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O.I! (클리앙)
2024-05-15 02:50:57 수정일 : 2024-05-15 05:24:42
라인사태의 핵심은 네일베 이해진의 욕심때문 : 클리앙 (clien.net)
이제 하다하다 이런 글까지 올라오네요.
라인이 어떻게 개발되었고 일본에 뿌리내렸는지 잘 모르니 저런 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거죠.
라인 개발사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고 여기 쓰신 분들도 많지만,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거의 전역이 혼란에 빠졌을 때, 당시 현지에 있었던 이해진 의장 주도로 시작했습니다.
이유도 심플하죠. 사내 현지 직원들끼리 연락을 주고 받을 메신저가 절실해서 개발을 서둘렀다고요.
당시 상황을 잠깐 요약하면, 2011년 당시는 아직 일본 내 스마트폰 보급이 완전하지 못했고, 대다수가 휴대폰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는 형태였습니다. SMS가 있긴 하나, 일본 이동통신망 특성으로 인해 한국과 달리 문자가 통신사마다 전송 호환이 잘 되지 않아 일찌감치 이메일로 하는 게 익숙해진 상황이죠.
그 상황에서 기간 통신망이 끊기고 흔들릴 정도의 큰 지진이 왔습니다. 일본은 이럴 때 재난 통신 우선을 위해 이동통신망의 음성 송수신에 먼저 제한을 겁니다. 즉, 전화를 해도 안 걸리고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당시 그 장소에서 그 사태를 경험한 저라서 그거 잘 압니다. 유일하게 잘 되는 건 당시 막 보급중인 카카오톡이었습니다(음성망은 제한 걸었지만 데이터 통신은 그래도 원활히 되었습니다).
이런 걸 네이버 재팬(NHN 재팬) 현지에서 이해진 의장 이하 직원들이 몸소 경험했으니, 빠른 연락 도구가 필요하겠다 판단은 주효했고 결국 그로부터 반 년 정도 지나 라인이라는 메신저가 탄생했죠.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시장이 문제였습니다.
아시겠지만, 일본은 정말 배타적인 시장입니다. 자국산 외에 미국산 정도나 받아들이지, 그게 한국산이라고 하면 뭔가 꺼려하거나 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 점을 이미 일본 진출한 네이버가 모를리 없습니다. 이미 검색엔진 시장에서 한 번 밀려났었고, 네이버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추진한 거 번번이 실패하여 좌절을 겪었으니까요.
그래서 철저히 현지화를 추진합니다. 이게 네일베 기질이라서 일본에 기었다고 하면 그 때 이 정책으로 일본에 뿌리내리려고 애쓴 분들은 뭐가 되나 싶어요. 어쨌든 라인 국적은 한국이고 한국에 외화 벌어다 주는 기업을 그렇게 평가하고 싶습니까?
이 후, 소뱅 야후와 합작하게 된 배경도 간단합니다. 핀테크 사업이 너무 출혈 경쟁이었습니다.
사실, 메신저 자체로는 돈이 안 됩니다. 거기에 결합하는 여러 서비스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수익이 나는 형태죠. 카카오톡 보시면 아시잖아요? 메신저만 떼서 장사하면 돈 안되는 거 이미 숱하게 많은 메신저들이 보여줬는데 말이죠.
하여간 핀테크 사업으로 추진한 라인페이가 당시 야후 주도로 이뤄진 페이페이와 함께 출혈 경쟁이 심했고, 결국 이러다 다 죽겠다 판단한 양사가 합작하자고 하여 세운게 지금의 라인야후입니다. 이게 욕심이라면 라인 정착을 위해 애쓴 분들은 다 욕심쟁이고 친일이겠네요. 웃음만 납니다.
여하간, 지금 사태는 민간기업이 스스로의 전략으로 택한 방법을 뭐라고 해 봐야 도움될 게 없습니다.
그 민간 기업끼리 해야 할 걸 일본 정부가 월권을 휘둘러 지분을 강제로 조정하라고 하는 게 문제의 시작입니다.
이 정도도 한국 정부가 한국 기업을 보호할 노력을 안 하면 해외 나간 기업들 다 외국 정부에게 빼앗기고 유턴하는 거 시간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이건 일본 정부를 비난해야 하고, 한국 정부가 제 때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일본 정부에 큰 소리를 내야 하는 거지, 당사자인 네이버를 네일베라며 비하해 봐야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겁니다.
솔까, 저는 라인에 대해 안타까우면서도 한국에서 라인 좀 키워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카카오톡 병크 짓하면 대피소로나 잠깐 회자되었지, 실제로 라인은 정작 그 기업의 본적인 한국에서는 뿌리도 내리지 못했죠.
댓글 중---
이루카리스
쓰신 글에 등장하는 기업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는데,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다만, 네이버가 '피해자'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이번 사태는 애초에 소뱅과의 협력 밑그림을 애매하게 그린 네이버 측의 책임이 작지 않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라인의 직접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향을 의심합니다. 라인이 처음에는 승승장구했지만 현지에서의 사업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몇 년 지불 플랫폼 쪽에서 고전한 것도 사실이구요. 일본 정부의 개입 때문에 '소프트랜딩'이 불가능하게 된 것은 안 됐지만, 글로벌 기업의 지분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에 동의한 결과를 감내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죠.
