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넓고 깊고 깨끗하다. 연신 출렁거리며 썩지 않고 싱그럽다. 답답하던 가슴이 후련해지도록 쭉 뻗어 나가 가물가물 끝자락에서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수평선을 긋는다. 물론 시각적인 거리로 그 위치가 달라진다. 가까이서 끊임없던 크고 작은 물결이 한눈에 보면 아주 잔잔하다. 한 폭의 시퍼런 천을 펼쳐놓은 것 같다. 그 위에 마음을 몽땅 쏟아놓고 내닫는다. 높고 험악한 산에서 느꼈던 호연지기를 낮고 거친 바다에서 맛보기도 한다. 저 멀리 거칠 것 없이 펼쳐지는 바다다. 모든 잡념을 씻으며 오로지 바다와 하나 된 양 가슴까지 산뜻하다. 꺼림칙하던 속이 펑 뚫려 시원하고 통쾌하다. 한 줌 햇살이 길게 쏟아지며 하나의 길을 만들어 금빛 카펫을 깐다. 누가 걸어 나올지 기웃거리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찬란하기만 하다. 드러내지 않는 신령스러운 기운이지 싶다. 그 길을 바라보는 것조차 눈이 부시다. 순간 엄숙해지는 마음에 발돋움하다가 초라해진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양 가뿐하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바다다. 바다의 한 자락이 하늘에 올라갔는지 하늘의 한 자락이 바다로 내려왔는지 똑같은 모습이다. 저 멀리 끝자락 수평선에서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속삭이며 뒤섞여진 것은 아닌지 그럴 듯 동심이 꿈틀거린다. 바다가 좋은 사람은 바다를 연신 찾고, 산이 좋은 사람은 산을 연신 찾는다.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공자는 “지혜 있는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라고 했다.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니 터이지만 그래도 그런 경향을 지녔지 싶다. 산에서 얻고 느끼는 맛이 있듯, 바다에서 느끼고 얻는 맛이 있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좀처럼 바다를 떠나지 못하고 떠나도 다시 찾아온다. 바다는 좀처럼 빗물에 젖지 않고 짭짜름해 썩지 않는다.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듯이 세상에 소금이 되라고 한다. 바다는 많은 생명체를 품고 어족이 마음 놓고 노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