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몽고메리 장군을 용서하소서.” 공수부대를 이끌고 마켓가든 작전에 참여했던 폴란드 1공수여단장의 피맺힌 절규다. 이 작전으로 폴란드 1공수여단은 공수 하루 만에 거의 전 병력이 몰살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 작전을 실감 나게 그린 영화로 `머나먼 다리'가 있다. 영국군 1공수사단장으로 출연한 숀 코네리를 비롯해 제임스 칸, 라이언 오닐, 로버트 레드포드 같은 배우들이 연합군 지휘관들로 출연하고 있다. 영화 제목 `머나먼 다리'는 영화 마지막 대사에 등장한다. 큰 희생을 치르고 돌아와 유감을 표하는 영국 공수사단장 숀 코네리에게 작전을 지휘한 브라우닝 장군이 이렇게 말한다. “알다시피 우린 너무 머나 먼 다리까지 가려 했소.” 역사적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한 후 연합군은 본격적으로 독일 공격을 시작했다. 8월에는 파리를 수복했고 전 전선에 걸쳐 독일군을 압박하며 미군과 영국군이 베를린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세워진 작전이 마켓가든 작전이다. 미국의 패튼 장군보다 먼저 베를린을 점령하겠다는 몽고메리의 조급한 욕심이 만든 작품이다. ‘마켓가든 작전’에서 ‘마켓(Market)’은 공수사단(미국 제82공수사단, 101공수사단, 영국 제1공수사단)을, 가든(Garden)은 독일 본토로 진격할 기갑부대(영국 제30군단)를 뜻한다. 작전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독일군이 벨기에를 포기하고 네덜란드에 집결해 있으니 네덜란드로 병력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벤-네이메헌-아른헴의 요지에 공수부대를 투하시키고 주요 교량을 확보하면, 영국 제30군단 2만 대의 차량이 진격해 네덜란드를 해방시킬 수 있고, 여세를 몰아 독일 본토를 공격하면 올해 안에 베를린을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작전이 성공하면 장병들을 크리스마스 이전에 고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장밋빛 낙관론에 따라 3만5000명 이상의 공수부대와 약 4000대의 공중수송기, 약 1500대의 전투기가 동원됐다. 몽고메리 장군은 기습적인 공정작전을 통해 라인 강의 교량에 대한 교두보를 확보한 다음 영국의 기갑군단을 진격시켜 이들과 합류시킬 계획이었다. 1944년 9월 17일, 연합군 제1공수군 예하 영국군 1공수사단, 미군 82·101공수사단의 1만9000여 병력이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아른헴에 이르는 지역에 강하하면서 작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초반부터 예기치 않은 난관에 부딪친다. 101공수사단 지역에서는 독일군 교량 하나를 폭파시키는 데 성공했을 뿐, 82공수사단은 강한 저항에 부딪쳐 네이메헌의 교량을 점령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깊숙이 아른헴 지역에 투입된 영국 1공수사단은 사단 주력이 독일군에 차단돼 버렸다. 고전 중인 제1공수사단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폴란드 제1공수여단이 적진 한가운데에 용감히 투하됐지만 하루 만에 전 부대원의 대부분을 잃었다. 결국 작전개시 5일째인 9월 21일 새벽 5시에 마켓가든 작전은 처절한 패배로 막을 내렸다. ‘마켓가든’ 작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지형과 날씨였다. 1944년 9월 17일 미군과 영국의 낙하산부대가 에인트호벤 등 5개의 교량을 점령하기 위해 공중 투하됐고, 이에 맞춰 에인트호벤 남쪽에서는 영국 기갑군단의 진격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지역의 진흙땅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큰 문제였다. 막상 진격을 시작하자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곳은 운하와 배수시설 사이에 땅보다 2m 이상 높게 만들어진 좁은 제방과 도로밖에 없었고, 구석구석에 적의 은폐를 도와줄 삼림지가 산재해 있었다. 영국 기갑군단은 엄호할 지형이 없는 도로상에서 숲 속에 숨어 있던 독일군의 88㎜ 대전차포의 좋은 표적이 됐다. 게다가 앞의 전차가 파괴되면 뒤의 차량과 전차는 움직일 수 없었다. 진격 속도는 갈수록 늦어만 갔고 결국 영국군 기갑부대는 독일군에 항복하고 말았다. 두 번째가 날씨 요인이다. 낙하장비가 엄청나게 발달한 현재도 공수작전에는 상층 바람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마켓가든’ 작전에서는 상층 바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날 강한 상층 바람이 불면서 계획했던 지역에 정확히 투하된 공정부대가 거의 없었다. 특히 가장 동쪽의 아른헴에 투하됐던 영국부대는 강한 상층풍으로 인해 교량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에 투하됐고 고립되면서 거의 전멸하고 말았다. 또 작전의 성공을 위해 공군력의 지원이 필수적이었으나 계속되는 나쁜 날씨로 인해 공중지원은 불가능해졌고, 결국 영국의 연합군 기갑사단이 독일군에 밀리게 되는 원인이 됐다. 마지막으로 보급품의 공중투하에서도 날씨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투하된 보급품 390톤 중 31톤 만이 연합군 손에 들어갈 정도로 바람을 전혀 이용하지 못한 보급 작전이 패배의 한 원인이 됐다. [TIP]적절한 타이밍이 승리를 보장한다-“때를 잘못 고른 자 … 시간은 가장 위험한 적” 시기심과 함께 짧은 시간에 큰 공을 세우려던 몽고메리 장군의 욕심이 연합군의 처참한 패배를 불러왔다. 세르토리우스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게르만의 장수 세르토리우스는 병사들 앞에 말 두 마리를 끌어냈다. 한 놈은 늙고 병들었고, 다른 한 놈은 젊고 크며 활력이 넘쳤다. 늙고 약한 말 옆에는 힘 센 장사가, 젊고 강한 말 옆에는 볼품없는 나약한 남자가 서 있었다. 말의 꼬리털을 빨리 뽑는 시합이었다. 힘 센 장사는 말의 꼬리를 움켜쥐고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이에 반해 나약한 남자는 말의 꼬리털을 하나하나 뽑기 시작했다. 힘 센 장사는 힘만 쓰다가 털 뽑기를 포기해 버렸다. 반면 나약한 남자는 순식간에 말 꼬리를 다 뽑아버렸다. “여러분은 무식한 힘보다 끈질긴 노력이 더 효과적임을 보았습니다. 단번에 모든 걸 하려 해서는 안 되며, 조금씩 노력해야 많은 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끈질긴 노력에는 무엇도 당할 수 없는 법입니다. 지혜롭게 적절하게 나서는 자에게 시간은 좋은 친구이자 동맹군이지만, 때를 잘못 골라 성급하게 달려드는 자에게 시간은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플루타르코스의 ‘세르토리우스의 생애’중 에서)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