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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청렴 인물을 찾아서
글·사진 진우석 르포·인터뷰작가
풍류와 학문이 만나는 공간
소수서원은 인삼으로 유명한 경북 풍기 옆 고을인 순흥면 내죽리, 소백산이 보이고 죽계천이 유장하게 흘러나가는 명당에 안겨 있다. 서원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울창한 솔숲이 반긴다. 이 소나무들은 흔히 학자수(學者樹)라 불리는데, 이는 ‘겨울을 이겨내는 소나무처럼 인생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참선비가 되라’는 의미라고 한다. 솔숲 오른편으로 당간지주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원래 숙수사(宿水寺)라는 절터였다.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불교의 힘이 축소되고 유교의 세력이 커지던 조선 시대에는 이렇듯 절터가 서원터로 바뀌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주세붕이 이곳에 서원터를 닦다가 땅에 묻힌 구리 3백여 근을 얻게 되고(숙수사의 옛종) 이것을 팔아 서적을 구입하는 한편 학생들의 장학전을 마련했다고 한다. 당간지주 앞으로 소박한 정자와 500년 묵은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 경렴정은 주세붕이 세운 정자로 죽계천과 그 건너편 취한대 정자가 시원하게 보이는 장소다. 이곳에서 죽계천 건너편으로 백운동(白雲洞)과 경(敬)자가 새겨진 바위를 볼 수 있다. 주세붕이 서원을 건립하던 당시, 밤만 되면 혼령들이 이 바위에서 울부짖었다고 한다. 주세붕이 그 연유를 물으니, 혼령들은 예전 순흥에서 일어난 단종 복위운동 실패로 희생된 백성이었다. 이에 주세붕은 날을 택해 위혼제를 드리면서 경(敬)자에 붉은색을 칠했다. 이후 다시 혼령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敬)은 주자철학의 근본으로 공경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이로써 원귀들의 한이 위로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계천 건너편 언덕에 자리 잡은 광풍각. 소백산 전망이 시원해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좋다.
서원의 출입문은 경렴정 옆으로 나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배흘림기둥에다 사방에 툇마루를 두른 강학당과 함께 널찍한 마당이 방문객을 맞는다. 강학당 뒤에는 스승의 집무실인 일신재와 직방재가, 오른쪽에는 학생들의 기숙사인 학구재와 지락재가 자리 잡고 있다.
1 서원에서 죽계천을 건너는 징검다리. 이 다리를 건너면 취한대 정자가 나온다. 2 서원의 중심 건물인 영정각. 안향과 주세붕 등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3 소수서원에 들어서면 먼저 울창한 솔숲이 반긴다. 이 소나무들을 학자수(學者樹)라 부른다.
“주세붕이 아니면 안 된다”
주세붕은 욕심이 없고 삼십여 년이나 벼슬하여 지위가 2품직까지 올랐으나 의복은 가난한 선비나 다름없고 식사에 두 가지 고기 반찬을 하지 않았으며 앉음에는 방석이 없고 마구간에는 좋은 말이 없었으며 셋집에서 거처하며 봉급으로 생활의 만족감을 느껴 먹고 입은 나머지는 모두 친족을 구제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데 쓰면서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마땅하다 하더니 돌아가신 뒤 집에는 한 섬의 쌀도 저장이 없었다.
서원의 길은 담장 너머에 있는 길쭉한 사각형 연못 탁청지로 이어진다. 탁청지는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겸암 류운룡이 풍기 군수로 재임할 때 조성한 연못이다. 이 연못과 서원의 담장 사이에 난 낙엽 쌓인 길은 경렴정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짧지만 서원에서 가장 운치 있는 길이다. 풍기 군수 시절 퇴계 이황은 전임자였던 주세붕을 그리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1 취한대 앞에 있는 백운동 경자 바위. 백운동 글씨는 퇴계 이황, 붉은색의 경자는 주세붕이 직접 쓴 글자로 전해진다. 2 주세붕이 세운 경렴정은 서원 풍류의 중심이다. 왼쪽으로 서원 입구가 보인다.
┌────────────────────────────────────────────────────────┐ 소수서원 가이드
영정각에는 한국의 초상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회헌 영정(국보 제111호), 주세붕 영정(보물 제717호) 등 소중한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장서각, 학구제, 사료관을 비롯해 탁청지라는 연못도 있어 품격 높은 전통의 숨결을 느끼며 산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소수서원 뒤쪽에서 이어지는 죽계천 건너편에 서원과 향교 등 전통 교육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소수박물관과 영주의 전통 가옥들이 한자리에 모인 선비촌이 조성됨으로써 전통문화를 좀 더 세밀히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찾아가는 법은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으로 나와 부석사 방향 931번 지방도를 타고 15분 가면 널찍한 소수서원 주차장을 만날 수 있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주차료는 없다. 입장권 한 장으로 소수서원, 소수박물관, 선비촌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관람시간 09:00∼18:00. 순흥문화유적 관리사무소 054-634-3310. 홈페이지 seonbichon.or.kr. 순흥의 별미는 읍내리에 있는 ‘순흥전통묵집(054-634-4614)’의 묵조밥. 가마솥에 장작을 때는 전통 방식으로 메밀묵을 쑤어 상을 차린다. 1인분 4,000원. 숙소는 선비촌(054-638-5831)을 이용하면 좋다. 기와집 2인 1실 3만 원, 초가집 2인 1실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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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08클린코리아 원문보기 글쓴이: 클린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