러브 스토리다. 비엔나행 기차에서 처음 만난 20대를 지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스 섬을 여행하는 중년 부부의 모습이 시리즈로 연결되면서 ‘실제 같은 판타지’를 만들어준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주름살, 시간의 ‘축적’이 수반된 환기 효과 때문이다. <보이후드>는 한발 더 나간 실험이다. 링클레이터는 ‘한 아이가 자라 대학에 입학하기까지를 기록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소년 메이슨이 여섯 살에서 대학생이 되는 12년 동안 매해 10~15분 분량의 에피소드를 촬영해 장편으로 만들었다. ‘12년 후’라는 자막 하나로 해결되는 영화적 허용권을 반납한 것이다. 촬영 기간은 말 그대로 12년, 총 4천 시간의 세월이다. 메이슨이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엄마는 이혼과 재혼을 거듭했고, 누나는 대학에 갔으며, 아빠로 출연한 에단 호크의 주름도 늘었다. 이 지난한 작업에서 끈기를 유지하기란 힘들다. 영화에 출연한 링클레이터의 딸 로렐라이가 3~4년이 지나 흥미를 잃고 “캐릭터를 죽여 달라”고 말한 정도는 웃어넘길 투정이지만,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정리한다면 강조하고 뺄 것들이 생길 수 있다. 보통의 영화가 극을 구성하는 방식은 ‘영화처럼’ 극화된 방식이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사건을 기록하면 앞과 뒤의 경중을 따지는 방식이 통용될 수 없다. 마치 일기장을 넘기듯 이전의 기록은 그 자체로 의미 있게 서술되고 해석된다. 가장 폭발적인 장면은 대학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나는 메이슨에게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터뜨릴 때. 사람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생을 살고 성장해나간다. 12년간의 프로젝트에서 링클레이터가 포착한 것도 이 지점이다.
RECOMMEND 스크린에서 구현되기 힘든 시간의 기적. 이화정(<씨네 21> 기자)
런어웨이 걸
13세 소녀 룰리는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 백수이자 한량인 아빠와 함께 네브라스카 깡촌에 살고 있다. 인생이 지긋지긋하고 불행하게만 느껴지던 찰나, 엄마는 다른 남자와 집을 나가고, 아빠는 홧김에(?) 떠나버린다. 혼자 TV 광고를 보다 라스베이거스로 가기로 마음먹은 되바라진 소녀의 준비물은 옷 몇 벌과 지도, 그리고 생일 선물로 받은 권총 한 자루.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가던 남자 에디, 예쁘지만 비밀스러운 여자 글렌다 등의 차를 얻어 타면서 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무럭무럭 자라는 성장기 소녀 클로이 모레츠가 연기하는 예측 불허 촌뜨기 가출 소녀의 모습이 궁금하다. 10월 30일 개봉.
RECOMMEND 블레이크 라이블리, 줄리엣 루이스, 알렉 볼드윈 등 의외의 호화 출연진 중 가장 가슴 설레는 건 역시 주근깨 가득한 에디 레드메인이다.
모모세, 여기를 봐
미스터리 소설로 유명한 작가 나카타 에이이치의 연애 소설을 원작으로 로맨스 영화가 탄생했다. 서정적인 화면과 더불어 ‘15년 전, 거짓말로 시작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카피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평범한 사랑 이야기는 아닐 듯. 촉망받는 소설가가 된 노보루(무카이 오사무 분)는 어느 날 모교에서의 강의를 제의받고 15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여전한 풍경 속에서 추억을 떠올리던 그에게 학창 시절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칸바야시 선배가 말을 걸어온다. 그녀와 대화하는 동안 노보루는 다시 내성적이고 존재감 없는 소심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처음 만난 모모세(하야미 아카리 분)로부터 사귀는 척 연기를 하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10월 30일 개봉.
RECOMMEND 비밀스럽고 복잡한 관계, 쉽게 읽어낼 수 없는 캐릭터들 뒷면에 뭔가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건, 그저 기분 탓일까?
아더 우먼
드라마틱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 <노트북>의 닉 카사베츠 감독이 슬랩스틱 코미디에 능통한 여배우를 만나면 이런 영화가 탄생한다. 멋진 워킹 우먼 뉴요커인 칼리 (카메론 디아즈 분)는 완벽한 줄 알았던 남자 친구 마크(니콜라이 코스터 왈도 분)에게 사실은 아내 케이트(레슬리 만 분)와 무려 G컵 내연녀 앰버(케이트 업튼 분)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세 여자가 합심한 무시무시한 복수가 시작된다. 칼리는 변호사다운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기상천외한 복수 전략과 전술을 진두 지휘한다. 인생의 쓴맛 단맛 좀 본 언니들이 알려주는 깨알 같은 삶의 지혜를 전수받을 수 있겠다. 11월 13일 개봉.
RECOMMEND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던데, 심지어 여자가 3명이다!
패션왕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기안84의 웹툰 ‘패션왕’이 영화로 개봉한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빵셔틀 우기명(주원 분)은 서울로 전학 와 야심 차게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려 하지만, 그의 곁엔 미모 대신 성적을 얻은 전교 1등 은진(설리 분)과 ‘짝퉁’ 패딩뿐이다. 하지만 우연히 전설의 패션왕을 영접하게 되면서 그는 진정한 ‘간지’에 눈을 뜨고, 학교 여신 혜진(박세영 분)의 주목을 받는 데다 1인자 원호(안재현 분)와 라이벌이 되기에 이른다. 웹툰에서 독특하게 묘사된 캐릭터와 의상을 어떤 식으로 풀어냈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의상 감독은 레이디 가가, 블랙 아이드 피스, 마릴린 맨슨 등이 사랑한 레주렉션의 디자이너 이주영이다. 11월 6일 개봉.
RECOMMEND 이주영 의상 감독은 1천여 벌의 의상을 직접 디자인하고, 소품 하나를 구하기 위해 해외와 전국을 뒤졌다는 후문. 에디터 : 강경민
첫댓글 아더우먼기대가되네여^^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