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걸 (Cover Girl)
1944년 미국영화
감독 : 찰스 비더
출연 : 리타 헤이워스, 진 켈리, 오토 크루거
레슬리 브룩스, 리 보우만, 필 실버스
이브 아덴, 아니타 콜비
'커버 걸' 이름 그대료 표지모델을 의미합니다. 지역의 쇼 레스토랑에서 쇼걸로 일하던 여성이 어느날 잡지의 표지모델이 되었다가 크게 인기를 얻으며 일약 신데렐라 신세가 되는 내용입니다. 동화같은 내용이지요. 그런 낭만과 로맨스를 다루면서 화려한 안무와 무대, 노래가 어우려진 194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이 '커버 걸' 입니다.
유명한 여배우는 리타 헤이워스만 등장하지만 대신 예쁘고 늘씬한 여성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쇼단의 쇼걸들과 커버 걸이 되려고 모인 여자들이 등장하니까요. 쇼단의 여성들은 거의 리타 헤이워스에 버금가는 미모와 몸매를 지녔습니다. 이런 걸 보면 예쁘고 재능있는 여성들 상당수가 무명인 채로 세월을 보내다가 잊혀지는 경우가 참 많다고 봅니다. 유명 여배우들도 어떤 역할을 계기로 확 뜨게 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자칫 운이 안 좋거나 안 풀리면 예쁘고 재능이 있어도 묻혀버릴 수가 있다는거죠. 영화의 오프닝에 여러 쇼걸들이 등장하여 춤과 노래를 하는데 리타 헤이워스가 독보적으로 확 돋보이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당시로서는 상당히 늘씬한 여성들로
쇼 공연 장면을 구성했다.
왼쪽에서 5번째가 리타 헤이워스
쇼걸인 러스티는 표지모델 모집에 응모하는데....
전설적인 화보모델 아니타 콜비(오른쪽)가
단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대니(진 켈리)가 운영하는 쇼 레스토랑, 그곳은 식사를 하며 쇼를 즐기는 전형적인 그 시대의 극장식 레스토랑이지요. 러스티(리타 헤이워스)는 그곳에서 일하는 쇼걸이면서 대니의 연인이기도 합니다. 러스티의 동료인 모린(레슬리 브룩스)이 어느날 표지모델을 구하는 광고를 보고 응모하기로 하고 러스티도 거기에 몰래 갑니다. 대니가 알면 서운해 할 테니까요. 콘데어(오토 크루거)라는 사교계 거물이 운영하는 곳에서 진행한 심사입니다. 러스티는 콘데어의 비서가 행한 면접에서는 좋은 평가를 못 받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콘데어는 40년전 어느 쇼를 보고 쇼걸에게 홀딱 반하는데 그녀는 바로 러스티의 할머니였습니다. 러스티는 할머니의 끼를 물려받아서 쇼걸이 된 것이죠. 러스티의 할머니 마리벨을 본 젊은 청년 시절의 콘데어는 한눈에 반해 그녀에게 대시를 했지만 콘데어의 어머니는 귀공자같은 자기 아들이 쇼걸과 연애하는 것을 탐탁잖게 생각했지요. 그리고 마리벨은 쇼단의 피아니스트와 이미 연애를 하고 있었죠. 결국 마리벨은 부자집 귀한 아들과의 신데렐라 같은 연애를 포기하고 피아니스트를 선택했죠. 공교롭게도 러스티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옵니다. 40년전 자기가 사랑했던 마리벨을 빼어닮은 러스티의 모습을 보고 콘데어는 그녀를 전격 발탁하고 표지모델이 된 러스티는 순식간에 인기를 끌게 됩니다. 그런 러스티를 보려고 사람들이 대니의 식당에 몰려들고, 그 덕에 대니도 장사가 잘 되지만 콘데어와 협업을 하는 젊은 극장주 노엘이 러스티를 스카웃하려고 합니다. 2천명을 수용하는 대형 무대에 세워 스타로 만들겠다고 제안하고 심지어 노엘은 러스티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무명의 쇼걸에서 일약 톱 스타이자 부자의 아내가 되는 신데렐라가 될 상황의 러스티, 그렇지만 이미 사랑하는 대니가 있고 그를 배신하는 건 찜찜하고. 과연 러스티의 선택은?
연인사이로 출연한 리타 헤이워스와 진 켈리
리타 헤이워스의 여러가지 다양한 안무가 등장한다.
진 켈리와 리타 헤이워스
우스꽝스럽게 차리고 귀공자 애인의 어머니에게
모욕당한 사연을 노래하는 장면
리타 헤이워스가 무명의 쇼걸에서 표지 모델이 되었다가 팔자가 바뀌게 되는 신데렐라 같은 여주인공 입니다. 다만 이미 사랑하던 남자에 대한 의리 때문에 고민하는 역할이지요. 40-5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의 황제 진 켈리가 상대역인 대니 역입니다. 뭐 대략 결말은 정해져 있지요. 할리우드 상업 영화에서 이런 설정에서는 거의 도덕과 의리를 중시하니까요. 이야기의 내용 보다는 리타 헤이워스, 진 켈리 등 재능있는 여러 배우들이 펼치는 안무와 무대장치가 볼거리 입니다. 더구나 40년대 영화지만 칼라로 만들어져서 더욱 예쁜 무대를 많이 볼 수 있지요. 4:3 비율의 화면이 좀 아쉽지만.