물론 그래서 일본 정부가 대놓고 민간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행태나,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하는 한국 정부가 분통터지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행태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게 '현대판 을사늑약'이라느니 '친일베'니 하면서 친일-반일 논쟁으로 확전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 정부나 소뱅에 불필요한 빌미를 줄 가능성이 크구요. 기업의 의사 결정은 실패할 수도 있고 또 한 때의 실패가 장기적으로는 또다른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네이버가 장기적으로 라인에서 손을 떼겠다고 해도,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한일 정부 덕분에 훨씬 혹독하게 그 결과를 떠안게 된 것은 사실인 것 같네요.
P.P.O.I!
@이루카리스님 오히려 긁어부스럼 만든 건 일본정부라 봅니다.
네이버가 그냥 통 크게 털고 나갈 생각으로 행한 조짐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초기 라인을 어느 정도 정착시킨 후 라인주식회사로 사업을 독립법인화할 때 일본어 정관과 일본 회사라는 점을 부각시킬 이유가 없죠. 그냥 외국계 회사로 해도 되지만 라인은 철저히 일본 현지회사 전락을 취했죠.
문제는 그렇게 순리대로 할 것을 일본정부가 왜 괜히 나서서 이렇게 만들었냐는 겁니다.
이제 소뱅은 함부로 네이버에 고압적으로 싸게 지분 팔라고 못하고, 네이버도 지분 매각시 엔간한 가격이 아니면 배째라 식으로 나올 여지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물론 불이익 따를 수 있겠죠(나무위키에서는 네이버 관계자들 엔자이라는 말까지 쓰더군요). 근데 어쩔 건가요? 힘으로 강탈하고 싶다면 하겠지만 자본주의 국가이자 표면적으로는 우방인 국가한테 그렇게까지 하겠어요?
결국 협상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고, 씩씩대며 일본 정부가 나서도 이제 해결이 어렵게 되었네요.
그냥 조용히 알아서 하게 놔둘 것이지 초치는 일본 정부를 보면, 얘네들도 참 생각이 없구나... 싶어요.
surina
응원 안하다가 최근에 갑자기 응원하게 된 분들이 많아서 잘 모르실거 같은데, 그간 네이버 행보를 보면 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사업확장은 자의든 타의든 거의 접은걸로 보입니다. 네이버가 라인을 이용해서 이것저것 해보려고 한게 꽤 많은데, 99% 망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100% 망한거지만 혹시나 안 망한게 있을지도 몰라서. 뭐 어떻게 보면 플랫폼이 아니라 그냥 메신저 원툴인게 지금 상황이죠. 네이버나 소뱅이나 둘다 장사를 못해서.. (아니면 아날로그 재팬 때문이거나)
암튼 소뱅이 경영권 갖고 있어서 네이버가 독자적으로 라인을 통해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그간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도 하는 족족 망할거 같으니 일본 라인은 소뱅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고 돈 받고 해외 사업만 네이버가 챙겨가는 방향이라면 딱히 나쁜 방향은 아니죠. 소뱅이 돈이 많았다면 다 가져가려 하겠지만 얘네도 돈이 많지 않아서 카드를 맞춰보면 가능할것도 같은데.. 이런 분위기에서 뭐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댓글 중---
니케니케
피해자 맞죠. 그간 토왜들 편에서 열심히 일헸는데 이번에 통수를 맞아 버렸으니 얼마나 야속하겠어요..
의베들도 그렇고, 윤석열은, 아니 국짐애들은 본인 이익 앞에선 지지세력이고 뭐고 없네요. 참 2찍 스럽군요..
하지만 네이버나 의베들... 이꼴 당해도 다음 대선에서 '그래도 이재명을 찍을 순 없잖아' 라며 국짐 밀겠죠.....
이런 2찍들의 습성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 윤석열은 지지자들을 더 막대하는거 같기도 하구요...
지지자들도 막 대하는데 지지하지 않은 나머지 국민들이야.....말할것도 없구요...
TKoma
@니케니케님 멀리 대선까지 갈것도 없는게
이번 총선에서 그 난리인데도 의사 밀집지역 투표소들은 여전히 2찍이었다고 합니다
타프가이민
이런 좋은 글이 나와야 하는데
네일베라서 당연하다 혹은 교묘하게 분노 유발하는 근거가 부족한 주장만 빈번하고 거기에 동조하는 댓글이 너무 자주 보이네요.
네이버가 잘못해서 팔리는게 당연하다고 하시는 분들 많은데 그럴꺼면 일본 말고 미국 혹은 중국 혹은 다양한 나라에.팔아도 되지 않습니까?
잘못은 했는데 왜 일본을 유리하게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갑니다.
네이버가 잘못 했으니 일본에 팔릴꺼 같으면
우리도 알짜베기 일본기업중에서 일본내 분노유발한 기업하나 한국에서 하나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례 있나요?
일본이 팔기나 하고요?
P.P.O.I!
@타프가이민님 상장을 미국에 했기에 좀 힘들지만, 소뱅 지분이 상당한 쿠팡을 가져가는 방법이 있긴 하죠. 문제는 이거는 바로 상장을 미국에 했기에 자칫 잘못하면 한일이 아닌 한미일로 분쟁이 비화될 수 있어서 쉽게는 못 건드린다는 점입니다.
진짜 우리 국력이 너무 세서 일본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미국도 어느 정도 어려워한다면 모를까, 사실 이래서도 안 되고 이런 방법을 쓰는 게 좋지 않죠.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되먹지 못한 짓을 일본이 버젓이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