라타 헤이워스는 1930년대인 10대 후반 일찌감치 영화계에 들어섰지만 수년간 무명을 거친 후 1940년대부터 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1941년 '혈과 사' 이후로 잘 나갔죠. '커버 걸'은 그녀가 26세인 1944년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리타 헤이워스는 어찌된 영문인지 다른 영화들만큼 아름다운 느낌이 안 듭니다. 2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엄청난 노안. 요즘 기준으로는 동안 40세 보다 더 늙은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리타 헤이워스는 십수년간 외모가 많이 변하지 않은 배우입니다. 그래서 1941년 '혈과 사'나 1953년 '살로메'나 외모의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20대 중반에 출연한 '커버 걸'에서는 상당히 노안 느낌이었지만 53년 '살로메'에서는 35세 였음에도 상당히 관능적인 연기를 보였으니까요. 외모 차제가 앳되 보이는 얼굴이 아니기 때문에 20대 초반보다는 좀 더 나이들어서 관능미가 발산되었죠. 1964년 출연한 '서커스의 세계'에서도 관능적인 중년으로서의 매력을 발산했으니까요. 몸매도 좋고 춤도 잘 추는 리타 헤이워스 였지만 찰스 비더 감독은 이런 그녀를 뮤지컬의 여신이 아닌 팜므파탈로 활용했습니다. '커버 걸' 이후 '길다' '카르멘의 사랑'에서 매혹적인 팜므파탈로 그녀의 정체성을 확립시켰지요. 이런 설정은 굉장히 주효했습니다. 아마 뮤지컬쪽으로 계속 내보냈다면 리타 헤이워스라는 배우가 잘 활용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커버 걸'에서는 마사 메어스 라는 가수가 노래 음성을 대신 더빙했습니다.
춤을 실컷 보여준 리타 헤이워스
자신의 분신과 1인 2역을 하는 장면에서
1인 2역 안무 특수효과 장면이 볼만하다.
리타 헤이워스는 실제로 신데렐라 같은
왕자와의 결혼생활을 했으나 몇년 못 살고 이혼했다.
리타 헤이워스는 40년전의 할머니인 마리벨 역할과 손녀딸 러스티 역의 1인 2역을 합니다. 특히 마리벨 공연 장면에서 애인의 어머니에게 모욕을 당하는 과정을 노래로 처량하게 부르는 장면이 재미가 있습니다. 진 켈리 역시 늘 그렇듯 다재다능한 안무를 보여주는데 특히 자기 환영과 같이 2인 댄스를 벌이는 장면이 재미납니다. 아날로그 시대인 1940년대에 어떻게 그런 특수효과를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반투명한 또 하나의 자신과 춤을 딱딱 맞추어 추는데 따로 따로 촬영하여 합성을 했을테니 참 부단한 노력을 했을 것 같습니다. 합성이 아주 자연스럽고 진 켈리는 그림자가 비추어지는데 합성된 분신은 그림자가 안 비추어지니 더욱 그럴사했지요. 과거 영화들의 어색한 합성효과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노래와 춤이 많이 나오고 특히 늘씬한 미모의 여성들이 펼치는 재미난 무대쇼들도 볼거리입니다. 지그펠드 쇼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 시대에 볼 수 있는 매우 아기자기하고 관능적인 쇼를 많이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스토리 라인 외의 장점이 된 오락 뮤지컬입니다. 무난히 재미있게 즐길만한 영화지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이 영화는 리타 헤이워스가 오손 웰즈와의 결혼생활 당시 공개된 작품이며, 리타 헤이워스의 경력에서 1948년 '카르멘의 사랑' 이후 4년의 공백이 있는데 알리 칸 왕자와의 결혼생활 때문에 영화계를 떠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30대 초반의 경력이 단절되었는데 아쉬운 부분이지요. 한창 때 좀 더 영화를 남길 수 있었는데.
ps2 : 실제 미국 최초의 전설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니타 콜비가 본인 역으로 특별 출연합니다. 그녀는 최초로 시급 100달러를 받은 모델이었고, 클라크 게이블과 제임스 스튜어트의 청혼을 거절했으며 잘 나갈 때 한달에 30개 이상의 잡지의 표지에 실릴 정도였으며, 할리우드 여러 배우들의 미모, 균형 등에 관한 교육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초반부에 잠깐 나오는데 확연히 돋보이더군요.
ps3 : 진 켈리가 자신의 분신과 짝을 이루어 댄스를 하는 장면입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합성이 이품이지요. 1940년대 기술이라니...
[출처] 커버 걸 (Cover Girl, 44년) 리타 헤이워스, 진 켈리의 안무와 노래|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